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명순 '왕자'

clint 2016. 6. 6. 21:33

 


제4회 대한민국 연극제 초청작품 1980.9.25-10.1  연극 회관 세실극장   

왕자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는가? 신명순작가가 새롭게 조명해본 왕자 호동의 이야기, 2천여년전 지혜와 용맹을 자랑하던 호동왕자의 죽음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같은 소재로 발표된 기존의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하여 호동왕자와 낭락공주의 사랑보다는 왕자의 죽음에 촛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속에서 왕자의 자살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반문하며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는 운명적으로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1장: 왕자1 (해우)가 거지들과 함께 궁의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간다. 왕자가 물건을 가지러 간 사이에 창을 든 군사를 본 거지들은 도망간다. 물건을 가지고 오다가 병졸들과 마주친 해우는 병졸에게 술을 권하고 자신을 욕할 것을 명령하지만 병졸들은 다만 '충성'이라는 말만 할 뿐이다. 병졸이 물러가고 거지들이 나타나 용서를 빈다. 해우는 물건들을 거지에게 주고 친구임을 믿어 주기를 바란다. 그때 말발굽 소리와 북소리가 들린다. 해우는 회상에 잠긴다.  왕자 2(호동)이 나라를 굳건히 하기 위해 낙랑을 정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해우는 낙랑에 자명고가 있는 한 살아서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 이를 만류한다. 이때 승전고의 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병졸이 뛰어와 승전의 소식과 호동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2장: 아버지인 왕은 낙랑정벌의 치하로 호동에게 보검을 내린다. 그리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잔치를 베푼다. 왕과 호동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신하1이 왕비 앞으로 온다. 왕비는 신하에게 호동을 죽이라는 임무를 주었었는데 신하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왕비는 신하를 문책하는 대신 자명고에 대해서 묻는다. 신하는 자명고가 울지 않았으며 낙랑의 공주가 직접 자명고를 찢어서 왕이 그 공주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아뢴다. 왕비는 호동을 궁지에 몰아 넣을 생각을 한다.

3장 : 거지 1,2와 해우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문득 해우는 거지를 쭤아버리고 혼자 술을 마신다. 그때 왕비가 해우를 찾으러 등장한다. 왕비는 비천한 피가 흐르는 호동이 왕위에 올라서는 안되니 태자의 자리를 지키라고 충고하지만 해우는 자명고가 울리지 않음은 하늘의 순리라며 동생에게 왕의 자리를 내줄 뜻을 비친다. 그리고 자신이 태자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면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니 이를 피하겠다고 한다. 왕비는 자명고는 낙랑공주의 치마폭으로 거두어 들인 것이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왕비는 병사들을 불러 자명고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묻고 부탁을 한다.

4장: 호동은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찢었다는 궁중 안의 소문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는 낙랑공주를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해우가 나타나 둘은 반가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기뻐한다. 해우가 호동에게 낙랑의 자명고 얘기를 묻자 호동은 자신은 결백하고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해우는 호동의 말을 믿고 받아들인다. 둘이 술을 마시러 가다가 해우가 낙랑왕실 옥지환을 밟고 그것을 줍는다. 그제서야 호동은 며칠 전 하루밤을 같이 지냈던 여인을 떠올리고 그 여인이 낙랑의 공주였음을 깨닫는다.

5장: 병졸 1,2가 낙랑공주의 시녀를 포박해서 데리고 온다. 병졸들은 시녀의 짐 속에서 단검을 꺼내 왕비에게 준다. 그러자 왕비는 병졸들을 물러가게 하고 시녀와 둘이 얘기를 한다. 왕비의 질문에 시녀는 흐느끼며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옥저 땅에서 호동을 처음 본 공주는 그에게 끌려 하루밤을 같이 지내고 나서 헤어질 때 호동은 단검을 공주는 옥지환을 서로에게 준다. 그러던 중 왕자가 낙랑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고민하던 공주가 드디어 결심하고 자명고를 찢는다. 시녀는 공주의 마지막 말을 호동에게 전하기 위해 이렇게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이때 호동이 소문을 듣고 왕비의 처소로 뛰어든다. 왕비는 시녀를 데리고 급히 피한다. 호동은 말리는 병사를 죽이고 왕비의 처소로 뛰어들지만 왕비는 이미 떠나고 없다. 호동은 울부짖으며 뛰쳐 나간다. 조금 후 왕 등장하여 이를 근심하니 왕비는 자신이 달래보겠다며 왕을 안심시킨다.

6장: 왕자는 낙랑공주의 일 때문에 괴로워하며 술을 마신다. 이때 시녀가 들어와 공주가 흘린 피를 닦은 천과 단검 그리고 공주의 말을 호동에게 전한다. 호동은 자신과 백성들을 살리기 위한 공주의 행동을 알고 울부짖는다. 이때 왕비가 들어온다. 호동은 왕비를 공주로 착각하고 왕비에게 매달린다. 이에 왕비는 기진하고 왕과 해우, 신하들이 나타나서 호동의 모습과 기절한 왕비의 모습을 본다. 왕은 호동을 깨우게 하고 그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왕이 신하들에게 이 장면을 말로 옮기지 말 것과 사실여부를 가려내라고 명령하고 있을 때 신하3이 뛰어들어와 호동이 자결했다고 알린다.

7장: 해우와 호동이 대화를 한다. 해우는 어머니의 음모를 막지 못했던 자신의 과오를 한탄하고 호동은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씻는 길은 자기가 피를 흘리는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결했다고 말한다. 거지 1,2 등장하여 해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해우는 거지들을 모른 체 하고 그들을 하옥시켜 버린다. 해우는 너희들의 대장은 이제 없다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호동의 장례행렬이 무대를 지나간다.

 

<<두개의 왕자 호동>>('80.9.12 경향신문)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 대무신왕편에 언급된 왕자 (王子) 호동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작가(作家)가 쓴 두편의 연극으로 꾸며져 9월 시즌에 두개의 극단이 각각 국립극장과 세실극장에서 공연한다. 17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둥둥 낙랑둥>은 최인훈(崔仁勳) 희곡에 허규 연출로 30년 연륜을 기록한 국립극단의 97회 공연이고 오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세실 극장에 오를 <왕자 (王子)>는 신명순(新明淳) 희곡 정한결 연출로 가장 고집스런 젊은이들의 극단 '연우무대'의 6번째 무대다. 고구려 제3대 대무신왕 18년(서기 35년) 호동이 낙랑을 정벌하고 개선한 고구려 국내성이 다같이 두 작품의 무대. 낙랑공주가 영험스런 자명고를 찢은 싸움에서 개선한 호동왕자가 국내성에서 자살할 때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에 서린 인간사와 전사(戰士)인 왕자 (王子)의 갈등을 두 작가는 제각기 다른 측면에서 조명해 보고 있다.
최인훈(崔仁勳)의<둥둥 낙랑둥>은 낙랑공주와 호동왕자가 숙명적으로 만나게 된 일에 한껏 초점을 맞추어 자명고를 찢는 일과 왕자의 개선, 국내성에서의 죽음을 상대적으로 연관시켰다. 호동이 고구려로 개선해 돌아가는 길 야전막사에 죽은 낙랑공주의 혼령이 나타나 이미 사랑에 빠진 호동에게 격렬한 자책과 애타는 사랑의 갈등을 일으켜 놓는다. 최인훈(崔仁勳)은 여기에 왕비인 호동의 의붓어미는 낭랑공주와 쌍동이로서 왕비 역시 호동을 사랑하는 지극히 어려운 인물(人物)로
설정해 호동과 공주가 만난 문제를 더 어려운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중략) 극적 구성으로<둥둥 낙랑둥>에서 고구려의 왕비는 어미무당을 겸하고 있으며 호동은 전사(戰士)로서의 양심을 저버리지 못해 어미인 무당이 벌이는 의식에서 끝내 호동을 사랑하는 왕비이자 고구려의 무사정신을 상징한 어미무당의 칼날에 목이 베인다.       
신명순  (申明淳)의<왕자(王子)>는 사기(史記)에 나타난 왕비와 호동과의 관계, 호동과 제1 왕자 와의 사실(事實)에 보다 치밀하게 접근시켰다. 전사(戰士)로서의 용맹만을 추구하는 왕자 호동에겐 사랑 따위는 지극히 모멸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순수했어야 할 자신의 낙랑정벌에 자신이 "하늘을 두고 맹세코 모르는"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찢어놓은 공과가 끼여들었다는 사실에 치욕과 함께 뒤늦은 사랑을 깨닫는다. 치욕과 회한으로 범벅이 된 왕자에게 제1 왕자 해우로서 왕권을 잇게 하려는 왕비의 음모가 상황을 휘몰아가 호동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작품에서 낙랑공주는 목소리만 나올뿐 무대에 배역으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두 작가 모두 사실에 따라 왕과 왕비, 호동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는데 신명순의< 왕자(王子)>에는 실제인물 해우가 호동의 외곬인 전사(戰士)정신을 누르고 승리하는 장면이 극의 처음과 마지막을 이룬다. 공통되는 것은 두 작가가 모두 자명고를 찢은 일은 공주의 신화같은 사랑의 표현으로만 국한시킴으로써 호동의 품위를 살리는 일방 파탄으로 이르는 원인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연우무대가 아직 공연을 앞두고 있어 무대 상의 비교는 할 수 없으나 우리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중의 하나를 현대의 두 작가가 같은 표현형태인 연극으로 투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가 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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