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대인 이민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데이비드는 틈틈이 교향곡을 작곡한다.
부유한 대번포트가 자신의 교향곡을 상류층 사교계에 소개하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유럽의 낡은 관습을 흉내 내고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대번포트 부류가 미국의 정신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러시아 남작의 딸로 미국에 정착한 베라는 그녀의 아버지가 데이비드 가족을 학살한
장교였음이 드러나자 갈등한다. 미국에 여행 온 남작과 새 남작부인은 유대인을
해충으로 비교할 만큼 반 유대주의자들이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베라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아버지와 자기 가족의 죽음을 아는 데이비드는 갈등한다.

베라는 자신의 혈통을 부정하고 "당신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될 것"이라며 데이비드에
다가가지만, 데이비드는 환영에 사로잡혀 결별을 선언한다.
7월 4일, 데이비드의 <미국 교향곡>이 정착관 옥상정원에서 이민자들을 위해 연주된다.
교향곡의 성공적인 연주 이후, 데이비드와 베라는 다시 만난다.
데이비드는 과거의 증오(피의 강)보다 미국의 미래와 사랑이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닫고 베라와 화해한다. 두 사람은 뉴욕의 야경과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타오르는 용광로 속에서 과거가 녹아 없어지고 새로운 희망이 피어오름을 확인한다.

1908년에 초연된 이스라엘 쟁윌의 희곡이다. 가족을 몰살시킨 포그롬에서 살아남은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데이비드 퀵사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미국에서 그는 민족적
분열로부터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기리는 "미국 교향곡"를 작곡한다.
러시아계 기독교인 이민자 베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과거와의
극적인 대면에 직면하게 된다. 이 희곡은 미국의 민족 동화를 상징하는 용어로서
"용광로(melting pot)"라는 표현을 대중화시켰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유럽의 뿌리 깊은 인종적·종교적 증오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국인으로 거듭나는 '용광로(Crucible)'로서의 미국을 조명한다.
미국은 유럽의 50여 개 민족과 그들의 역사적 원한이 녹아들어 '초인(Super-man)'인
미국인을 만들어내는 하느님의 용광로로 묘사된다.
주인공 데이비드 퀵사노는 러시아 키시네프 포그롬(유대인 학살)의 생존자로,
과거의 참혹한 기억과 미래의 희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게다가 원수 집안의 자녀인
데이비드(유대인 피해자)와 베라(러시아 귀족 가해자 측)의 결합은 과거의 피맺힌
증오를 사랑으로 녹여낼 수 있음을 상징한다. 물질적 풍요와 유럽식 허례허식을 쫓는
상류층이 아닌,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신봉하는 이민자들이 진정한 미국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스라엘 쟁윌(Israel Zangwil: 1864 – 1926)
영국의 소설가, 극작가, 언론인이자 정치 활동가다. 런던의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이스트엔드의 유대인 공동체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영국 유대인 사회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들로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소설 《게토의 아이들》(Children of the Ghetto, 1892)은 런던 유대인 이민자들의 일상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그의 희곡 《용광로》(The Melting Pot, 1908)는 미국을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하나로 녹아드는 "용광로"에 비유하며, 이 표현 자체가 미국 사회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은유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 문학 활동 외에도 쟁윌은 시오니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테오도어 헤르츨과 협력하여 유대인의 고향 건설 문제에 깊이 관여했다. 다만 팔레스타인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의 유대인 정착 가능성도 열어둔 '영토주의' 노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날카로운 유머와 인도주의적 시선을 겸비한 작가로, 19세기 말~20세기 초 영문학과 유대 문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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