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문구 '암소'

clint 2016. 6. 7. 07:36

 

 

 

 

 

劇團(극단) 思潮(사조) 제 23회공연
제 13회 서울연극제 참가작품 문예회관 대극장 89. 9.1 ~6.

 

올해로 52살이 된 황구만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성실한 농부이다. 황구만은 섣달 눈 오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선출이와 나누었던 대화를 상기하며 몹시 마음이 상해 있다. 삼 년 동안 황씨네에서 머슴살이를 하던 박선출은 군에 입대하면서 그 동안 새경을 모아 만든 팔만 원의 돈을 황씨에게 맡기고 떠났었다. 황씨는 그 돈으로 소창직 직조틀을 서너 대 장만하여 가내 공장을 시작했다. 처음엔 잘 돼 나갔었다. 그러나 인근 읍내에 공업 단지가 조성되는 바람에 부리던 직공들이 들고 일어나고, 자기네가 앉아서 일하고 있던 사이 세상은 빠르게 기계화의 길로 내닫고 있었음을 자각한 것이다. 결국, 그의 가내 공장은 폐업할 지경에 이르렀고, 군에서 제대한 박선출에게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돌려줄 수가 없게 되었다. 여기에 주인 황씨가, 5·16 정권이 들어서며 시작된 농가 고리채 정리 기간 동안에 덜컥 신고를 해 버린 탓에 박선출은 원리금을 몽땅 날릴 판이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선출이가 작성한 계약서를 통해 의좋게 합의를 보았다. 내용인즉, 황씨가 송아지 한 마리를 사 키워 그것을 다시 팔아 그 돈으로 부채를 청산하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암소를 극진히 먹여 키우게 되고, 어쩌다 심하게 부린 날이면 막걸리를 먹여 재우기도 했다. 오늘은 황씨집에 고사가 있는 날이다. 음식을 마련한 황씨 아내는 술 지게미를 소 여물통에 놓아 두었다. 그 동안에 황씨와 선출은 암소가 밴 송아지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 그런데 술 지게미 맛을 본 암소는 술내가 풍기는 광으로 들어가서 너 말 가웃되는 막걸리 항아리를 단숨에 비워 치우고 쓰러져 버린다. 결국, 암소는 죽어 버리고, 황씨는 암소에게 달려들고, 선출이는 몸부림 치는데, 그 곁에서 선출의 애인 신실이도 목놓아 운다.       

 

작가 이문구

 

이 작품은 1970년 10월<월간 중앙>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이미 이문구는<지혈>(1967),<이삭>(1968),<몽금포 타령>(1969) 등을 통해 독특한 문학관을 드러내어 보였고, 특히 그의 출세작인<관촌 수필>은 사라져 버린, 혹은 사라져 가는 전통적인 고향의 풍경과 정서를 그 특유의 토착어로 포착해 내고 있다. 작가 이문구는 생생한 농촌 묘사로 정평이 난 작가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의 묘사력은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다. 여기에 '암소'를 둘러싼 두 인물의 상이한 입장이 치밀한 심리 묘사에 의해 덧붙여지고 있다. 황구만氏가 암소를 그토록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물론 돈에 대한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를 아낄 수밖에 없는 농민의 심성에 기인한 것이다. 자칫하면 악덕 지주로 건락해 버릴 수도 있는 인물에 '인간다움'을 부여하는 것은 그의 묘사력이 지닌 정치(精緻)함 덕분이다. 그의 소설이 지니는 또 하나의 '맛'은 충청도 토속어의 걸출한 구사력이다. 그것은 작품 전체를 훈훈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로 이끌며, 농촌의 궁핍한 실상을 건조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게 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 관한 풍부한 디테일과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정감 어린 인정 묘사는 사라져 버린 전통적 세계에 대한 문학적 헌사(獻辭)라 할 만하다. 결국, 이문구의 소설들은 농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현실 도피적이거나 토속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기왕의 소설들과는 달리, 60-70년대의 산업화 속에서 농민들이 겪는 소외와 갈등, 그리고 농촌의 피페와 해체 과정을 충실한 리얼리티와 정감 있는 문체로 보여 줌으로써 농민 소설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다고 하겠다.
 
 

최연호의  무대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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