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선욱현 '장화홍련 실종사건'

clint 2026. 3. 13. 09:31

 

 

조선 세종조. 평안도 철산에는 부임하는 신임 부사들마다 원인 모를 죽음을 당하는

기이한 일이 잇따른다. 그리하여 누구도 그곳에 가지 않는데,

정동우는 자진하여 그곳에 부임하기에 이른다.

그와 함께 동행한 젊은 부관 윤경근은 적극적으로 사건에 매달린다.

그것은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신관 사또를 살리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윤경근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단순 가출 사건인 줄 알았던 그 사건이 살인 사건에,

더구나 그 장화라는 여인이 온 마을 남자들의 성적 노리개 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고을 이방과 훈도는 계모와 그녀의 아들 장쇠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장쇠를 추궁한 끝에 칠보라는 결정적 증인이 있음을 알아내지만,

칠보라는 인물은 산 중의 약초꾼으로 그를 찾기에는 시간이 없다.

결국 날은 어두워지고, 신관 사또들이 죽어 나간다는, 그 첫날밤이 다가온다.

긴장된 정동우의 처소로 이방과 훈도가 괴청년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그들은 위압적인 자세로 신관 사또에게 이 사건을 두고 어떤 제안을 하는데 ...   

 

 

 

조선 세종조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적으로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다.

원작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신임 부사 정동우는 희대의 악인으로 전락하였고,

뿐만아니라 고전 속에서 그저 피해자 였던 장화 홍련의 부친 배좌수는

이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등장한다. 고을 이방은 브로커요, 마을 훈도는

공모자로 나와, 이른바 정동우 커넥션이 형성되었다.

그들에게 대항하는 유일한 인물이 신관 사또 정동우의 젊은 부관 윤경근이다.

<권선징악>은 우리 고전에서 흔히 보는 주제이다. 헌데 이 작품에선 그렇지 핞다.

고전 속에 오늘의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보여진다. 이 작품은

고전 <장화홍련전>을 오늘의 의미에 되새겨 재구성한 작품이다.

 

 

 

역사는 진실을 숨기려는 자와 진실을 찾고자 하는 자의 싸움이다.

하지만 역사는 진실을 은폐하는 자들의 승리이다.

진실을 앞세워, 진리를 앞세워 권력 앞에 나아간 자들은 모두 죽었다.

살기 위해 권력에 머리를 숙이고 손을 비벼야 했다. 하지만 진실은 존재한다.

 

 

 

작가의 글 - 선욱현
(...) 이 작품은 장화 홍련이 나오지 않는 장화 홍련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화 홍련 사건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우리가 아는 결론으로 간다.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어떻게 법이 변질되고 조작되고, 한 사건이 은폐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장화 홍련 실종 사건 아니 살인 사건의 범인은 비단 배좌수 뿐만이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 결국 우리 사회로 확대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홈 쇼핑 / 조폭시대 / 장쇠리스트 / 엽기 / … 이 드라마는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위에서 얘기한 제목들이 그 장의 서두를 자막으로 장식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바로 오늘을 얘기하고 있음이며, 우리가 서있는 이 땅을 얘기하고 있음을 강력히 역설하는 것이라 하겠다. 얼핏 보면 가볍고 경쾌한 블랙 코미디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극 초반 30분 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다소 버거운 비극으로 이 드라마는 흘러간다. 너무도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이기 까닭에! 조용한 아침의 고장 (靜肅朝村) - 철산 모두가 장화 홍련의 사건의 조작 은폐에 가담하고 있다. 허씨와 장쇠를 희생양으로 내세움으로서 그들은 '조용한 아침의 고장'을 유지하게 된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진실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