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예이츠 '캐슬린 백작부인'

clint 2015. 11. 16. 11:25

 

 

 

이 작품은 예이츠가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더 많이 다시 쓰고 다시 손질한 특별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극의 소재는 그가 『아일랜드 농민의 민속 및 요정 이야기』의 출간을 위하여 민속자료를 수집 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데, 그 줄거리는 악의 세력에 대항 하는 기독교적 경건함과 자비의 승리라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대기근의 시기에 악마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없애버리려고 시도한다. 상인으로 가장한 악마의 추종자들은 사람들의 영혼을 사들이는 제안을 하지만, 백작부인은 자신의 영혼을 팔아 백성들의 영혼을 구하고자 한다.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는 동안, 예이츠는 보다 상징주의 적으로 극의 행동의 의미를 넓혔다. 이상화된 백작부인을 사모하는 원작의 농부 시인인 케빈 대신, 알릴이라는 궁정 시인을 각 장면마다 삽입하였다. 백작부인은 아일랜드를 의인화한 것이며, 본 작품의 알릴은 아마도 전설적인 시인인 알릴과 그의 메이브 여왕을 향한 짝사랑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인과 백작부인과의 이념적 대립은 예이츠 고유의 창작이다.

 

 

 

'케슬린 백작부인'에서 백작부인은 단순히 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원형적 존재이다. 그녀는 존귀한 선의 상징으로서, 어떤 비열한 행동이나 유혹은 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혼을 판 이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결국 그녀의 천사와 같은 영혼은 천국에서 아름다운 환대를 받는 것으로 극은 끝난다. 시인이자 백작부인의 연인인 알릴은 창조적이며 주체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극의 허구적 세계에서 캐슬린과 사랑을 나누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극적 행위도 하지 않는다. 캐슬린은 알릴의 영혼과 지적인 고상함을 인정하지만,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을 거부한다. 그녀는 기독교적 천국에 자신의 마음을 걸고, 그녀와 자신의 백성들을 향한 구원을 기다린다. 캐슬린이 그녀의 강력한 의지로 완벽한 회생과 신성화를 향해 나아갈 때, 알릴과 그가 대변하는 세상은 힘과 그 능력을 잃는다. 이 극에서 농부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언어는 보다 영웅적인 등장인물의 언어와 구별되며, 이러한 대조는 극의 근본적 갈등을 강조하기 위해 반복되어지고 또다시 강조되어 진다. 농부들은 그레고리 백작부인이나 존 밀링턴 싱 등의 작품에 나오는 게일릭 어의 사투리를 구현한다. 그들의 이러한 소박한 어휘들은 그들의 삶을 결정짓는 비열한 물질주의를 강조하는 반면, 영웅적 인물들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시적 운율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정제되고 고양된 형식을 갖는다.

 

 

 

이 극은 예이츠의 시극들 중 유일하게 5장으로 구성된 극으로 후기 극들에 비해 무대배경, 의상들에서 자연주의 연극기법을 많이 포함한 극이지만, 대립(대당)을 이룬 두 세계의 변증법적 갈등을 통한 존재통일 추구라는 예이츠의 독특한 비극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1장과 2장에서 캐서린은 자연 세계에서 현실 도피적이며 비현실적 미와 예술과 낭만의 이상적 현실인 서정 세계를 추구하는 아릴과 갈등을 통해 기아에 굶주려 악의 세계가 눈앞에 다가온 아일랜드 현실을 깨닫고 자신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인지한다. 그 결과 캐서린은 자신의 영혼판매라는 자아희생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의무감을 다하려 함으로써 아릴과의 현실에서의 갈등에서 자신에 관한 한은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서의 갈등은 초자연 세계의 매개(Daimon)인 악마상인과의 대립과 갈등을 거쳐 캐서린을 대당 세계인 초자연적 신의 세계로 지향하게 한다. 기독교적 선의 세계에 몰입한 후 육체는 이미 파멸됐을지언정 정신적으로는 구원을 확신한 캐서린은 인간 영혼의 파멸을 꾀하는 악마 상인과 자신의 영혼을 계약함으로써 자아희생정신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준다. 비록 절정의 순간에 자의적으로 영혼을 팔아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녀의 영혼판매 행위보다 동기를 중시한 신은 그녀의 영혼에 은총을 내림으로써 그녀가 비극적 환희를 맛보게 하고 그녀의 영혼은 신의 세계와 동화해 존재통일을 이룬다.

예이츠는 1장에서 아일랜드의 현실을 반영하는 기아에 허덕이는 세무스 루아의 가정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미리 이 극의 갈등을 암시하고 있다. 악마상인을 불러들이려는 세무스와 그의 이들 테이구와, 이를 반대하다 죽음을 맞는 메리의 갈등장면에서 나타나는 적대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심과 이교주의 간의 충돌로 전체 극 액션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이후 일어날 캐서린과 아릴 사이의 갈등과, 그녀와 악마상인들 사이의 갈등을 암시해주고 있다. , 1장에서 명분 때문에 메리를 죽게 함으로써 캐서린의 고뇌하고 갈등하는 성격과 그 과정을 더 부각시킴과 동시에 진정한 악에 대한 승리의 의미를 일깨워 주려한 것이다. 또한 예이츠는 메리가 취한 단순하고 즉각적인 반응보다 메리를 통해 악마상인의 세계를 부각시킴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 좀더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또한 이 극에서 유일하게 음악과 시를 노래하며 미래를 예상하고 현실세계에서 자진만의 독특한 꿈과 환상의 서정 세계를 구축하는 아릴은, 캐서린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당김으로써 그녀와 현실에서 사랑을 이루려 하지만, 세무스 기족의 위기와 메리의 죽음 등 극 초기에 닥치는 불안한 현실세계의 위기들 때문에 캐서린이 현실을 지각하게 되어 자신과 그녀의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더 이상 캐서린에게서 자신의 존재의의를 느끼지 못한다.

2장에선 두 신사가 인간 영혼을 사러 왔다." 라는 소식을 전하는 세무스와 테이구의 등장과 오 신이시여!"라는 대사를 기점으로 극 분위기가 전환된다. 캐서린은 단순한 애국심과 동정심의 외적갈등에서 악과 선, 국가에 대한 책임감의 인식 같은 내적 갈등을 보여주며, 아릴에게서 완전히 떠나 자신의 또 다른 매개인 초자연세계의 악마상인들과 투쟁을 시작한다. 세무스와 테이구는 캐서린의 제의를 거절하고 퇴장함으로써 영혼을 팔기 이전보다 더 현실적이고 물질적이며 세속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더 이상의 개인적인 기쁨과 슬픔을 배제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캐서린은 실제 사적인 정을 떠나 민중의 고통을 함께 하는 공인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는 영웅이 되려하고 있다. , 악마 상인의 등장과 세무스와 테이구의 불행한 처지 등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장은 캐서린에 관한 한은 절정의 장으로 이제 캐서릴은 기아에 허덕이는 모든 국민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맹세하고 악마상인은 캐서린을 속임으로써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사랑세계인 아랄의 세계에서 벗어나 악과 물질세계인 악마상인을 매개로 갈등함으로써 자신이 지향하려는 고귀하고 숭고한 희생정신과 기독교 신앙세계를 강화시키고 있다.

5장에서 캐서린은 다른 농부들의 영혼 구제를 조건으로 자신의 영혼을 거래하기로 작정함으로써 완전히 악마상인의 세계에 사로잡혀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이러한 캐서린의 죽음은 자아희생과 선의 세계를 추구하여 악의 세계와 투쟁히는 과정에서 숙명적으로 맞게 되는 죽음으로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이다. , 인간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 죽음을 맞음으로써 순간적으로 환희와 기쁨을 맛보고 곧바로 존재통일로 나아가는 비극적 영웅의 죽음이다. 이러한 캐서린의 자아희생과 책임감은 사회적 선의 승리라는 점에서 악의 힘과 직접적인 경쟁을 통해 기독교의 선과 자선의 승리를 보여 주는 단순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지만, 파킨(Parkin)은 예이츠가 이 극을 통해 캐서린의 정신 가치들과 악마상인들의 물질적 상업주의의 갈등을 보여 주어 영국 상업주의를 풍자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영국의

물질주의 세계에 지신들의 영혼을 파는 아일랜드의 일부 국민을 비난함으로써 캐서린의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해 이 극을 사회 · 국가적인 문화통일의 단계에까지 끌어올려 생각하고 있다.

 

 

 

W. B 예이츠

 

예이츠는 이 극을 존 오리어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일랜드 농촌의 동화민담 집’(1888) 이라는 민담집에 있는 백작부인 캐서린 오셔’(Countess Kathleen 0’shea)라는 이야기에 근거를 두고 썼다고 말하고 있지만, 백작부인 캐서린의 전설 및 서정시집(1892)에 포함된 이 극의 초판본에 이 극을 나의 친구 모드 곤에게 바친다.”라는 헌정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 컨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이 극을 집필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