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피터 셰퍼 '고곤의 선물'

clint 2016. 7. 15. 18:52

 

 

 

 

 

 

연극 '고곤의 선물'은 '에쿠우스' '요나답' '아마데우스'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극작가 피터 셰퍼의 1992년 발표작이다
추락사한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의 미망인 헬렌은 아버지의 전기를 쓰겠다고 방문한 의붓아들과 이틀에 걸쳐 남편과의 만남부터 불화, 작가로서의 절정기와 추락 과정을 재구성한다.       

 

 

 

와중에 부부간 의존관계 속에 숨은 파괴적 욕망과 증오, 담슨의 인간됨과 죽음에 숨은 비밀 등을 털어놓는다. 헬렌은 남편의 뮤즈 역할을 해내면서, 괴물 고곤을 죽인 페르세우스와 수호여신 아데나와 자신들을 동일시하며 연극적 유희를 교환해 왔다.
진술과 재연 사이 헬렌의 만류로 세상에 미공개된 담슨 극의 폭력적인 장면들이 극중극으로 끼어든다. 초연 당시엔 희곡의 지시문대로 화강암 절벽을 무대 위에 세우고, 절벽이 갈라지면 신화와 역사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공연되었다.       

 

 

 

우리 관객에겐 서구 기독교 문명 속에서 되풀이되는 폭력과 보복의 테러리즘에 대한 깊은 죄의식이 낯설고, 영국과 아일랜드가 대치하는 상황 등 작가가 겨냥한 문제의식도 멀어 작품에 담긴 폭력에 대한 성찰이 다소 관념적으로 다가올 수는 있겠다.
그러나 아비를 향한 아들의 인정투쟁, 이기적인 남편에게 희생된 아내의 자기회복과 용서의 서사, 21세기 테러리즘의 세계화에 대한 극시인의 예언, 연극의 사회적 영향력의 위축에 대한 노작가의 만가(輓歌) 등 다층적인 읽기가 가능한 연극이다     

 

 

 

   '고곤'은 바다의 신 포르키스와 그의 누이 케토 사이에서 태어난 세 자매를 가리킨다. 이 중 막내가 여신 아테나의 저주를 받아 괴물로 변한 '메두사'이다. 이 메두사가 죽음을 맞을 때 두 종류의 피가 흘러내리는데, 하나는 독약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적의 치료약이다. 폭력과 광기, 용서와 화해 모두가 고곤의 선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젊은 연극 교수 '필립 담슨'이 그리스의 한 섬을 찾는다. '우상들', '특권' 등 탁월한 희곡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버린 천재 극작가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담슨'의 평전을 쓰기 위해서다. 에드워드 담슨의 두번째 부인이자 평생의 동반자였던 헬렌은 처음에는 필립 담슨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전기를 완성시키겠다는 맹세를 받고나서야 허락한다. 이윽고 헬렌은 에드워드와의 지난 시간을 하나둘 풀어놓는다.
'에드워드 담슨'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결말은 없고 하이라이트만 있는 희곡을 써내려갔던 에드워드 담슨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점점 폭력과 광기를 드러낸다. 그가 마지막에 쓴 'IRE'는 테러리즘에 대한 강박관념을 드러내 엄청난 파문을 낳기조차 했다. 그리스 신화와 현대, 작가와 관객, 신과 인간 등을 오가는 날선 질문들이 추리극 곳곳에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