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조열 '불임증 부부' (저승에서 만난 부부)

clint 2026. 3. 19. 07:44

 

 

현실에서 서로를 미워하며 삭막한 결혼 생활을 했던 부부
증오하며 살아온 그 부부가 죽음 후 저승에서 만난다.
다시 만나자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듯 증오가 이어진다.
그러면서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진실을 대면한다.
그들 사이의 경계선은 그 순간 사라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
그들은 지옥의 규칙상 혼자 있어야 하므로 서로 영원히 헤어져야만 한다.

 

 

 

서로를 증오하며 마음의 벽을 높이 쌓아 온 부부의 이야기는

<불임증 부부>라는 우화 스타일의 극에서 '지옥'으로 상징화된다.

이 상상력의 역동성은 '지옥'이 바로 '무한한 공간에 감금당한 고독'으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데서 그 빛을 발한다.

1967년 초연된 박조열의 이 작품은 우화(allegory) 기법을 사용하여 부부간의

불화와 정신적 불임을 현대인의 고독과 연결해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드라마센타 · ″불임증 부부″ 1967년 극단 탈,드라마센타 초연.좌로부터 손숙, 추송웅, 김성옥


작가는 한참 후에 이승과 저승의 보이지 않는 경계 설정을 통해 ‘분단’을 상징했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조열의 희곡은 ‘민족적 알레고리’의 한 표본이라 할 만하다.

왜냐하면 작가는 우리나라의 존재방식을 ‘분단’ 상황으로 환유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세계 밑에 숨어있는 소름 끼치고 위협적인 실제 세계를 재구성'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작품에는 분단과 냉전 이데올로기, 정치, 경제적 낙후성에 의한 시간적 강박증으로

무의식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조열은 분단이라는 시대 상황이 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구조적 악이라고 파악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통일에의 희망이나 기다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이 우화 같은 작품을 통해 부조리극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북분단이 낳은 작가 박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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