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숙현 '바벨탑 무너지다

clint 2016. 6. 4. 12:58

 

 

 

신과 같이 돼 보고자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하나님의 머리 위까지 탑을 쌓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쓴 저 바빌로니아 사람들---

이들은 인간 최초로 불가침의 신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용감한 자들이다. 신은 왜 실낙원을 만들고 바벨탑을 무너뜨렸을까. 당신의 사랑스런 피조물의 가상할만한 그 꿈 위에 그토록 처참한 좌절을 안겨줘야만 했을까? 일찍이 그 좌절을 배워버린 인간은 곧잘 좌절될 줄 알면서도 저마다의 크고 작은 탑을 세워 보려고 한다. 여기 또 하나의 바벨탑을 위해 사라져간 사람들이 있다. 문명생활에서 절연된 한 외딴 낙도에 사춘기를 갓 넘은 처녀들이 주용기 원장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다. 원장 주용기씨는 암이라는 불치병에도 불구하고 이 섬에서 애호원을 복구하고 교회를 세워 미개한 원주민을 계몽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원장의 조카이며 밀수업자인 주수민이 찾아온다. 수민은 편모의 엄격한 종교교육과 자기의 방랑벽 사이에 극심한 내적 갈등을 지닌 채로 원장과 애호원생들의 촉망 속에 머무르게 된다.
어느 날 수민은 원주민과 애호원의 종교적 갈등 사이에 휘말려든 에스더를 구해줌으로 청초하고도 가련한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에스더는 근친상간으로 이 섬으로 피신해와 정사한 부호사이에 난 처녀로 고독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수민을 통해 이루려 한다. 그러나 수민의 옛 동료였던 밀수업자들이 찾아옴으로 모든 꿈은 부서지고 만다. 원장의 부푼 기대와 이미 임신까지 한 에스더를 남겨두고 떠나려던 찰라 에스터는 자살을 하고 만다. 애지중지하던 에스터와 애호원의 복구에 기대를 걸었던 수민까지 떠나보낸 원장은 도전하듯 절규하며 쓰러진다. "나의 바벨탑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

 

 

 

 

김숙현

1944년 출생

1969년 현대문학지에 희곡 <잔영(殘影>으로 등단

1968년 제5회 신인예술상 극부문 수상(문공부)

1980년 제2회 한국희곡문학상 수상(한국희곡작가협회)

1988년 제33회 현대문학상 수상(현대문학사)

2001년 제13회 봉생문화상 수상

2009년 제4회 올빛상 수상

작자의 변 - 첫 번 비행(飛行) 金淑賢

날개를 짜기 시작한지 5년여 드디어 첫번 비행의 장도에 올랐다. 깃 하나하나마다 섬세한 음색을 살리면서도 균형을 이뤄야 하는 이 날개는 무한한 출혈을 내게 강요했다. 마치 천개의 깃을 뽑아 비단을 짜야 했던 저 석학(石鶴)처럼- 그러나 이 출혈이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저 높고 푸른 창공을 날으는 비상에의 꿈을 어찌 버릴 수 있으랴! 그래서 끝없이 날 부르고 있는 저 창공이 있고 내게 흘려야할 피가 남아있는 한 나는 출혈을 계속하리라.

**

비행기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 날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조종사가 있어야 하고 승객이 있어야 하고 또 숱한 사람들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 여행이 배나 기차여행과는 다른 여행이듯이 그에 대한 노력 또한 몇 배나 큰 것이다. 하나의 희곡이 창작되고 막이 올라 관객들의 갈채를 얻기까지는 비행기가 제작되고 승객들이 쾌적한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는 여행과 정이 아닐까? 끝으로 출력이나 설비에 있어 아직도 미지수인 저의 비행기에 손수 조종을 맡아주신 선생님과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정비를 해주신 劇團 광장의 멤버들과 이 첫번 비행에 주저 없이 타주신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자 우리의 여행이 보다 즐겁도록 좀더 인간적인 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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