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엄인희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clint 2026. 3. 12. 05:43

 

 

평소 바쁜 업무에 파묻혀 지냈지만 결국 대기발령을 당한 남편 때문에 
분노한 주부 유경자. 그녀는 그동안의 부실한 잠자리가 남편의 과중한 업무 
탓이라고 주장하며 ‘대기업 일조만'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한다. 
재판정에 증인으로 선 원고 유경자와 피고측 변호사 간의 설전은 점점 뜨거워진다. 
그 와중에 원고 유경자의 사생활, 성생활이 만인 앞에서 까발려지고, 그녀는 남편에
대한 수치심, 배신감도 느끼지만 기업의 소모품으로 전락한 남편이 회사에서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치는 동안 자신이 받은 성적 피해와 남편 역시 피해자임을 
역설한다. 과연 판사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내가 알아보니까 6개월 전부터 남편은 정래해고 대상이었어요, 쇳가루도 녹여 먹을

26살 총각이 입사한 지 18년 만에 폐물이 된 것이 상식입니까?" (부인 유경자의 말)

이런 현실을 똑바로 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현명한 아내가 벌이는 소송사건이

'생과부 위자료' 이다. 아내는 남편 정력이 급격히 줄은 주범이 사회라고 보고

당사자인 남편 회사의 그룹 총회장한테 위자료청구소송을 걸기에 이른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를 상대로 '성생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

3차 공판'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한 여성의 성(性)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노력이 드러나나, 
이는 여전히 가부장적 사회에서 조롱된다. 또한 오늘 우리 사회에서 혹사당하는 
남성의 고통도 여전히 당연시된다. 위자료 청구소송 3차 공판은 그녀가 위자료를 

받게 되었다는 판결로 끝난다. 희화화되고 조롱 받던 그녀를, 갑자기 여성해방

투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은 1997년 초연 이후 강우석 감독에 의해 영화로 (1998년)

상영되었던 작품으로 흥행에도 성공해 영화가 원작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다. 

엄인희의 희곡이 원작이고 극단 이다에서 엄인희 연출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부부의 성문제를 다루고 있다. 부부의 성문제는 대부분 개인의

관계로만 규정하거나 남녀의 대립문제로만 이해하기가 쉽다. 많은 작품 속의 관점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부부의 성문제를 사회적 관계 그리고 노동과의

관계로 보고 그 관계 속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작품의 노골적인 대사와 장면들은 자칫 야한 연극으로 이해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야함’이 아닌 불필요하게 감춰져 있는

것의 ‘드러냄’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래서 진급도 하고, 해고 되지 않으려면

쓴소리 군소리 않고 회사가, 상사가 시키는 대로 주억거리며 열과 성을 다해

일에 매달려야 한다. 이게 이 시대 가정을 꾸려가는 직장인들의 삶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이 가족을 위해 뛰면 뛸수록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아이러니! 이러한 역설적 삶의 형성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작품은 부부간의 성트러블을 소재로 여성문제와 사회문제를 ‘코믹’하게 다룬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유경자를 통해 표현되거나 드러나는 성적 언어는 무대 위에

올려지기에 노골적으로 느껴지겠지만, 비슷한 처지의 40대 여성, 남성들 간에는

일상적 가십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의 대변자라면,

그리고 유경자가 소송을 제기하며 지목하고 있는 부분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면,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매우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며,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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