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아리엘 돌프만 '디 아더 사이드'

clint 2026. 4. 21. 05:46

 

 

전쟁 중인 콘스탄자와 토미스라는 나라의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한 노부부의 집안.

부부는 전사자를 옮겨와 신원을 확인하고 인수하러 온 유족들에게 이를 확인시키고

넘겨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유족은 한사람도 찾아오지 않고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일 듯 말듯하며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게 반복된다.

젊은 남자의 시신을 볼 때마다 15살에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 아들이 아닐까,

마음을 조리는 아내. 지리한 전쟁의 끝 무렵, 이제 많은 유족들이 시신을 거두러 올

것이라고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집 벽을 뚫고 낯선 사내가 침입해

들어온다. 낯선 자의 침입과 행동에 놀라는 부부에게 국경경비대원인 그는 집 안으로

두 나라의 경계선이 그어졌음을 알리고 부부에게 각자 경계선 너머로 갈 것을 명한다.

이제까지 함께 했던 공간이 둘로 나뉘어져 화장실로 혹은 부엌으로 갈 때도 비자가

필요하게 된 웃지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아내는 어느새 그 경비대원이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아들이라고 믿게 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묵묵히 바라보는 남편을 통해

부부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웃음 뒤에 느껴지는 가슴 저린 슬픔, 이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는 우화인

<THE OTHER SIDE>는 세계적인 극작가 아리엘 돌프만이 2004년에 발표하여

2005년 극단 미추에서 한국초연으로 올렸다. (손진책 연출. 권성덕, 김성녀 주연)

전쟁 중인 두 나라의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인간들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국경, 벽, 차별, 편견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경계와 그로인해 일어나는 비극의 순환을

우화적으로, 코믹하면서도 가슴아프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 신국립극장이

기획공연시리즈의 하나로 손진책 연출가에게 연출을 의뢰하여 2004년 4월 일본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세계초연으로 상연된 작품으로 외국 연출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전례가 없던

일본 국립극장의 초빙을 받아 세계초연을 하였다는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킨 비 있다. 손진책 연출은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 속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통해

비극의 순환이자 절망의 극복이라는 양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긴장감 넘치는 무대로

큰 호평을 받았다.

 

 

 

휴전이 되었지만 기쁨도 잠시, 정전협정을 감시하는 국경경비대원이 집에 들이닥쳐

집안의 정 중앙을 국경선으로 가르고 남편과 아내는 출신 국가의 구역으로 강제로 나뉘어

침대와 식탁의 정 중앙을 철망으로 갈라놓고 통행허가증 없이는 화장실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신세로 부부의 통행을 제한한다는 '국경'의 설정은 물론 희극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국경경비대원이 약소국의 평화를 임의로 조정하는 제국주의적 폭력을 상징하고,

극중 부부의 현실은 이산가족의 비극이라는 한반도의 현실성을 획득한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부부는 국경경비대원을 아들로 간주하지만 끝내 부부를 자신의 부모로

인정할 수 없는 경비대원은 집을 뛰쳐나가고 주검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가족관계의 회복, 또는 인간 사이의 만남과 떠남이라는 보편적 주제도 지닌다.

또 부부가 익숙하게 식탁 위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죽음의 일상성과 결국 평화는 깨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순환적 구조는 부조리극의 특성을 짙게 드러낸다.

 

2004년 동경 신국립극장 초연사진

 

 

작가의 글 - 아리엘 돌프만
서울에서 이번에 공연되는 제 연극이 저에게는 매우 특별합니다. 제 친구인 손진책씨의 연출가로서의 능력 뿐만이 아니라 분단과 국경에서 오는 비극적 문제를 경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사의식으로 제 연극을 연출해줄 것을 믿었기 때문이 며 그것은 제가 동경 신국립극장을 위해 이 극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THE OTHER SIDE>는 한국에서 공연이 될 것을 생각하면서 작품구상을 한 연극이며, 제 연극을 알고 계시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 것을 확신한 작품이기도 합 니다. 이 작품은 끝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두 나라의 국경에서 벌어집니다. 사랑과 파괴, 이민과 정착, 잃어버린 아이들과 잊 혀진 부모들, 피해자와 가해자, 기억과 화해들의 테마에 대한 극입니다. 이 테마들은 여러분들의 역사, 저의 역사관, 그리고 화려하고도 슬픈 이 지구의 거의 모든 나라의 역사를 물들였습니다. 남의 힘에 의해 고향을 잃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리고 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본인의 정책성과 구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아톰과 러바나, 그리 고 그들의 손님에 대한 이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북에 있는 여러분들의 형제와 동생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 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이라는 한 가족을 다시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의미의 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전쟁의 의미와 부모가 자식을 묻어야 하는 슬픔을 아는 이 시대의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침략과 파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모든 전쟁에서 가장 고통받는 자는 언제나 가장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분단 후 통일을 이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습니다. <THE OTHER SIDE>는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작은 창작의 선물입니다. 이 선물을 통해서 우리의 동일한 휴머니즘과 상상력을 통해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더 나아가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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