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남혜진 '몽혼'

clint 2018. 1. 5. 20:51

 

 

 

 

순례는 예전에 모시던 상전 이옥봉을 찾으러 남편 준치와 함께 고향에서 한양으로 올라와 어느 주막집엘 들르게 되는데, 이들의 이야기에 주모가 관심을 보인다그리고 셋이서 옥봉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시 짓기를 좋아하는 옥봉은, 옥천군수인 아버지 이봉이 가끔 집에 한양의 선비들을 불러 글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늘 함께하며 시를 짓는다. 어느 날 옥봉은 자주 함께하던 선비조원에게 연모의 정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아버지 이봉의 간청으로 조원의 소실로 들어가게 되고, ‘금시맹세시를 짓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생활은 순탄하게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지금 나의 행위는 무엇을 쫒기 위함인가? 이런 숱 한 질문 속에 우리는 스스로를 파묻기도 하고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들을 타인들의 시선은 평가를 내린다. 무엇이.. 어떻게.. 그 기준은 무얼까?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단 말인가! 조선시대 시와 사랑 속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여류 시인 이옥봉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조선 중기의 실존 인물이었던 여류시인 이옥봉을 소재로,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문학적 자유의지와 유교적 가치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결국 이옥봉은 문학의 열망의 끈을 놓지 않는 대신 삼척부사 조원에게서 버림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이옥봉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두고 서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남혜진의 첫 희곡은 그러한 서사적 핵심에서 벗어나 외면적 사건의 나열에만 치중하고 있어 다소 아쉽다. 또한 서사구조가 너무 평면적 나열에만 치우쳐 주막에서의 과거 회상이라는 현재 시점과, 이옥봉의 과거적 사건 재현이 병치 진행되어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래서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은 단순한 사실과 정보의 전달에만 치중되어 연극적인 방점을 찍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 옥봉 역을 맡은 이정민은 입체감이 있는 대사와 연기 에너지로 극의 추동력이 되어야 하는데 이옥봉의 내적인 갈등과 고통의 표현에 있어서는 다소 아쉽다. 그나마 놀이패의 인형극만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그것이 주제와의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이 작품은 이러한 서사구조와 연극성만 보완된다면 문학성과 연극성이 어우러진 희곡으로 거듭날 것 같다. 또한 시민회관 소극장 무대의 폭과 깊이가 턱없이 모자라 배우들의 연기 동선이 제약을 받고, 여러 명의 앙상블이 펼치는 회화적인 구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무대공간의 취약성을 이 작품에서 드러나 문화정책 당국의 연극 무대에 대한 근시안적 태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통해 앞으로 가능성 있는 새로운 희곡작가를 발굴했다는 점은 부산연극계의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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