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명식 '자유로울 수는 없나요?'

clint 2015. 11. 24. 09:51

 

 

 

 

당선소감
당선 소식을 전해 듣게 된 날에 얼떨결에 나는 되묻고야 말았다. 정말로 당선이 되었냐고 말이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뒤로도 나 스스로가 당선이 된다는 사실을 믿기지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거 같다. 그만큼 난 당선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희곡과 내가 마주한 것은 겨우 1년 6개월이다. 그동안에 세 개의 습작을 썼고, 이 뒤로도 습작하며 신춘문예를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다. 이번 신춘문예는 미래를 위한 예행연습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당선이 되고 나니 기쁨이 드는 것은 첫 번째였지만, 두 번째는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두려움이 크게 다가온 이유는 간단하다. 희곡에 대해 이론이라고는 무지에 가깝고, 그렇다고 해서 연극 공연을 열성적으로 찾아다니며 본 것도 아니다. 그런 내가 쓴 희곡이 자기만족에 가까울지는 몰라도, 수많은 사람에게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드는 이유도 있다. 이번 첫 도전으로 내 작품이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과 앞으로는 더 내 작품에 대한 더 많은 애정과 글을 써 내려가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다. 부족한 작품을 선택해주신 심사위원께는 감사하다는 말을 올리고 싶다. 그리고 대학 생활을 무사히 끝마치는 데 큰 도움이 돼 준 동생과 아버지와 어머니, 한서 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동문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내게 가르침을 사사해주신 오정국 교수님, 이만교 교수님, 유진월 교수님에게도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심사평
당연한 말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할 말'이 있어서 쓴다. 다음의 문제는 어떻게 말하느냐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 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녹여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런 형상화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을 때,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은 생경한 관념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이번 응모작 중 상당수가 글쓴이의 목소리가 날것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무대라는 현장에서 공연되는 희곡과 카메라로 장면들을 촬영하여 연결하는 방송극(순간적이고 잦은 장면 전환이 가능한)을 혼동하는 응모작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심사의 대상이 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무성 라디오'(손성연)는 자살하려는 여고생과 과거의 라디오 방송 작가가 극을 이끌어간다. 두 인물의 대사가 무리 없이 진행되는 장점이 있는데, 결말이 안일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만 점이 아쉽다. '북극곰이 마신 오로라'(이여진)는 현실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상황을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쾌하게 전개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주인공의 문제를 아버지와의 과거 속에서 설명하는 후반부부터 모호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사람, 다른 사람'(신정수)은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제기한 점이 일단 주목을 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일상적인 차원에서 질문을 제기하는 단조로운 극 전개가 걸리고, 객석에서 던지는 말들이 그 내용도 문제인데다 극적 긴장감을 깨고 마는 문제점이 있다.
'자유로울 수는 없나요?'(최명신)는 이 시대의 현실을 감옥이라는 알레고리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억을 상실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수인(囚人)이 된다는 의미 있는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사가 설명적이고 알레고리적 상황이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다양한 인물과 극적 상황을 통하여, 이 시대 속의 인간 삶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있는 장점을 주목하여 당선작으로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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