한국희곡

김지숙 '나비'

clint 2018. 1. 3. 14:54

 

 

 

청나라의 잔인한 만행이 조선 땅을 헤집고 지나간 16833월 어느 날, 예조에 상소 하나가 올라온다. “외아들 장선징이 있는데 새로 장가들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장선징에게는 청나라에 납치되었다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온 부인이 엄연히 살아있었다.   그 후, ‘오랑캐에게 정절을 더럽힌 환향녀와의 이혼을 허가해 달라는 상소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고심하던 인조는 궁여지책으로 묘안을 짜낸다. “홍제천에서 몸을 씻으면 환향녀의 과거는 불문에 부친다.”

역사의 참회에 무참히 짓밟힌 우리 여인들이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와 회절강(回節江)’에 피가 나도록 몸을 씻고 끝끝내 버림받고 말았던...비참하고 아픈 우리 여인들의 슬픈 이야기.

 

 

 

 

 

우연히 만난 나비가 참 아름답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길을 안내한다.

이내 사라져 한참을 찾았지만 다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비가 그리워졌다.

나비는 인생의 부귀영화, 기쁨과 즐거움 등을 나타내며 특히 가정의 화목을 강조한다.

반면 죽은 영혼을 상징하기도 하고 호색의 의미로 쓰여 지기도 한다. 금의환향해야 했던 그녀들이 환향녀가 되었다.

마치 나비처럼... 나비날개 짓이 참으로 구슬프다.

 

 

 

 

 

병자호란 이후에 소현세자와 더불어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환향녀의 굴욕적인 삶을 통해 국가가 국민의 안위와 인권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서사는 인조반정을 통한 주체적 지배 권력의 상실, 환향녀의 인권, 그리고 소현세자와의 관계를 통한 갈등과 부채의식으로 혼란을 겪은 인조에 대한 일종의 정신분석학적 해부에 가깝다. 이 작품은 여타 부산연극제 참가 작품이 시도하지 못한 무대장치의 입체적 운용을 통해 작품의 장면과 분위기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을 끌었다. 2층의 높은 단과 후면 배경 막의 천, 회전 이동을 통한 왕의 침소와 내전, 그리고 전통악기와 현대 악기를 통한 라이브 연주로, 폭과 깊이가 없는 시민회관 소극장 무대의 내용과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출자의 내공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풍성한 내용과 형식에도 불구하고 희곡 텍스트와 연출에서 몇 가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인조와 소현세자와의 대립과 갈등에 있어서 소현세자의 역할이 애매하고 축소된 점, 암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템포와 리듬을 살리지 못한 점, 서사적 전개에서 군더더기 장면을 정리하지 못한 점, 인조의 대사에 있어서의 군주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어투와 어미 처리,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에서 주제적 전달을 위해 역동적인 방점을 찍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렇지만 여태까지의 희곡 세계에서 벗어나 역사극으로 영역의 확장을 시도한 희곡작가 김지숙의 내공과 연출의 방법론이 잘 맞아떨어져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풍성하게 한 점은 아주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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