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무대는 비닐 장판이 깔린 단칸방이다 중앙 뒤편에 소파가 놓여 있다. 소파 왼편에는 옷장이 있고, 오른 편에는 책장이 있다. 책장에는 가방 여러 개가 들어 있고, 그 옆에 빨래 건조대가 접혀 있다. 무대 한 편에 이불이 개어져 있다. 중앙에 방석이 놓이고, 낮은 상이 놓이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빨간 모자에 얼룩덜룩한 문양의 의상 얼굴에 삐에로 흡사한 분장을 한 엿장수가 뽕짝음악 멜로디와 함께 북을 들고 등장해 엿을 팔며 관객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아빠는 엿장수 노릇을 하며 방방곡곡을 헤매고 어쩌다 집에 돌아와도 가족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어머니는 개신교 신도에 다단계 판매에 열중하는 곱상한 중연여인으로 설정된다. 주인공인 딸은 소설가 지망생으로 건강한 체격의 소유자다. 엄마가 가장노릇을 하고, 딸에게 자신의 사업을 도우라며 장래성 없는 글 쓰는 작업을 때려치우라고 권하며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자주 부른다. 아빠는 발언권도 없지만 말을 해도 가족의 귀에는 쇠귀에 코란 읊기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그래도 아빠는 딸의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결말이 어찌 되느냐고 묻는다. 단편희곡이지만 네 개의 장면으로 구성이 되고 대단원은 가족이 아빠의 북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심사평 / “절제된 언어로 인물성격 역동적으로 그려내”
희곡은 시, 소설과 함께 문학의 3대 장르 중의 한가지인 동시에 극장무대, 희곡, 배우, 관객 등 연극의 4대 요소이기도 해서 색다른 문학 형태라 말할 수가 있다. 이 말은 곧 희곡은 시나 소설처럼 대중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움직이는 문학이란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극작가가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과 무대 메커니즘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한다. 문학적 소양은 양서를 많이 읽으면서 여러 가지 경험과 깊은 사색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쌓여지지만, 무대 메커니즘은 좋은 공연을 많이 접해야 터득이 된다.
서두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응모작 대부분이 극작가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 한 채 개인적 망상이나 푸념식의 내용들이어서다. 사실 문학이란 언제나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이거나 살고 있는 이야기지 황당무계한 비현실적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가운데 다행히 금년에는 극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춤추며간다’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이 작품을 주목한 것은 작가가 성격창조에 능할 뿐만 아니라 개성이 다른 부모와 딸이라는 세 명 가족구성원간의 이화(異化)와 갈등, 그리고 연민을 역동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묘사한데 따른 것이다. 즉 정처를 못 찾고 엿장수로 가장한 채 떠도는 아버지(낭만주의자), 신앙보다는 황금에 눈이 어두워 다단계 사교(邪敎)에 빠진 어머니(현실주의자), 그리고 이들의 행태에 실망한 자유분방하면서도 소설가의 꿈을 가진 딸(이상주의자)은 바로 오늘의 세태를 농축(濃縮)한 듯이 보였다. 또한 절제된 언어와 사건의 완만한 진전도 괜찮았다. 그렇기 때문에 30분 정도의 무대극을 4장(에필로그 포함)으로 나눈 구성상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다고 보았다. 희곡은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밀도 있는 구성을 해야 한다. (유민영)


당선소감 / “막막했던 글쓰기 허락받은 기분에 스스로 위안”
당선 소식을 들은 날,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습니다. 한없이 기쁜 와중에 일을 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은데, 실제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니는 하루를 보냅니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낯설기도 하고, 묘하게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두렵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기에 이 순간이 과분한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대학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글 쓰는 것을 ‘허락받은’ 기분입니다.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하고, 비교하고, 낙담하는 데만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 기분조차 낯섭니다. 선물이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진득하게 쓰는 법을 알려주신 조광화 교수님, 항상 감사합니다. 소중한 가르침들 잊지 않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경상일보에도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송진록 님, 어머니 안수연 님, 송지훈, 송유빈, 송보빈, 우리 가족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언제나 응원해주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준 현실, 슬아, 수지, 지우, 두비, 빛나, 소영, 민희, 성현, 지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지난 한 해 저에게 자극제이자 위로가 되어준 현실이와 슬아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글로 다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직도 저에게 글은 참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어렵고 막막하지만, 여전히 좋으니까 계속 쓸 예정입니다. 다시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하겠지만, 저만의 속도로 꾸준히 써 나가겠습니다. 지금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부끄러워할 줄 아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1994년 부산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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