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가오위안 '선택'

clint 2025. 12. 29. 20:45

 

 

 

태아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태어날지 말지를 선택하게 해보면 어떨까? 
출생 전에 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부모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자기가 
태어날 가정과 사회 등의 환경조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에 출생여부를 
결정하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는 태어났을까? 
더 나은 환경에서 태어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더 했을까? 
내가 부모라면 출산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막이 오르면 아래와 같은 멘트가 나온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뇌파를 통해 미출생 태아와 소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각 개인이 가지는 생명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여 각국에서는 연이어 법을 내놓고 
있는데, 이 법안에 의하면 태아가 8개월이 되었을 때 부모는 반드시 태아의 
의식체와 뇌파소통을 실시해야 한다. 이때 부모는 태아의 기초 건강상태가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하고 아이가 묻는 모든 질문에 대답해야 하고 아이는 자의에 의해 
이 세상에 운용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태아의 의지에 반하는 낙태나 강제 출생은 
모두 위법 행위로 간주하여 엄격하게 처벌한다.

 



만만찮은 5건이 미결로 뒤로 미뤄져 그 소통이 시작된다.
1. 태아 시닝:  5번째 소통이다. 4번은 부모의 의지가 미약해서 시닝이 거부했고,
이번엔 그 부모가 나와 강남1학군으로 이사했고, 그간의 실패를 거울삼아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닝은 다소 미흡하지만 ok한다.
2. 태아 마크: 부모가 모두 농아이다. 마크가 질문을 해도 주임이 통역하듯이 
직접대화가 안 되자,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하고 부모와의 뇌파소통으로
부모의 따뜻함을 느낀다. 마크도 진단결과 농아임이 밝혀지지만 마크는 
출생하기로 한다.
3. 태아 원숭: 엄마가 혼자 나왔다. 아빠는 태아를 원하나 본인이 싫기에
원숭을 설득해서 출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원숭은 개인적으로
세상에 나가고 싶은데, 엄마의 기에 눌려 포기한다.
4. 태아 정남: 시골에 사는 부모, 누나3명이 왔다. 독자집안에 대를 잇기위해  
태아판별도 하고 아들이라고 하자 난리가 났단다. 정남은 세상에 나가는데
자신의 문제인 여성취향의 성정체성을 말하고, 부모와 누나들의 협조를 구한다.
5. 태아 난난:  엄마 혼자왔다. 결혼은 안했고 아이를 원해서 정자은행에서 임신을 
했고, 난난은 자신의 정상적이지 못한 잠재된 불치병을 얘기하는데... 엄마도
알고 있었다. 태아 건강을 검진한 의사를 통해 남자쪽의 유전인자 문제란다.
둘은 50% 죽을 확률이 있지만 50% 살 확률도 있다며, 태어나서 같이 이겨내자고 
다짐한다.

 



동화적 상상력과 설정으로부터 전개되는 태아-부모 5조의 대화가 하나하나 전개되면서 우리는 생명의 자율성과 존엄성에 관한 퍽 묵직한 상황에 접하게 된다. 현대 사회의 과열 교육경쟁은 출생을 앞둔 태아와 부모에게 어떤 강박으로 다가올까? 선천적 장애가 있는 태아와 그 아이를 출산하고 싶은 부모가 기댈 수 있는 근거와 정당성은 무엇인가? 출산과 출생의 주체이면서 정작 자기 결정권으로부터는 소외된 여성과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정 성별과 성 정체성의 불일치를 대면하게 될 태아와 그의 가족은? 유전적 문제로 치명적 불치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경우 부모와 태아는? 어느 경우 하나 만만한 주제가 아니다. 이런 사연들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의 작품에서 한꺼번에 던지다니. 이 질문들은 철학적인 것, 윤리적인 것, 사회구조와 관계된 것, 감성의 영역을 올리는 것 등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선 '평화 대신 불을 가져올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무거운 돌덩이를 집처럼 던져주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모와 태아 간의 대화는 모두가 솔직하고 개방적이다. 여기에 따른 소박하고 따른 강렬하고 때론 아름답고 때론 귀여운 옹변이 펼쳐진다. 이런 웅변이 이 작품을 작위적이라고 느끼게 하지도 않는다. 이 또한 작가의 능력이다. 결국 각각의 난제에 대한 대화는 진한 감동을 넘어서는 강력한 울림을 던지며 마무리된다. 그러므로 작가가 던진 많은 질문들은 오히려 출생과 생명의 존엄에 관한 우리의 사유와 실천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장하고 희망과 연대의 지평을 넓혀준다.

 



2024년 9월 제17회 베이징 프린지(청년연극제)에서 처음 공연된 이 작품은 <신나는 극단)>을 위해서 창작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유쾌한 <신나는 극단>은 장애-비장애를 포괄하는 연극 애호가들이 2023년에 창립한 장작 연극단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들을 연결하고, 신제적 속박을 초월하여 '포용적이고, 다원적이며, 융합적인 사회 환경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활동한다. 50명 이상의 배우를 포함한 70명 남짓한 극단 인원 중 장애인이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 작품의 공연도 마찬가지로 등장인물의 대다수를 장애인 배우들이 맡아서 공연하였다. 2025년 6월엔 프리즘연극제에 초청받아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고 7월엔 텐진청년 연극제에 초청받기도 하였다.  

 



작가 가오위안은 기성 매체의 현직 기자이자 편집자이기도 한데, 2019년 이후 장애인과 성소수자를 위한 공익 활동에 참여하던 중 <신나는 극단>과 인연을 맺게 되어 극본 창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2022년 완성한 첫 번째 작품 <역전된 미래>와 2023년 완성한 이 작품은 모두 <신나는 극단>의 공연을 위해 창작되었다. <역전된 미래>는 SF 형식의 추리극으로 이른바 '신체장애와 정상성'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수작이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생명, 출생, 출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부가적으로 교육, 가족, 젠더, 장애, 세대 갈등 등과 같은 다양한 의제에 대한 토론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부모에게든 자녀에게든 극본으로, 연극으로서는 물론이고, 훌륭한 교육자료이자, 치유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대와 포용의 한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작품 속 태아들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