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아다모프 '타란 교수'

clint 2026. 5. 6. 13:11

 

 

1장 경찰서

형사부장과 마주앉은 타란 교수. 자신을 밝히고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형사 부장은, 그가 벌거벗고 다녔다는 이유로 체포당했다고 한다.

타란 교수는 자신을 변호하고자 자신의 업적이나 명성을 늘어놓지만 먹히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교계 부인에게 아는 체를 하지만 그녀는 타란느 교수를 외면한다.

신사들은 자기 일에 바빠 그를 무시한다. 여기자가 등장하자, 타란은 매달리지만

그녀는 무시하고, 사교계 부인과 신사들, 기자들만 끼리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게다가 타란을 메나르 교수와 혼동한다. 아무도 타란느를 모른다.

소외감. 그리고 정체성 혼돈...

 

2장 호텔 사무실

경찰들이 타란을 체포하러 왔다. 타란은 그들에게 자신이 타란이란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 체포하러 온 경찰들은 이번에는 그를 잘 알아본다.

타란은 자신이 왜 체포당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들은 내용이 분명하게 쓰여 있지

않는 노트를 증거로 내민다. 한가운데가 공백인 노트.

경찰이 떠나고 이번엔 여동생 잔느가 나타난다. 잔느는 타란이 유람선 티켓을

예약헸다고 하는데, 타란은 그런 기억이 없다. 게다가 대학에서 타란을 해고하는

통보가 날아온다. 편지는 타란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하지만, 타란은 부인한다.

자신의 정체성, 자리를 잃은, 좌표를 잃은 타란만 무대에 남는다.

그는 가운데가 비어있는 지도를 벽에 걸고 바라본다.

 

 

 

아다모프의 희곡으로, 1953년 초연됐다, 부조리극.

무의식적 충동으로 시작된 인간의 의지를 부조리한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로제 플랑숑이 1953년 무대에 올렸다. 실제로 작가 자신이 꾼 악몽을

그대로 무대로 표현한 이색적인 작품이다. 타란 교수는 대학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에 대해 힘겨워 한다. 그는 무의식적 충동으로 인해 여학생들

앞에서 알몸을 노출한다. 사람들은 그를 비난하고 가련한 타란은 죄과를 부정할수록

더욱 더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카프카의 <심판>에서 처럼.

꿈은 논리도 조리도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현실은 꿈처럼 혼탁하며,

인간으로서의 의미가 박탈되고 언어는 사고전달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

무의식적 정념에 의해 벌인 행동이 결국 자신을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타란느 또한 이와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다.

 

 

 

<타란 교수>(1963)는 아다모프의 은밀한 강박관념들- 죄의식, 수치심, 불안, 공포,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 가감없이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의 의미는 아다모프의 전체

작품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정체성이 해체되는 과정을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벌거벗음'으로 극단까지 밀고 나간 이 작품 이후 아다모프는 비로서

자신의 다음 단계, 즉 '나'를 구체적인 사회와 역사 안에서 객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1장의 정체성 혼돈은 타인에 의한 것이라면 2장은 타란느 내부로부터의 흔들림,

즉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이 문제되고 있다. 스스로 부여한 '나'의 이미지를 고수하려는

타란의 안간힘은 마지막에 등장한 총장의 편지에서 부서져버린다. '외국의 대학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고명한 교수'라는 자부심은 거짓과 환상에 의해 이루어진 것. 그가 자신을

지탱했던 명분은 조목조목 부정된다. 무엇보다 그가 자신에게 덧씌었던 이미지가 동료

메나르 교수의 모방에 불과했으며, 결국 타란을 이루는 조작들은 산산이 부서진다.

이 작품은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타란느의

우스꽝스러운 모험을 담는다. 나르시스 신화의 역주행. 타란교수는 타인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의심받은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인물들은 꿈속의 한 장면처럼 대강의 윤곽만 지녔다. 이들의 역할은 단지 타란을 고발하거나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뿐, 진정한 의사소통이나 관계 맺기는 애초에 배제되어 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전체적인 몽환적인 분위기, 비사실주의적 무대 표현, 그리고 타란느의

절박한 자기 증명과 타인들의 냉혹한 외면 사이에 존재하는 우스꽝스러운, 그러나

가장 원천적인 괴리라고 할 수 있다.

 

 

Arthur Adamov (1908 ~ 1970)

20세기 중엽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극작가.《침입》,《파로디》로 ‘반연극’ ‘부조리극’ 기수로 각광 받았다. 이후 개인, 집단, 내·외부를 다 포착하려는 독자적 사회·정칟역사극에 전념,《파올로 파올리》,《1871년의 봄》등을 썼다.

주요 저서 : 침입》,《파로디》(1950) 캅카스의 키스로보츠크에서 공장 경영주의 아들로 출생. 제2차 세계대전 전부터 프랑스에 정주하여 쉬르레알리슴 운동에 참가하였으나 문단에는 늦게 데뷔하였다. 1950년에 《침입 L’Invasion》과 《파로디 La Parodie》(1950)가 서로 번갈아 파리에서 상연되자 ‘반연극’ ‘부조리극’의 기수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타란 교수》(1953년 초연)의 발표까지가 그러한 시기로서, 당시의 작품에는 소외된 인간의 고독 ·불안 ·공포의 독특한 표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핑퐁 Le Ping-pong》(1955년 초연)에서는 작풍을 크게 일신하였고, 그로부터 개인과 집단, 내부와 외부를 모두 다 포착하려는 독자적인 사회 ·정치 ·역사극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파올로 파올리 Paolo-Paoli》(1957년 초연) 《1871년의 봄 Le Printemps 1871》(1962년 초연), 게다가 1966년에 쓴 《신성 유럽》 등이 그 주요한 성과이다. 전기에는 스트린드베리, 후기에는 브레히트의 영향이 두드러지고 다막물이 많다. 또한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이나 C.말로의 《에드워드 2세》를 번역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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