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창. 창. 창 연극제 공연작인 <여관 별곡>은 정범철작으로 극단 울프에서
박성민 연출로 공연되었다.
내용은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왕따문제, 노숙자 이야기,
사이비종교에 빠진 신도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서울 변두리 어느 무인텔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세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와 밀접한 사회 문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하지만 날카롭게 꼬집는다.

학교 폭력을 다룬 첫 번째 에피소드는 피해자를 객석에 놓음으로써 관객 또한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작품에서 다소 희극적으로 풀어낸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가해자의 사소한 행위로부터 비롯되었다.
허나, 이와 같은 판단은 철저하게 가해자 중심의 사고이다. 학교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사소함은 큰 폭력으로, 더 나아가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것이다. 학교 폭력에서 경중은 없다. 폭력은 그 자체로 범죄이다.
작품은 사소한 것이라고 무지각적으로 판단하여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는 폭력의 피해자가
독자나 관객 곁에 언제든 존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각자의 사연에 의해 노숙자가 된 사람들 이야기다.
한상팔과 김동출은 생일을 맞이한 장필봉을 위해 거리가 아닌 여관에서의 휴식을
선물한다. 작품은 비록 이들이 집을 잃고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러한
환경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정과 의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본 에피소드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장필봉은 IMF시절 시티폰 사업에
손을 댔다가 부도가 나서 노숙자로 전락한 인물인데, 아들과의 통화에서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아들의 외침에 대답하지 못하는 장필봉의 모습은
주변으로 밀려난 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 다름없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이비 교주의 성폭력을 다룬 작품이다.
괴물들은 중심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중심과 주변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출몰하여 약자를 찾아내고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알릴 곳을 찾으려 한다.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이 없다.
<여관별곡>의 배경을 무인텔로 설정한 작가 정범철의 시각은
이런 점에서 날카로우며 섬뜩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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