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홍원기 '천마도'

clint 2016. 6. 4. 10:21

 

 

 

 

삼성문예상 희곡문학상 수상 작

98. 목화레퍼토리 초연 문예회관 소극장

 

삼국통일을 이룬 김유신. 국가를 위해 사사로운 개인의 정은 과감히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던 애마(愛馬), 사랑했던 여인 천관녀도 베었다. 그러나 노년에 돌아본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김유신의 삶을 조명해 본 천마도’. 왜 일까. 당나라에 빼앗긴 고구려의 옛 영토 만주벌판을 생각하면 과연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런 그에게 지난 날 초개처럼 버린 천관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밀려든다. 그리고 깨닫는다. 부자간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도 커다란 대의만큼 소중함을, 인간애를 바탕으로 우리민족이 하나로 뭉칠 때 비로소 천마가 달리던 만주벌판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죽음을 앞둔 칠십 노인 김유신병석의 김유신에게 유신의 수호신령이던 음병(陰兵)들이 찾아든다. 음병들은 유신에게 젊은 날을 회상하게 한다삼국일통을 다짐했던 <젊은 유신>과 사랑했던 천관녀. 그리고 어머니 통일의 대업을 위해 사랑했던 천관녀를 버려야했던 유신의 회한.고구려를 정벌한 문무왕(유신의 조카)이 신궁에서 선령들께 고한다. 이제는 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노라고... 노구를 이끌고 나타난 유신에게 고구려의 포로가, 유신이 일궈낸 삼한일통이 제대로 된 통일이냐고 따진다. 통일을 댓가로 당나라에게 고구려땅의 대부분을 내주지 않았느냐? 유신은 포로를 단칼에 죽인다. 를 주재하던 나라무당 아실에게 천관녀의 혼이 들어 유신을 꾸짖는다.그 칼로 이뤄낸 것이 진정 무엇이냐? 신라에게 정복된 가야왕실의 후손이라는 유신의 출신성분의 족쇄에서 벗어나도록, 혹독하게 아들 유신을 닦달했던 어머니(만명부인). 그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천관녀와의 사랑을 단칼에 잘라낸 유신의 젊은 시절그 기억들이 늙은 유신의 꿈자리를 어지럽힌다. 자신을 천관녀에게 데려가 줬던 애마의 목을 베고 끝끝내 자기를 기다리던 천관녀마저 죽여 버린 유신의 단호함. 그 단호함을 아들 원술(화랑의 우두머리)은 닮지 못하고, 천관녀의 넋이 든 아실을 사랑한다. 유신은 원술에게 당나라와의 전투에 나가서 죽으라고 명령한다. 원술의 죽음으로 대당투쟁을 망설이는 왕의 마음과 민심을 일거에 되돌리겠다는 마지막 충정이며 노회한 작전이다. 원술은 출정에서 죽음을 각오하나, 죽지 못하고 아실의 집에 스며든다.

 

 

 

새로운 역사극에의 도전 - 이근삼 작품 평

나는 본격적인 사극을 쓴 적이 없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사실을 현실에 조명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사극의 본질이라는 상투적인 정의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뚜렷한 역사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특히 역사극이라 할 때 가장 곤혹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역사적 인물 또는 사건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작가에게도 학자에 못지않은 리서치 정신이 있어야 옳은 사극이 나온다.

천마도를 쓴 홍원기 씨는 김유신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그의 일생에 대해 그것이 정사이건 아사이건 많은 공부를 했다. 한문에도 익숙한지 상황 설명은 물론 대사 중에도 서슴지 않고 한문을 사용했다. 과거에도 김유신과 원술에 대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거의 대개가 애국, 민족 그리고 사랑에만 주안점을 둔 교과서 내용 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면에서 천마도는 고답적인 내용으로부터 탈피한 의욕적인 작품이다. 역사극은 지루한 느낌을 주지만 작가는 이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음병들을 등장시켜 뮤지컬에서의 코러스 같은 역할을 하게 하였다. 특히 현실 속의 김유신과 원술은 물론 이들의 젊었을 때의 모습과 행동도 무대에 나타냈다. 의도적인지 모르지만 후반부의 김유신의 모습에서 우리는 리어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가야국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신라를 위해 살 수밖에 없었던 김유신의 고민도 나에게는 신선하게 와 닿았다. 마지막에 유신과 천관이 천마(天馬)를 타고 "새벽빛 한울 속으로 치솟아 오르는장면이 실제 무대에서는 어떻게 처리될까 궁금하다구미 낭만주의 연극에 자주 나오는 이와 같은 장면도 연상된다.

 

 

"배우에서 작가로, 다시 무대 위의 작가로” 

배우 겸 작가인 홍원기는 84년 극단 목화에서 배우로 출발해 지속적인 연기 활동을 하며, 89년 희곡 ‘아스팔트’로 신춘문예에 당선이 된 현역 작가이다. 연기와 극작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한 그는 희곡 ‘천마도’, ‘에비대왕’ 등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한일 합작 공연 ‘고래섬’을 집필하여 한국와 일본에서 공연되었다.

연극

아프리카, 막베뜨, 메밀꽃 필 무렵, 봄봄, 四夫의 꿈, 춘풍의 처, 태, 자전차, 비닐하우스, 불의 나라, 부자유친, 도라지, 백마강 달밤에, 여우와 사랑을,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두 번 몸을 던졌는가, 에비대왕, 광해유감

극작

희곡: 아스팔트, 천마도, 진짜 신파극, 고구려부르스, 장군각시, 에비대왕, 스핑크스, 가족극장, 고래섬 창극: 구운몽, 논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