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설유진 '나의 사랑하는 너'

clint 2026. 1. 14. 10:36

 

 

여자는 다른 여자를 기다린다.
20년 만이지 했지만, 19년 만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때 우리 사랑은 소문 같은 거였으니까. 
나는 줄도 모르는 거. 하는 줄도 모르는 거..
신촌거리를 걷는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9년 만에 처음 만난 점심 자리에서 한 여자(지원)가 다른 여자(선주)에게 
‘미안해’라고 사과한다. 다른 여자는 계속 ‘뭐가?’라고 되묻는다. 
극 전체는 한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사과하고 다른 여자가 이 사과를 결국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둘은 중학교 3학년 때 단짝이었고,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가 어떤 이유로 갑자기 멀어졌다. 
둘은 서로가 멀어지게 된 정확한 계기를 알면서도 결코 그 계기를 입 밖으로 
발화하지 않고 변죽만 울린다. 극이 진행되면서 그 계기가, 사건이, 기억이, 말이,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결국 폭발하고, 둘은 서로를 당기고 밀친 그 실체가 
‘사랑’이었음을 고백한다. 선주가 떠나고 남은 지원에게 카페 알바 재희가 다가온다. 
재희는 울고 있는 지원에게 사랑한다고, 첫 눈에 반했다고 말한다... 
그때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게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연극 '나의 사랑하는 너'는 설유진 작/연출의 작품으로, 2018년 말 신촌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한국 퀴어 연극의 흐름과 빛을 다루는 독립극으로, 배우들이 
관객을 직접 바라보는 독특한 연출이 특징인 연극이다. 이는 연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다
연극은 삶과 죽음,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탐색하며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다. 
카페 테이블이라고 설정된 곳에 관객을 바라보고 나란히 앉은 지원과 선주, 
그리고 카페 종업원 재희는 서술체와 대화체, 독백체를 섞어 쓰며 발화한다. 
서술을 통한 묘사가 사용된 독특한 형식의 연극이다. 
관객들은 지원과 선주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이전에 
객석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과 눈빛, 작은 손동작, 미묘하게 바뀌는 
자세를 통해 두 사람 각자의 내적 상태를 먼저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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