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의 비극인 6․25로 미처 한강을 건너지 못한 서울 시민들의 비참한 생활이
시작된다. 미군부대의 물자 도난 사건에 연루되어 피해 다니는 순철은 전쟁터에
나간 약혼자의 전사 통지서를 받고 비탄에 빠져 자살하려는 희순을 구하여
한강을 건넌다. 세월이 흘러 30년의 시간이 지난다. 전쟁으로 조국을 등지고
남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창호가 딸 지나를 데리고 서울을 방문한다.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조국에 감격해 하며 남대문 시장으로
들어와 어렸을 때 살았던 고모집을 찾다가 희순과 순철을 만난다.
이를 계기로 전쟁 중에 함께 살았던 구두닦이, 소매치기, 거렁뱅이 소년들이
건강한 중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그 후손들은
미래의 밝은 한국을 노래한다.

동강난 혈육의 한을 뮤지컬로 88서울예술단은 1990년, 6․25 40주년과 보훈의 달을 맞아 정기공연작품을 <기억하시나요, 그 날을: 漢江은 흐른다>로 선정하고 전국 순회공연에 들어갔다. 부산공연은 당시의 처절했던 피난시절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25일 당일 부산문화회관 무대를 장식한다. 국수호 감독은 “정기공연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지 않고 공연을 하는 이유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어렵게 탄생한 작품을 다듬어 창조하는 것이 우리 88서울예술단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김우옥 교수(서울예전)는 “6․25의 한강이 빈곤과 비참의 상징이었다면 오늘의 한강은 풍요와 번영의 상징으로 변화했지만 한강의 번영 속에는 아직도 6․25 때 한강으로 인해 헤어진 이산가족, 우리 민족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음을 가벼운 뮤지컬 양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유치진의 원작 <한강은 흐른다>를 1부로 삼고 2부에 40년 후인 1990년을
무대로 그 당시 어린 애들과 청년들이 40년 후 현재 중년과 노년으로 서울에서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기약하는 부분을 첨가한 것으로
윤대성 작가가 극본을 썼고, 뮤지컬 안무에 박일규, 작곡에 김정택 연출에 김우옥씨가 참여했다.

원작 <한강은 흐른다>는 유치진의 장막희곡이다. 유치진이 6·25전쟁 직후 세계 연극계를 시찰하고 돌아와서 1958년 월간 '사상계(思想界)'에 처음 발표한 희곡으로, 극단 신협(新協)이 같은 해에 국립극장에서 공연하였다. 유치진은 데뷔 당시에는 농민몰락을 주제로 한 저항극을 주로 썼고, 다시 역사극으로 방향을 돌렸다가 광복 직후에는 계몽극을 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전쟁을 겪으면서 반공극을 쓰다가 서양견문을 넓힌 직후에는 휴머니즘 짙은 전쟁극을 썼는데, 그 대표작이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직전에 쓴 <자매>에서처럼 순진무구한 젊은 여성을 통하여 6·25전쟁의 참상을 부각시킨 희곡이다. 즉, 여주인공 '희숙은 6·25전쟁중 폭격에 맞아 유방을 잃는 중상을 입는다. 여자로서 갖추어야 할 신체적 조건을 잃고 번민하던 그녀는 드디어 사변으로 헤어졌던 약혼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거의 삶을 포기하다시피하였던 그녀는 약혼자의 혼인제안을 거부한다. 불구의 몸으로는 혼인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혼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집요하게 혼인을 재촉한다. 자존심이 강한 여주인공은 고민 끝에 자살하는 내용이다. 산야에 입혔던 전화(戰火)처럼 6·25전쟁은 여자들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고, 더 나아가 인간들을 절망으로 몰아간 비극의 원인이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한강은 흐른다>는 또한 그가 썼던 과거의 작품들과는 형식면에서 진일보한 것이 주목된다. 즉, 다른 희곡들과는 달리 비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색채가 드러나며, 대사도 비교적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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