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민정 '브루스니까 숲'

clint 2026. 3. 19. 09:38

 

 

1945년 8월 어느 날...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직후의 사할린 어느 마을.
낯선 이국땅에서 전쟁 통에 고아가 된 소녀가 쓰레기더미에 갓난아기를 버린다. 
아가는 쓰레기더미를 놀이터 삼아 의붓아버지 밑에서 소년이 되고, 
한 집에서 자란 소녀 따냐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아버지를 죽게 한 청년은 
마지막 선택으로 북한으로 가는 배를 탄다.
30여년 세월이 흘러, 사할린의 그 마을로 
북으로 넘어 갔던 청년이 따냐를 찾아오는데...




사할린의 작은 숲 브루스니까에서 펼쳐지는
한국인 2세 따냐와 숲에 버려진 아이 세르게이의 사랑, 이별, 그리고 재회.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어쩔 수 없이 뒤틀어진 개인의 삶을 통해
힘없는 개인의 위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때는 쓰레기 소각장, 한때는 공원, 한때는 무덤이었던 이곳.
지금은 모든 눈물과 비밀과 이름을 땅속 깊이 묻고
한겨울에도 붉은 열매를 품는 브루스니까 숲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따냐는 한국에서 다시 사할린으로
세르게이는 사할린에서 또 다른 곳으로 떠나는 마지막 날
브루스니까 숲에서 아리랑이 울려 펴지는데…
마을에 정착하고 싶은 혹은 정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할린 디아스포라, 흩어짐, 이산(離散)의 역사를 한 편의 동화처럼 들춰보는 연극 <브루스니까 숲>은 작가 김민정이 실제로 2개월간 사할린에 머물면서 구상한 작품으로 상처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을 2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 냈다.1990년대 초부터 일제 해방기인 1945년까지 사할린과 일본, 북한 그리고 한국 등을 오가며 인물들의 시간별 구성을 통해 전쟁과 상처의 굴레 너머에 있는 인간의 보편적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각장에서 자란 소년이 겪게 되는 비참한 인생과 그 베어진 살점을 꿰매고 살아가는 따냐, 패전군인과 미친 엄마의 노래 등 연극은 1940년대 일제강점기, 한국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동화처럼 바라본다. 

 



한국말로 ‘월귤 나무’를 뜻하는 ‘브루스니까’는 눈보라 속에서도 빨간 열매를 피우며 잘 견뎌내는 식물이다. 추위에서 견디는 신비의 식물 브루스니까는 끈질기게 그 맥을 이어가는 디아스포라를 상징한다. 연극은 전쟁 중 수많은 한국인들이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자신의 조국을 등지고 낯선 땅으로 이주했던 역사 속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우리 이웃들의 패인 삶과 상처를 되돌아보고 있다. 들여다보기에 너무 아파 눈 감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 하지만 현재에도 존속하고 있는 가슴 아픈 진실. 작가 김민정의 멈춘 시선이 최진아 연출의 섬세한 인물 읽기와 어떻게 만날까? 반복적인 일상을 탈피해 새로운 희망을 찾으며 떠났던 여행, 그 공간적 개념 너머에 있던 인물의 내면적 자아를 발견케 하고, 낯선 공간의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몇몇 인간의 삶이다.  


사할린과 한국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포츠머스조약을 통해 사할린을 손에 넣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이 땅은 일본 국토의 일부였다. 
당시 천연자원이 풍부했던 사할린 개발을 위해 4만 3천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이 
강제동원 되었고, 일본이 패전하면서 사할린에 남겨진 일본인들은 본국 귀환했지만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은 그 땅에 방치되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 사할린에 남겨진 

조선인 4만3천여 명 가운데 절대다수는 남한 출신이었지만 공산주의 국가였던 
소련이 자본주의 사회로 인구유출을 할 수 없다며 이들의 귀국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후 사할린 동포의 모국방문, 귀국과 정착사업은 1980년대 말에 들어서 비로소 
진행되어 2011년까지 3,900여명 정도가 한국으로 영주귀국했다. 
하지만 징용1세대에 한정귀국지원이라 2, 3세 자녀들은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다.

 

작가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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