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그다가 자신의 정신적 장애- 근친살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희열을 느낀다거나,
폭력적인 성적 유희, 동물과 식물의 학대를 통해서 정신적 만족을 느낌-를 치료하기
위해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융을 찾아오는 것으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상담 속 대화를 통하여 그들은 서로의 무의식과 꿈, 현실속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본능과도 같은
무의식이 작용한다. 가장 친한 친구인 일제 헬만을 살해하고도 두려움과 죄의식을
느끼기보다는 희열을 느끼는 마그다. 그 친구의 약혼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면서
인생의 순수한 재탄생을 맛보지만 그것도 잠시, 사랑하는 남편이 고환암에 걸려
고통의 나날을 보내자 외과의사인 마그다는 자신의 손으로 남편 신체의 일부분을
도려내는 결단을 내린다. 그래도 남편의 병세가 계속 악화되자 그녀는 남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손수 남편의 목을 졸라 죽이는 잔인한 행동을 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마그다의 당당함 앞에서 융은 발악적으로 분노하기도 하고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극은 반전을 거듭한다.
한편으로 마그다는 남편을 목졸라 죽이는 참혹하고 끔찍스런 모습을 딸에게 들킴으로
본능적인 모성애의 작용으로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언뜻언뜻 보이기도 한다.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면, 마그다의 비정상적인 출생비밀이 밝혀지고 그녀의 병적인
원인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과연 그녀의 원초적인 죄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라는 의문을 남긴 채…

이 작품 <유리의 성>은 실제 있었던 사실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신의학계의 거목
칼 구스타프 융의 자서전에 기록된 '상담일지'를 근거로 쓰여졌다.
칼 융의 간단하면서도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기록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한 부인이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그녀가 나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차라리 고해성사였다". 이 만남에 대한 모리스 웨스트의 각색은 사실적 진실과
극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그 시간적 배경은 유럽의 황금기가 끝나고
번영의 빛이 사라지려고 하는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3년으로 되어 있다.
1913년은 융에게 있어 위기의 해였다. 그는 자신의 옛친구이자 스승인 프로이드와
멀어지게 되었고, 아내는 다섯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또 제자였던 토니 볼프와 혼외 관계에 빠지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그후 4년간
지속된 정신분열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기 시작하였다.
칼 융과 그의 도움을 받으러 왔던 성명 미상의 여인은, 마주보고 달리며 충돌해야만 하는
두 개의 숙명, 바로 그것이었다. 한 여인의 아름다운 성숙미와 악마적 특질이 절묘하게
조화된 여주인공 '마그다'의 이미지는 작가 자신의 뛰어난 창작의 산물로,
막이 내리고나서도 오래도록 관객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칼 융은 그의 자서전 <회상, 꿈 그리고 사상>에서 이 여인과의 만남을 아주 짧게 기록했다.
모리스 웨스트는, 그 자신 정신질환에 시달린 바 있던 그는 이 짧은 문장에서
융의 한 마음을-아니 모든 인간의 죄와 허무와 방황과 잃어버림을 추측했다.
이미 스스로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던 칼 융에게 상담을 하기 위해, 또는 그냥
찾아온 여인, 그 여인의 삶의 스토리는 우리 속에 있는 모든 카인의 표였다.
마그다의 아버지가 결혼하는 내연의 관계인 딸에게 카인의 표에 대한 성경 말씀을
기록해주듯... 그리고 모리스 웨스트는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공부했던 평생의 융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구원과 영원과 죄에 대한 그의 환상을 이 작품에 쏟아냈다

모리스 웨스트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이기도 하나, 80년대 중반 이후 <유리의 성>(원제: 용서)으로 북미와 유럽의 수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소설가이다. 세계 문화 과학 아카데미의 특별회원인 그는, 캘리포니아의 산타클라라 대학과 뉴욕 머시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유럽의 '국제 최고 공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유리의 성>외에도 <어부의 신발>, <신의 왕관>, <악마의 옹호자>, <바벨탑>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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