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세혁 '크리스마스에 삼십만 원을 만날 확률'

clint 2015. 11. 24. 09:57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들뜬 하루를 꿈꾸는 한 가족이 등장하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한 가족이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오직 핸드폰을 통해 이야기하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들이 등장한다. 각자가 꿈꾸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30만원을 구하기 위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세 사람의 모습은 작가 오세혁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돈, 우리를 눈물짓게도 웃음나게도 하는 '돈'을 두고 보여주는 이 가족의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가족과 사람의 소통이 주는 진심를 전할 것이다.


 

당선소감
이야기꾼에게는 평생 두 가지의 이야기거리가 따라 다닙니다. '해야 되는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것이죠.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은 이 시대의 광대로서 반드시 '해야 되는 이야기'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라푸푸 서원'은 가슴 속 한편에 숨겨놓았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버지, 미안해하지 마세요. 작가는 자기 상처를 핥아서 작품을 쓰는 사람이에요. 어머니, 가슴 아파하지 마세요. 광대는 남의 상처를 핥아 주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오태영 선생님 , 박세환 선생님, 선욱현 선생님. 싹수가 노랗던 저의 이야기들에 빛과 물과 바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제자로 남겠습니다. 한미현 님, 당신은 저의 왼 손과 왼 발과 왼 심장입니다. 공기처럼 소중한 걸판 가족여러분, 우리의 이야기로 지구를 덮읍시다. 특히, 걸판의 대표님이자 십년지기 태현이 형. 저를 만든 건 팔 할이 형이에요. 채플린 선생님, 백석 선생님도 고맙습니다. 흠모하는 김지용 작가가 처음 등장했던 부산일보사에 당선된 것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연극 만세!
오세혁 / 1981년생.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중퇴. 2005년 극단 '걸판' 창단, 작가·연출· 배우로 활동 중

 

 

 

희곡 심사평] 삶의 구체성 확보 희곡의 힘 전달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응모작들은 예년에 볼 수 없는 수작들로 빛났다. '사냥을 하기 위해 숲으로 가다'(김경란), '가을비'(정소정), ' 크리스마스 에 삼십만 원을 만날 확률'(오세혁) 등은 어느 작품을 선택해도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사냥을 하기 위해…'는 지하철을 배경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삶에 대한 절절한 사유가 빼어난 문체로 표현된 수작이다. '가을비'는 영화적인 분위기를 드리우는 그로테스크하고 신비스런 작품이다. 이대로 영상물로 제작해도 무방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삼십만 원을 만날 확률'은 오히려 두 작품에 비해 단순 소박하다. 그러나 솔직 담백한 인물 설정과 대화는 삶에 대한 엄청난 구체성을 확보한다. 삶에 대한 구체적 표현, 이것이 희곡이 지니는 힘이다. 관객은 시적이고 추상적인 미학 이전에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 한다. 이것이 희곡이 지니는 공연성이기도 하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해체된 가족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삶에 대한 낙천성을 잃지 않은 '크리스마스에…'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그러나 최종심으로 오른 세 작가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의 전언을 보낸다.
모두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고 계속 써서 대성하기를 바란다. - 이윤택 연출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동원 '목소리'  (1) 2015.11.24
배진아 'One More Time'  (1) 2015.11.24
최명식 '자유로울 수는 없나요?'  (1) 2015.11.24
민새롬 '전방인간'  (1) 2015.11.23
이미례 '안나푸르나'  (1)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