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심상교 '베포도업침'

clint 2018. 1. 4. 22:01

 

 

 

베포도업침이란 말은 제주도 굿의 한거리를 지칭한다. 베포도업침 굿은 땅과 하늘이 붙어 있다가 떨어지며 인간이 사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정조, 사도세자,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 그리고 정순왕후,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다산 정약용 등이다. 정조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다산 정약용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자신의 뜻과 계획을 말하며 정치를 펼친다. 정조가 백성을 위해 새 세상의 정치를 하고자 하는 계획을 베포도업침이라고 여기에서 명명했다. 수원화성이 거의 축조되어 베포도업침 계획이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때 노론과 벽파에서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자객을 보내 정조를 살해한다. 정조의 마지막 날, 정조는 운명처럼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와 이별한다. 혜원, 단원, 다산과도 이별한다. 마지막으로 사도세자의 유령을 만나 자기 계획을 말하고 사도의 명복을 빌면서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는데....

 

 

 

 

 

 

정조의 개혁정신을 확인하고 개혁이 불발된 원인이 세도가들의 당쟁 때문이었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세도가들인 양반 즉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궁궐의 패악도 있음을 보이려한다. 영조의 탐욕이 궁궐패악의 하나인데 며느리인 혜경궁 홍씨를 탐하는 내용, 영조 아들 사도세자가 자신보다 10살 어린 영조의 부인 즉, 사도 자신의 어머니격인 정순왕후를 탐하는 내용도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격언이 틀리지 않음을 보이면서 우리 또한 정체되지 말고 늘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조선조 사도세자의 광기와 죽음, 그리고 그의 아들인 정조의 개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제목인 베포도업침은 제주도 굿의 초감제에서 천지창조와 모든 자연·인문사상의 발생 배치를 상징하는 춤인데, ‘천지창조와 정조의 개혁 정책을 연결시킨 것 같은데 작품의 내용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이 작품은 그 내용에 있어서는 조선조 후기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형식은 우리 전통연희나 사극에서 벗어나 볼거리 위주의 서양적 액션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내용에 비해 형식이 너무 승해 배우들의 연기나 서사적 내용이 오히려 빛을 잃은 느낌을 주고 있어 다소 아쉽다. 그리고 인물들의 이름이나 서사적 내용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극의 표현 형식이나 배경이 현대적 실험에 일관하고 있어 균형 감각이 떨어져 보인다. 가장 큰 아쉬움은 전반부의 사도세자의 굉기와 죽음의 시퀀스인데, 표현 형식으로서의 액션이 승한 대신 사도세자의 광기적 행위에 대한 심리적 필연성으로서의 내면적 갈등이 보이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반부 사도세자의 시퀀스는 펜싱 액션이라는 형식에만 치우쳐 인물의 내적 갈등이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모티브가 보이지 않는다. 배우들 역시 액션에만 집중하다 보니 대사 전달에 소홀하고 있다. 장단이나 고저를 비롯하여 강약이나 완급 조절, 그리고 호흡처리가 미비하여 인물들의 대사 전달이 되지 않아 인물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모티브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전반부에서 베포도업침의 굿을 통해 사도세자의 혼을 불러내어 그의 광기와 죽음의 실체를 추적하고 정조의 개혁을 보여준 다음, 후반부에 다시 굿을 통해 그들의 영혼을 위무하는 구조로 전개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공연은 표현 형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차라리 인물들의 이름을 비롯한 서사적 내용과 표현 형식 일체를 현대적 시각으로 일관했더라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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