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을 형상화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마당극. 이 작품은 광주항쟁으로 아들을 잃은 장애인 부모가 이를 계기로 올바른 삶을 인식하고 정상인으로 다시 일어선다는 내용을 전체 다섯마당에 담고 있다.
광주항쟁의 과정이나 장애인 부모가 자식을 잃은 슬픔을 딛고 정상인이 되는 모습을 모두 상징적인 춤으로 처리하면서 한편의 무용극을 연상케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부부가 만나 아들을 낳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병신춤의 골계미가 돋보이며 풍물, 진도씻김굿, 북춤, 살풀이 등 남도 특유의 전통문화가 삽입, 한국연극의 독창성을 보인다.
오월굿<일어서는 사람들>에선 다리병신 곰배팔이와 곱추가 폭압를 체험하면서 도 불합리한 현실을 변형시키려는 주체자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광주 민중항쟁을 묘사하면서도 미국 등 강대국의 식민사관과 한국 관리의 노예근성을 폭로하고 풍자한다. 무엇보다도 불완전한 신체 장애자인 병신들이 불의에 항거하고 오월항쟁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공연에선 기층민들의 강렬한 생명력이 집단 군무에 의해 형상화되고 격렬한 북소리는 압박의 쇠사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력과 자유를 되찾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보다 증폭시켜 주는데 기여한다. 병신에서 자유인으로 환원됨은 경련과 고통어린 몸부림을 동반한다. 끈춤과 군무가 작은 동심원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커지고 급기야 연희자들은 사방으로 나뉘어져 대립과 갈등을 의미하는 동선을 그려나가다가 마침내 화해와 용서 그리고 통합된 전체를 상징하는 신명난 춤을 추어 댄다. 관중과 연희자가 끝마당에서 결국 하나가 되고 이로써 기층민들의 저항 의식은 관용과 사랑의 영역으로 치환된다. 이 공연에서 민중은 박해나 학살의 대상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폭압적인 상황에 대항하고 그들을 개도 변화시키는 주체자임이 확인된다. 민중의 역할은 문제 투성의 현실에 강력하게 대항하면서도 그들의 허물을 포옹하고 용서하는데에 있으며 더 나아가 이 현실 세계의 모든 구성체들이 열린 의식 속에서 상호 하나가 되고 전체가 되게 하는데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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