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향갑 '또 하나의 진실'

clint 2026. 1. 16. 08:07

1997 문화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미결수들이 재판을 기다리는 미결감방에 형을 죽인 살인범 송재오가 신입으로 
들어오면서 이 극은 시작된다. 폭력배 또치와 경제사범 봉팔, 소매치기 자꾸의 
시각을 통해 송재오의 범죄를 따져 묻고 재오의 범죄는 형을 술에 농약을 타서

살해한 것이다. 이들은 예상 판결을 하는데...무기징역이라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검사의 공소장에 밝힌 것처럼 비인륜적이고 패륜적인 
살인범 송재오의 또 다른 모습이 엄마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다.
42살의 형 송재기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동생들 뒷바라지 하다가
본인의 결혼시기도 놓치고 사는데... 얼마 전부터 술이 늘기 시작하고...
만취한 채로 어머니를 폭행했던 것이고, 방학 때 내려온 동생 재오가 

그런 상황을 본 것이다.
사건 당일 밤, 어머니의 증언으로는 재오는 형의 행동에 분개해 부엌에 있던
소주 대(大)병을 마시고 다음날 새벽에야 깨어났다고 하는데...

어머니와 아들의 진술이 틀린 것이다.
변호인은 이런 취지의 말로 객석에 반문한다.  
"송재오는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성적욕망에 병적으로 고갈된 한 농촌의 중년 아들이 노모에게 행한 부도덕한 행위는 

이를 우연히 목격한 아우 재오로 하여금 충동적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

정의를 바탕한 것이기는 하나 그 살인행위는 일단 범죄로 인식되고,

아우는 그 진정한 동기를 감춘 채 다만 법의 처벌을 받고자 한다.

자신의 희생으로서 가문의 치욕과 불명예를 영원히 마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희곡의 법정은 그와 같은 숨겨진 사실의 이면에 엄연히 존재하는

오늘날의 사회가 바로 모든 극적 행위의 근원을 밝혀냄으로서 현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또한 그에 대한 동정 어린 정의의 심판을 촉구한다.

우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 극의 장점으로서, 전체적으로 맛깔스러운 남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한 대사와, 비교적 반듯한 극작법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인물의 성격과 배경, 상황에 일관성 있는 사투리에의 구사가 되기만 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언어가 이 극의 행위에 적극적인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서

선택된 것이라는 게 작가의 필치는 분명히 예리했다고 본다 
이 법정극의 최종 심판을 관객에게 내려줄 것을 제시하는 방법으로서

작가는 끝장면에서 지금까지 극중 인물인 변호사를 내레이터로 선정한다.

지극히 편파적인 결론으로 관객을 유도하는 그의 행위는 객관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

문제 제기 자체로서 극은 충분히 관객에게 본래 의도한 의미를 관객에게 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맺음을 할 때 관객은 나름대로의 선택과 결론을 내릴 것이다. 

 



작가의 글 - 고향갑
이 극의 배경과 내용은 급속히 도시화, 물질화되는 현대사 회에서 황폐해져 가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주인공 재오와 함께 등장하는 배우들의 말과 몸짓을 통해 표출시키고 있다. 바쁘게 너무도 바쁘게만 돌아가는 이 사회에 묻혀 정작 잊고 있었던 가족애와 인간 본연의 사랑이 이 연극을 통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만 있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