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복을 입고 있는 여인 포포바.
7개월 전 죽은 남편을 기리며 외출도 안 하는 미망인.
포포바의 남편이 진 빚을 받기 위해 그녀를 찾아온 지주 스미르노프.
당장 갚으라고하는데 포포바는 모레 집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란다.
몇 군데 채무자를 찾아다니는데 모두 돈이 없거나 피해서 허탕쳤고
여기서마저 돈을 못받으면 은행에 신용불량자로 찍힐 처지이다.
모레 다시 오라는 포포바의 요청에 당장 내놓으는 스미르노프.
불같은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하인 루카를 사이에 두고 날카롭게 대치한다.
그러다가 포포바가 "곰... 무식한 곰"이란 말에 사태는 급변한다.
뚜껑이 열린 스미르노프가 결투를 신청하자 포포바가 바로 응답한다.
지금 바로 하자고. 죽은 남편의 총을 가져온다.
이 장면부터 스미르노프의 눈에 채무자의 부인이 아니라 여자로,
자신이 찾던 그런 여성으로의 포포바로 보이는 듯하다.
남자가 어떻게 여자에게 총을 쏘냐고 결투를 하면 자신은 위로 쏘겠다고 한다.
그리고 결투분위기에서 무릎을 꿇고 사랑을 고백하는 스미르노프,
그리고 열렬히 포옹하며 끝난다.

1888년 2월에 창작되어 같은 해 8월에 <새 시대>라는 신문을 통해 발표되고
그 해 10월에 모스카바의 꼬르쉬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된 「곰」은
최초로 체호프에게 희곡으로도, 공연을 통해서도, 성공을 가져다 준 단막극이다.
이 희곡은 남편이 사망한 후 정조를 지키려던 젊은 미망인과
여자를 기피하려는 한 지주가 미망인의 죽은 남편이 남겨 놓은 금전문제에
휘말려 다투다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포포바의 남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느꼈던 여자의 심리는
사랑이 아니라 바람둥이 남편에 대한 복수심이었고...
대사에 나오는 스미르노프의 여성편력도 만만찮아서 일종의 여성
혐오같은 것에 고착된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포포바를 보고
이상형으로 눈이 확 뜨인 것. 둘은 서로 천생연분을 만난 것이다.
체호프의 반전 묘미를 느낄수 있는 단막극이다.
원작을 오세곤이 재구성하여 극단 노을에서 공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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