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병도 '그런데....' (판타)

clint 2026. 3. 14. 05:55

 

 

무대는 현대로 각종 공구를 들고 작업복을 입은 창조신

(성이 창이고 이름은 조신)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고

어둠과 빛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과 닮은 아담과 이브를 만드는데....

이들에게 조신은 모두가 너희 것인데 사과박스만은 손대지 말라 한다.

그것은 지켜야할 계율이라 하고. 그러나 아담과 이브는 놀다 지쳐

새로움을 찾다가 이브의 애원에 사과박스를 열고 빨간 사과를 깨물어 먹는다.

그리고 조신의 말대로 세상은 혼돈에 빠진다.

()과 명()이 등장해 놀이를 한다. 말을 조리있게 하는 내기이다.

서로 말꼬리 잡고 늘어지다가 거로 무승부. 단판 승부로 결판내기로 하고

하얀 전설이란 금기시 된 내용으로 테이프 붙이기를 하는데 그 결과 '판타'라는

글씨가 나타나고 여인의 산통 소리 끝에 판타가 탄생한다.

태어난 판타는 엄마라는 말을 배우고 얼마 후 창조신을 만난다.

창조신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판타가 궁금하다.

판타가 잘 모르지만 하얀 전설을 찾고 싶다고 하나 조신은 그건 안 된다고 한다.

인간 스스로 계율을 지킬 때까지 도울 수 없단다.

그래서 무작정 판타의 고행은 시작된다. 등짐을 잔 달팽이를 만나

선문답을 나누고 편견이란 여자를 만나 편견속의 세상을 보기도 한다.

그래도 판타는 희망을 잃지 않고 희망을 찾아 나선다.

 

 

구약성서 창세기를 바탕으로 풀어낸 부조리한 작품이다.

이병도 작가 특유의 재치있는 대사와 상징성,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문제를 재미있게 풍자한다.

(1980년 작품으로 제목을 판타로 바꾸어 공연된 작품이다)

 

 

이병도 희곡작가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 앵무새 리코와 알파>로 당선으로 등단

<신의 외출>을 비롯한 30여편의 희곡 발표

이병도는 아주 유니크한 작가이다. 처음부터 사실적 묘사를 포기하고

우화나 동화 같은 세계를 펼쳐 보이는 특이한 상상력을 지녔다.

위의 작품도 천지창조를 독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그의 신춘문예당선 작 <앵무새 리코와 알파>는 한 사람의 화가와

한 사람의 창녀 이야기이지만 둘이 다 같이 현재의 상태 그 이상의 무엇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바로 이 점을 극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