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는 농촌 계몽 운동을 시대적 배경으로 깔고 있다. 농촌 계몽 운동은 일제의 식민지 수탈에 맞서 1920년대 중반부터 적극적으로 전개되어 왔는데, 1931년 동아일보사가 창간 십주 년을 맞아 대대적인 브 나로드('민중 속으로'라는 뜻의 러시아어) 운동을 벌임으로써 엄청난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본격적으로 번져 나간다. 그러나 1935년에 이르러 일제의 탄압과 규제 때문에 그만 중단되고 만다. 이처럼 <상록수>의 탄생 배경에는 브 나로드 운동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자 소설을 통해서라도 이 운동의 정신을 지속시키려 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씌어진 "상록수"는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한 축으로 삼아, 농촌 계몽 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들의 모습과 당시 농촌의 실상을 감동적으로 그림으로써, 농민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고등농업학교 학생인 ‘박동혁’과 여자신학교학생 ‘채영신’은 모 신문사가 주최한 학생 농촌계몽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우수대원으로 뽑혀 보고회에서 감상담을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서로 알게 된다. 두 사람은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을 지키러’ 내려가기로 약속한다. 동혁은 고향인 한곡리로, 영신은 기독교청년회연합회의 특파로 경기도 청석골로 내려가 농촌사업의 기초작업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형편과 사업의 진행과정을 편지로 알리며 서로 의논한다. 두 사람의 동지의식은 사랑으로 발전하지만, 3년쯤 지나 후진에게 일을 맡길 수 있을 때에 혼인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역경에 휘말리게 된다. 영신은 과로와 영양실조로 점차 몸이 쇠약해지다가 학원 낙성식장에서 하객으로 초대된 동혁이 보는 앞에서 맹장염을 일으켜 쓰러지고 만다. 동혁은 악덕지주 강기천의 농간에 휘말려 투옥된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영신은 서울 연합회의 주선으로 요코하마로 정양 겸 유학을 떠나나 곧 돌아와 다시 일에 몰두하고,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숨을 거둔다. 출감한 동혁은 영신의 죽음을 알고서 비탄에 잠기지만, 곧 두 사람 몫의 활동을 해낼 것을 굳게 맹세한다.
이 소설이 농촌 계몽이라는 실제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소재만 농촌에서 따 왔을 뿐 농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으므로 농민 소설이 아니라거나, 이 소설이 표방하는 계몽이 농민의 현실에 바탕하지 않은 지식인들에 의한 위로부터의 계몽이라는 점에서 관념적이고 감상적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또한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낭만성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점, 여주인공인 영신의 이미지가 희생과 헌신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여전히 영웅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는 점 등에서 작품의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이 작품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는 당시 신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산골에서 농촌 운동을 하다 과로로 숨진 최용신에 대한 신문기사였다. 여기에다 심훈은 또한 그때 경성농업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에 돌아와 '공동 경장회'를 만들어 농사 개량과 문맹퇴치운동을 벌이던 자신의 장조카 심재영을 모델로 하여<상록수>를 썼던 것이다. 말하자면 심재영을 박용혁, 최용신을 채영신으로 바꾸어, '공동 경작회'를 농우회로 바꾸었으며, 그밖에 지명도 이름만 바꾸었을 뿐 실제 지역을 무대로 하는 등 실제적인 것을 토대로 하고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한편의 작품으로 완성했던 것이다. 결국<상록수>는 문맹 퇴치, 미신 타파 같은 소극적 계몽 운동의 중요성을 부각한 작품이 아니라 적극적인 경제 운동을 벌여야 함을 강조한 작품이다. 심훈은 이러한 운동이 탁상공론이나 이론적인 것이 아닌 대지에 뿌리박은 꿋꿋한 상록수처럼 실제적인 현실에 토대를 두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자 현실도피적인 경향을 보여 주고 있던 청년층에게 주인공들의 희생적인 삶과 사랑의 지고성을 보여 주려 한 심훈의 작가적 자세는 참으로 소중하였다. 그러나, 이 소설이 소재만 농촌에서 따 왔을 뿐 농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으므로 농민소설이 아니라거나, 이 소설이 표방하는 계몽이 농민의 현실에 바탕하지 않은 지식인들에 의한 위로부터의 계몽이라는 점에서 관념적이고 감상적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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