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강백 작 '들판에서'

clint 2017. 12. 13. 10:10

 

 

 

줄거리
평화로운 들판에서 그림을 그리며 형과 아우가 우애롭게 지내고 있었다. 형제는 들판의 민들레꽃을 보며 언제나 사이좋게 지내기로 서로 맹세를 한다. 그러나 형제가 다시 그림을 그리던 중, 측량기사와 그의 조수들이 등장해 토지 측량 실습을 핑계로 형과 아우 사이에 말뚝을 박고 밧줄을 맨다. 형제는 이들의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밧줄을 사이에 두고 줄넘기 놀이를 하며 옛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다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었다. 다툼으로 인해 형과 아우는 자신들의 재산을 갈라 갖는다. 형이 집을 가지고 동생이 젖소를 갖게 된다. 게다가 동생은 자신의 젖소가 형 쪽으로 넘어갈 것을 걱정하여 측량기사에게 형과 자신 사이에 벽을 쌓아달라고 한다. 벽으로 가로막혀 서로 오갈 수 없는 형제는 결국 후회를 한다. 사과를 하기 위해 벽으로 다가가지만, 형의 독선적인 성격과 동생의 독립하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형제는 다시 멀어진다.
들판의 날씨는 점점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날, 측량기사가 땅을 분양하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 과정에서 결국 형제의 땅을 뺏기 위해 측량기사가 형제에게 접근한 사실이 드러나고 만다. 그러나 아직 형제는 측량기사를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또 다시 그에게 속아 넘어간다. 형은 측량기사의 거짓말에 속아 동생에게 의심을 가지게 되고, 동생을 감시할 감시용 전망대를 산다. 동생 또한 형이 자신의 젖소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측량기사의 이간질을 그대로 믿고 형을 경계하기 위해 총을 산다. 그리고 형에게 위협사격을 가한다. 이때 들판에서는 천둥과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고, 형제는 벽을 두고 대치하며 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곧 형제는 자신들의 벽을 두고 대치한 상황에 탄식하고, 후회한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치자 형제는 민들레꽃을 발견하고는, 자신들의 맹세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민들레꽃을 여러 송이 꺾어 서로의 벽 너머로 던져 준다. 형은 동생이, 동생은 형이 던져준 민들레꽃을 주워들고 기뻐하며 형제의 우애는 다시 두터워지게 되고, 마음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낸다.

 

 

 

 


이 작품은 들판이라는 공간에서 평화스럽게 살아가던 형제가 측량 기사의 꾐에 빠져서 벽을 쌓게 되고 우애를 잃게 되지만, 민들레꽃을 보면서 다정했던 옛 시절을 회상하여 마침내 벽을 허물게 된다는 내용의 우화극(寓話劇)이다. 남북 분단이라는 우리의 역사적 현실과 빗대어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이 작품을 통하여 형제의 우애의 소중함과 아울러 남북한의 동질성 회복에 대해서도 암시하는 바가 있다.
이 작품에서 측량기사와 조수는 광복 당시 우리나라의 분단을 조장한 소련과 미국 등 외세를 뜻하며, 형과 동생은 원래는 하나였으나 외세로 인해 대립된 남한과 북한을 비유한다. 또한 민들레꽃은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우리 민족의 이미지이고, 우애의 회복은 남한과 북한의 동질성의 회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교육부(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로 쓰였으며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렸다.     

  

 

 

 

 

작가의 말
단막 희곡 「들판에서」는 1996년에 썼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문교부의 국정교과서 개편 작업을 맡고 있었는데, 중학교 3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릴 희곡을 나에게 의뢰해 왔다. 「들판에서」가 최종 채택될 때까지 여러 단계의 평가를 거치면서 여섯 번이었던가 일곱 번을 가다듬었다.
중등 교육은 이제 의무 교육처럼 되었으므로, 우리나라 국민으로 태어났다면 그 누구나 청소년 시기에 「들판에서」를 읽고 자랄 것이다. 그들에게 꼭 한마디하고 싶은 말, 다른 말이 아닌 꼭 해야 할 말, 나는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여러 단계의 평가에 참여했던 편찬위원들과 교육학자 및 교사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 그 말이 국민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진 어느 극우 단체가 「들판에서」를 용공적인 작품이라고 주장하였고, 검찰이 자체 조사에 나서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그 후 그 일은 유야무야해졌으나 완전히 불씨가 꺼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들판에서」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믿으며, 또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믿는다. 1997년부터 「들판에서」는 정식으로 국정 교과서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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