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이 있는 충정도의 어느 마을에 붕어빵 장사를 하는 오기 만과, 농사꾼 강남수가 있다. 강남수는 지난겨울에 내린 폭설로 자신의 비닐하우스 딸기밭이 무너져, 출하 일주일을 남기고 알거지 신세가 된다. 남수는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받은 보상금과 농협에 빚까지 내 딸기농사를 진 상태였다. 빚더미에 집 까지 넘어갈 신세가 된 남수는 막막한 마음에 기만에게 돈을 부탁해 봤지만, 기만 역시 돈도 없어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기만은 동네 다방에서 일하는 이화라는 여자를 좋아한다. 이화는 기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지만 과거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에, 기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화가 일하는 다방에 증도CC(골프장) 박기풍 사장의 부하 한달진이 자주 찾아온다. 달진은 기풍이 골프를 치는 날이면 갈 때가 없어 어김없이 다방을 찾아 죽치고 살다시피 한다. 기풍은 주먹세계의 손을 씻고 건설업과 골프장 인수를 하는 등 급성장을 하고 있는 사업가이다. 달진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서울 건달세계를 청산하고, 지금은 똘만이 겸 운전수로 일하고 있다. 한달진은 박기풍 사장이 신안군 증도에 사상 최대의 골프장을 만들 사업허가권을 얻으려고, 어깨들을 영입해온 것에 대해 못내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위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고 있다.
꿈과 용기가 있는 달진을 이화는 처음부터 싫어했다. 이화는 달진이 자신을 대할 때마다 성적인 수치와 저질스러운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어느날 달진은 이화가 일하는 다방에 들러 또 성적인 수모와 자존심을 건들어놓고 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오기만에게 달진이 붕어빵장수라며 사람을 무시하고, 골프공 하나를 꺼내 선물이라며 던져준다. 달진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게는 허리를 굽히고, 자신보다 못한 힘없는 자에게는 굴림하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동물적 본능이 기만에게 적용이 됐는지, 붕어빵을 팔아서는 그 흔한 골프공 하나도 살 수 없느냐고 조롱한다. 살 수 없으니 공이 필요하면 골프장 해저드에 빠진 공이나 주워 가지라고 한다. 해저드에는 물 반 공 반이니 꺼내서 가지라고 한다. 마치 똥개를 다루듯 한다. 그러면서 이화와 기만의 관계를 끄집어내어,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냐는 듯 두 사람의 자존심을 짓밟아버린다. 달진은 사장에게 온 전화를 깍듯이 받고는 다방을 나간다.
기만의 무뚝뚝함은 이내 감정을 수그러들게 한다. 이화는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기만은 오늘 이화에게 확실한 답을 얻고자 왔다. 바로 결혼 문제이다. 기만은 이화를 좋아하고 있으며, 해남 고향에 살아계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자며 본격적인 청혼을 한다. 하지만 이화는 못내 피하기만 하는데, 남수가 다방에 들어와 다시 돈 이야기를 꺼낸다. 기만은 돈은 있으나 빌려주지 않는 눈치다. 이화와 결혼하려면 돈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탁자를 탁 치며 좋은 돈벌이 생각을 말한다. 바로 달진이 준 골프공이다. 골프공 하나에 팔천 원씩인데, 해저드(연못)에 빠진 공을 주워다 팔면 최소 한 삼천 원은 받을 거라며 남수를 설득한다. 아무래도 도둑질 같아 미적거리던, 남수가 집이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거사를 모의 한다. 달진은 박기풍 회장의 똘만이답게, 퍼팅 연습을 하면 잽싸게 달려가 공을 줍는다. 기풍의 옆에는 두 명의 건장한 어깨가 늘 따라다니며, 사업의 조언과 버팀목이 되고 있다. 달진이 좀 전에 기만에게 보여주었던 당당한 모습은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는 야비한 냄새만 풍긴다. 기풍은 어깨들에게 사업허가권을 따내려면 로비를 잘 하라며 특별지시를 한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비밀장부를 잘 관리하라 한다. 달진은 연신 공 줍기에 바쁘기만 하는데, 멀리 캐디들의 부당한 대우를 개선해 달라는 외침이 들리자, 기풍은 주동자를 잡아 잘 조치할 것을 당부한다. 기만과 남수는 다이빙 삽을 찾아, 각종 장비를 팔만 원에 빌린다. 샵의 여주인은 남편이 어디 화투관에 갔는지 확 신고를 해야겠다며 남편이 오기만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자, 두 사람은 당황하며 급히 자리를 뜬다. 달진은 캐디 주동자들에게 돈을 주어가며 사건을 빨리 정리해 줄 것을 당부하지만, 주동자는 전국 일만 명이 넘는 캐디들의 정당한 위상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 세운다.
어두운 밤, 아직 골프장에 가로등빛이 남아있는데 두 명의 어설픈 도둑이 나타난다. 한 명은 잠수복까지 입고 있어 꼭 우주인 같다. 자세히 보면, 기만과 남수다. 드디어 가로등 빛이 꺼지고, 골프장 해저드에 들어간 기만은 수백 개의 공을 훔친다. 기만은 이화와 결혼을 하는 꿈과 꼭 고향마을에 가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지고, 남수는 빚도 갚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 계획을 세운다. 하나에 오천 원씩만 받아도, 하룻밤에 수백만 원을 벌 수 있고, 더 나아가 전국의 골프장을 돌면 떼부자가 될 것만 같다. 두 사람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도둑질인지조차도 감이 없다. 멀리 캐디들의 외침이 들리더니, 그들 앞으로 일단의 어깨가 캐디를 구타한다. 사내들 틈에 달진의 모습 보인다. 달진의 예리함에 기만과 남수는 도둑질을 하다 그만 들키고 만다. 기만의 손에는 연못 속에서 건져 올린 이상한 금고가 있다. 달진은 동물적 감각으로 그것이 아주 중요한 박기풍 사장의 장부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한밑천 잡을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기만 과 남수는 골프장 공을 훔친 혐의로 경찰서에 넘겨진다. 박기풍 사장은 골프연습 중에 혹 일이 잘못되면 큰일이라면서 어깨들에게 다시 장부를 부탁한다. 그 밤, 술에 취한 달진이 이화의 다방을 찾는다. 작은 시골마을 이라 문 연 곳도 없고, 적당히 갈 곳도 없어 다방에 기거하는 이화를 깨운다. 달진은 술에 취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자신이 곧 골프장을 하나를 인수할 것이라면서 이화의 몸을 요구한다. 엄격하게 거절하는 이화에게 손찌검을 하는 등 그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진다. 술기운에 전화기를 들고 박기풍 사장을 협박한다. 지금 자신이 비밀장부를 가지고 있으니 골프장 하나를 넘기라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사에 장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달진이 이화를 소파에 넘어트리고, 몸을 탐하자 이화가 달진을 밀어버린다. 술에 취한 달진, 뒤통수를 바닥에 부딪쳐 피를 흘린다. 놀란 이화가 장부를 가지고 있으면, 기만이 석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장부를 가지고 도망간다. 잠시 후, 기풍과 어깨가 들어와 달진이 홀인원을 꿈꾸었다면서 골프채로 때려죽인다. 그리고 장부를 가지고 도망간 이화를 쫓는다. 기풍, 자신의 로비 의혹이 담긴 장부가 새나가면 큰일이라면서 의원을 찾는다. 서로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자며 각자의 구멍을 지키기에 혈안이 된다.
기만과 남수 그리고 이화가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는다. 장부와 관련된 어떤 음모를 캐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 절박해 골프공을 홈쳤으며. 이화 또한 달진이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결국 보이지 않는 큰 조직의 틀에 의해서 기만과 남수 이화가 피해자로 남고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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