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현 '아, 안평대군'

clint 2026. 1. 24. 11:12

 

 

 

세종의 아들 중 셋째인 안평. 특히 서예와 시문에 능해 그러한 친우, 선후배가 
많다. 왕궁 옆에 수성궁이란 사궁을 하사받아 거기에 기거하며
정치에는 거의 관심없이 시를 읊고 서로 평가하고 토론하며 지낸다.
이 수성궁에도 여러 궁녀들이 있는데, 모두 안평대군이 뽑고 가르쳐
시문에 밝고 음악, 춤, 그림 등을 두루 잘하는 재능있는 궁녀들이다.
막이 오르면 성삼문(근보)과 최흥효(월곡)와 술을 마시며 시문을 읊는데
안평이 궁녀들의 실력을 보여준다며 돌아가며 현재를 시로 읊어보라 한다.
궁녀 모두의 자작한 즉흥 시가 예사롭지 않자, 성삼문과 최흥효는 눌란다.
특히 운영이란 궁녀가 시문에 미모까지 대단하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진사에 합격하고 시문이 우수하다고 평이 난 김생을
특별히 초대하였고, 그의 시를 듣는데, 역시 대단한 재능을 뽐낸다.
그 시를 한문으로 한장 써달라는 부탁을 받자, 운영이 옆에서 먹을 갈고
준비하고, 김생이 붓에 먹물을 묻히며 들다가 운영의 손에 한 방울 떨어진다.
좌중의 모두는 김생이 점찍었다고 웃으면서 끝났지만
운영과 김생은 서로 마음으로 교감했는지, 서로의 그리움에 빠진다.
운영이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도 없고, 그 편지를 받은 김생도 답 편지를 
보내야하는데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가 무녀를 만나 실마리를 찾는다.
다음 날 수성에 들어온 무녀는 운영을 만나 편지를 전하고, 조만간 완서(소풍) 때
무녀의 집으로 오면 만나게 해주겠다는 기별을 준다. 
그리고 그 날이 오고 잠깐 만난다. 
그 후, 더욱 서로가 그리워진다. 늦은 밤, 김생이 목숨을 걸고 월담하여
만나지만, 위험하기에 운영이 궁을 월담하여 둘은 멀리 도망가기로 한다.
결국 운영은 자신의 패물을 챙겨 담을 넘고, 무녀의 도움으로 광대패들의
도움으로 사랑의 도피를 시작하려는데.... 관군들이 몰려와 잡히게 된다.
안평대군 앞에 잡혀온 두 연인. 과연 어떻게 될까?



"아, 안평대군"은 세종대왕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의 사궁 수성궁을 무대로
양반과 사랑에 빠지는 궁녀의 얘기를 소재로한 작품이다. 현대적인 색채를 많이 
가미해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자유연애를 다루고 있다. 
이재현의 희곡작품을 1994년 서라벌 국악 예술단이 KBS홀에서 공연했다. 
이종훈 연출. 부제는 "살고지고 살고지고"이다.

이 작품에는 여러 싯귀들이 많이 나온다. 이재현 작가의 창작인지

아닌지 모르나 장면에 어울리는 잘 쓰여진 시조를 읽고 느끼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고전소설 <운영전>을 참고로 한 이 작품은 결말이 다르다.

 



대군으로 자신 휘하의 궁녀가 월담하여 남자와 도망친 일은 자신의 결단으로
중형에 처할 수 있는 위치에서 안평은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듣는다.
소식을 듣고 급히 찾아온 성삼문과 최흥효는 선처해 달라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정작 김생과 운영은 저하께 불충했고 본인들 죄가 분명하니 
같이 죽여달라고 하소연한다. 이에 다른 궁녀들 모두, 선처를 호소한다.
안평은 "궁에도 법도가 있으니, 운영은 오늘밤 다시 월담하여 나가라.
그리고 조만간 김생 부친에게 각별히 부탁하여 두 사람의 혼례를 성사시키도록 
하여주리라." 라고 한다.

 

연극 <상사몽>

 

 

고전소설 <운영전>
작자 및 연대미상이나 조선 숙종 때 17세기 무렵으로 추정되는 고대소설이다. 작품의 80%이상이 꿈속의 일을 다루고 있어 구성상 몽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 고전소설이 행복한 결말임에 반해 <운영전>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신분적 제약과 봉건사회의 상징인 궁중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을 쟁취하려다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의 운명은 유교적 질곡과 유린당한 인권에 대한 저항이며, 더 나아가 봉건사회의 모순과 붕괴, 인간성의 해방이란 의미도 내포한다. <운영전>은 단순한 애정문제뿐만 아니라 한 인간과 한 시대의 사회, 정치적인 문제들까지 다룬 점에서 고전소설 중 탁월한 애정소설이라 할 수 있다. 안평대군은 세종의 셋째 아들로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예술이라든가 풍류에 전념하는 것으로 증명하며, 또는 펼칠 수 없던 정치적 욕망을 시문과 풍류로 달래었던 대개의 대군들처럼 안평대군 또한 시문에 정진하였다. 시문(詩文), 그림, 가야금 등에 능하고 특히 글씨에 뛰어나 당대 시서 (詩書)로 이름이 높았다. 때문에 안평대군이 머물던 수성궁은 일급 문인들의 사교장이자 이름을 드러내는 등용문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수성궁과 안평대군은 역사적 사실로 조선시대에 실존하였으나, 고전소설 <운영전>에서는 실제와는 다른 공간과 인물로 표현하여 극적 흥미를 부여했다. 소설 속의 안평대군은 수성궁에 모여 밤새도록 문장을 겨루고 강론을 펼치는 뛰어난 문인재사들을 거느렸으며, 당시 봉건사회에서는 진보적인 사상으로 남녀를 동등하게 간주하여 어리고 예쁜 열 명의 궁녀를 골라 문인 재녀로 만들고자 했다.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여성 문인을 만들기 위해 혹독한 수련을 강요하며, 외부와의 엄격한 차단으로 공부에만 전념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안평대군은 일체의 인간적 감정을 혼탁한 욕정으로 여겨, 궁녀들이 욕정이 거세된 순수한 감정을 보존하도록 궁 밖세계와 완벽하게 절연시키고자 한다. <운영전>에서 수성궁의 궁녀들은 궁밖 출입을 하거나 이름조차 알려지면 죽음으로 벌을 하겠다는 안평대군의 엄포 아래 구속된 삶을 살았다. 수성궁이 얼마나 폐쇄된 공간이었는지를 궁녀들 스스로 새장속에 갇힌 새와 같으니 하늘의 도우심을 힘입어 내세에서는 이런 생활을 면하기 바라던 데서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