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4장으로, 각 장에는 꿈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 생마탱시의 조그만 숙식업소(운송업 겸업)를 공간적 배경으로,
시간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독일군에게 저항 한번 못한 채
함락되던 1940년 6월 14일부터 6월 22일까지 8일간을 그려내고 있다.
숙박업소 종업인인 주인공 시몬은 주인 앙리가 준 역사책 <오를레앙의 처녀>를
읽고는 주인이 식량과 물품을 빼돌리려고 하자 생마탱 시장에게 말해 저지시킨다.
뿐만 아니라 휘발유를 놓고 독일군과 협상한 주인 앙리의 어머니 수포부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휘발유를 태움으로써 결국 감화를 위해 우르줄라 수녀원으로 호송된다.
바로 이때 피난민이 체육관을 방화한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작품은 책, 악수, 불, 그리고 재판소 라는 소제목이 붙은 네 가지의 장면과
각 장면 속에서 환상적인 우화로 나타나는 꿈의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특히 꿈의 장면들을 형상화시키는 데, 잔다크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그녀의 민족 문학적인 원본을 사용했다는 언급은 없으나
이 작품에서의 내용이 역사적인 사건과 상세한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점에서
학술적이거나 또는 문학적인 잔다크의 전기를 원용했다고 짐작된다.
브레히트가 이 잔 다르크 소재를 다루기 위해 문학적인 원본을 사용했다는 언급은 없으나,
이 작품에서의 내용이 역사적인 사건과 상세한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점에서
학술적이거나 문학적인 잔 다르크 전기(傳記)를 원용했다고 짐작된다.
이 전기들은 예외 없이 1431년과 1456년의 그녀의 재판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라는 두 개의 대척점에 위치하는 것은 독일과 프랑스이다.
그러나 이런 국가적 대립만 아니라 그보다는 오히려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자본의
논리(부자는 부자끼리 한 통속이 된다)에 의거한 현대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의 갈등과
대립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다.

이 작품에서 책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주인 앙리는 왜 시몬에게 책을 준 것일까?
그것도 하필이면 왜 잔 다르크 역사책을 준 것일까?
책은 일반적으로 지식의 산물이자 사회적 순기능을 생산해내는, ‘좋은 것’의 표상이다.
그런 책이 관객(독자)에게 아주 낯설게 다가오며 보편적인 상식의 경계를 치고 들어가
자명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을 뒤집어 놓는다. 생소화 효과이다. 책은 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개인의 사고와 말의 방식을 통제하는, 지배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을 위한
이념의 산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책은 여기서 통념적인 의사소통의 도구나 기호가
아니라 은폐되어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현실과 유리된 닫힌 책이다.
꿈 장면은 기본적으로 시몬의 현실과 잔 다르크 이야기의 이중구조를 전체적인 틀로
해서는 시몬이 잔 다르크가 되고 잔 다르크가 시몬이 되는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며,
현실이 꿈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된다. 꿈속에서 군대 간 후 소식 없는 시몬의 오빠인
앙드레가 천사의 역할을 한다. 천사가 시몬에게 프랑스를 구하라는 사명을 맡기고
시몬은 현실에서 주인이 피난민을 실어나를 화물차로 창고에 있는 값비싼 도자기
세트와 은붙이, 정품 포도주, 햄 고기, 정어리 등을 싣고 도망치려는 사실을
시장에게 알려 저지시킨다. 이에 대한 공로로 꿈속에서 작위 수여를 받는다.
이때 샤베 시장이 꿈속 왕이 되어 시몬에게 귀족칭호를 부여하지만 시몬에게 받은
칼로써 작위를 수여하고는 그것을 시몬이 아닌 앙리에게 건네준다.

시몬의 행동으로 시민을 위한 식료품 등이 확보되지만 그것은 바로 시몬이
앙리의 어머니 수포부인에 의해 해고가 되는 계기가 된다.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와 잔 다르크 담론에 대한 패러디와 풍자로 현실과 꿈이
얽히고설키게 된다. 시몬은 앙리가 준 잔 다르크 책을 글자 글대로 애국으로
읽어냄으로써 그녀의 유아적 환상은 조국을 구출하는 현실로 발전한다.
잔 다르크를 좇는 무의식적인 동일화를 통해 잔 다르크처럼 시몬의 영웅되기가
성사된 것이다. 시몬은 주인에게서 받은 책 <오를레앙의 처녀>를 읽고, 꿈속에서
프랑스를 구할 방법은 적이 아무것도 약탈하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스스로 잔 다르크가 되어 벽돌공장에 감춰진 휘발유를 태워버린다.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결국 애국심을 호소하며 앙리가 시몬에게 건넨
잔 다르크 책이란, 자신의 소유물을 지키기 위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
그들에게 시몬의 조국을 구출하는 꿈은 유아적인 환상일 뿐이다.
브레히트는 시몬을 통하여 잔 다르크를 매개로 하는 영웅 만들기와 영웅 되기는
사회적 허상일 뿐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웅을 둘러싸고 신화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은 결국 누가 누구로 하여금 무엇을 왜 기억하도록 원하는가 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즉 권력의 문제로 귀착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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