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디가가 패러디 청소년 UCC 공모를 준비 중인 기쁨이는 18살 여고생이다.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
유일한 가족이라고는 철없는 아버지 광현뿐이지만 지방에 따로 살고 있고,
옆에 있는 건 부모님의 별거 선언으로 자신도 별거를 선언하고 집을 나와서
기쁨이의 집에서 얹혀사는 단짝 친구 소라가 전부다.
기쁨을 좋아하지만 고백은 못하고 주변만 어슬렁거리던 동갑 남고생 지호는
홧김에 자신 옆에 앉아 계속해서 냄새를 풍기는 노숙인에게 그만 욕을 했다가
노숙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기쁨이가 사는 동네의 아파트 옥상까지
쫓겨 올라가게 되는 지호는, 뜬금없이 메탈음악 얘기를 꺼내오는 노숙인과 서툴게
얘기하게 되고 극적으로 화해하게 되는데...

한편, 기쁨이는 지방에 따로 살던 자신의 아버지인 광현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는다.
병에 걸려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한껏 멋을 부리고 나타난 광현은
철부지 방식 그대로 기쁨이와의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딸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가족 속에서 외톨이들로
살아가는 그들 모두의 일상은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는 동안 광현은 수술을 받기 전
지난날의 자신과 앞으로의 딸의 미래에 아빠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희망한다.
그리고 수술을 받기 위해 지방으로 다시 떠나기 전 기쁨이의 아이패드에 레이디가가의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두고 떠난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기쁨이는 세상살이에 서툴렀던 아빠와 서툰 화해를 시작한다.

영화감독이 꿈인 기쁨이는 아빠의 가출로 혼자 살고,
소라는 이혼을 앞둔 부모에게 반항하려고 집을 나와 기쁨이네 집에 얹혀산다.
슬기는 베트남 결혼이민자인 엄마를 호강시켜주기 위해 돈을 벌고 싶고,
민지는 대학가기 전에 성형을 하려고 돈을 모은다.
말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욕을 달고 사는 여고생들과 찌질이 왕따 모범생
지호까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반항하며 아우라를 내뿜는 이들의 모습은
여느 청소년들 비슷한데,
뭔가 이 친구들 선의로 충만해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를 생각하며 힘든 아르바이트에 전념하고,
친구가 자살하려는 것을 막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에 반대하며,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자의 성정체성을 가진 아빠를 이해하고
자신이 처한 다문화가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며
사회 전반에 깔린 차별과 타자에 대한 혐오를 인간애로 해결해가는
청소년들만의 지혜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솔직히 청소년 자살 문제는 연극 소재로는 뻔한 이야기다. 기존에 많은 작품에서
계몽적인 면만 충실한 나머지 ‘죽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자’라는 강요해왔다.
그러나 최원종의 ‘외톨이들’은 다르다. 연극적 재미와 희망의 메시지가 잘 버무려진
‘웰메이드 정신건강 연극’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하나같이 불안한 존재인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관계를 ‘단정’ 짓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고민은 새털처럼 가볍고, 내 고민은 바위처럼
무겁다고 아우성친다. 이들은 ‘노숙자’를 만나면서 삶의 희망을 노래한다.
외톨이들이의 수척해진 인생, 야위어만 가는 인생은 춤과 노래,
재치 넘치는 대사로 융통성 있게 표현한다.

작가의 글: 최원종
예전이나 지금이나 십대는 힘든 것 같습니다. 십대라서 말입니다.
가족이 붕괴되고 학교에서는 외톨이로, 사회에서는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들로
취급을 받으며 삶을 견디어 내는 십대, 하지만 그들의 어깨에는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큰 짐이 실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십대는 아픔에 병들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가정의 붕괴라는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도 밝고 독립적이며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개척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십대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픔 속을 헤매고 있는 십대들에게도 용기를 잃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렇게 쓰여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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