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이 오르면 관객들은 연극을 관람하는 2명의 연극평론가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
즉, 무대는 또 하나의 극장이 되는 셈이다.
무대 속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극중극은 멀든 저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코믹, 액션,
멜로, 에로, 환타지, 스릴러가 어우러진 추리극이다.
평론가로서의 공식적인 시점으로,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점으로 연극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두 평론가의 눈 앞에 펼쳐진 기막힌 일들. 일순간 사라져 버린 환상과
실제의 경계선. 과연 어떤 것이 진짜고 어떤 것이 가짜일까?

톰 스토퍼드는 동시대의 극작가들과 유독 다른 점은 다시 말해서 그의 독자적이며 개성적인 특성을 손꼽는다면, 첫째로 언어의식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리우리만큼, 감각이 날카롭고 언어구사에 있어 그 재능이 탁월하다. 언어美와 機能에 대한 모색적 노력이 대단하다. 언어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언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그는 재치있게 활용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나타난 언어들은 한결같이 참신하고 탄력성이 있고 재치가 번득이며, 숨결처럼 살아있어 劇의 질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구실을 한다. 둘째로는 構成의 세밀함이다. 그의 어느 작품을 읽어보더라도 구성의 허술함을 발견하기 어렵다. 치밀하고 튼튼한 力学的인 짜임새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다. 그가 극 형식에 남달리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형식이야말로 내용이며 사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침한 늪과 안개가 자욱히 깔려있고, 외부 세계와 차단되어 있는 알버드 멀든 경의 미망인 거실을 중심하여, 극이 전개되는 <봄봄봄, 밤밤밤.!?> 은 이른바 劇中劇의 구조인 희곡임을 작가는 무대설명에서 명료하게 시사해 주고 있다.
"우선 관객들은 거대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두컴컴한 무대 뒤쪽엔- 풋트라이트 반대쪽 - 빌로드를 씌운 좌석이 가지런히 있고, 사람들의 모습이 어슴프레히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면 극이 전개됨에 따라 무대 저편의 객석은 보이지 않게 되도 상관없다. 다만 맨 앞줄의 두 좌석만 보이게 되면 족하다. 그 한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무운이다. 즉 무운과 이 극장의 객석 사이가 연기 空間이 되며 멀든경의 거실이다."

스토파드는 무대 뒷쪽에 장치한 거대한 거울 속에 현실세계의 객석을 비춰 허구의 극세계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虚構와 現実이 뒤섞여 극을 전개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극에는 두 개의 세계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즉 그 하나는 중요한 극중인물인 속물적 연극평론가 무운과 버어드부트로 대표되는 현실세계다. 또 하나는 시체를 둘러싸고 무대위에 진행되는 3류급 추리劇의 허구의 세계이다. 이 두 세계는 극의 도입부에서는 따로따로 자기의 세계를 굳건히 자리 잡고 있지만 극이 클라이맥스로 치닫자, 그 의문의 시체는 정체가 밝혀지면서 두 세계는 혼류되어 상응관계를 이루면서 새로운 현실성을 뛴 다른 차원의 세계를 관객 앞에 보여준다. 여기에 이르러 우리는 착각과 미궁의 둘레에서 벗어나, 스토파드가 극중극의 정교한 구조를 통해 주제를 표출시키고 있다는 점을 곧 알아낼 수 있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재치있고 탁월한 극작기교에 경탄하게 된다.

<봄봄봄, 밤밤밤!?>의 작품은 언듯 보기에는 저질적이고 편견적이며 속물적인
극평가에게 야유의 화살을 겨눈데 그 초점이 있다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극평가를 속물적으로 희화화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 작품에 있어
부 주제에 속한다. 작가는 인간의 존재 그 자체 속에 도사리고 있는 不安의식에
날카로운 조명을 투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극을 보면서 그 불안의식이
현실감각을 동반하고 육박해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요컨데 스토파드는 그러한 정신적 상황을 劇中劇의 形式을 빌려,
한 현실로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1968년에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The Real Inspector Hound"이다.
이 작품을 신정옥교수가 번역하고 극단 대하에서 1980년 5월 국내 초연한 것이다.
(김완수 연출) <봄봄봄, 밤밤밤!?>제목부터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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