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은 가난한 소작농 일가의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말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가진 아버지가 있고, 말 때문에 집안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에 불만을 가진 아들
장남과, 집안의 문제아이며 전과자인 차남,그리고 순종적인 어머니가 있다.
여기에 더해 아버지와 장남의 갈등을 있게 한 실제적인 대립 축인 교장 네고로와
이 모든 갈등을 만들어내는 존재인 말이 있다.
<말>은 가난한 소작농 기타츠미키치 일가의 현실을 다루지만, 그들의 아버지는
말을 지극히 아끼는 인물로, 말과 가깝게 교감한다.
그러나 밀린 소작세 때문에 그렇게나 아끼는 말을 팔기로 한다. “자기 딸을 파는
사람도 있는데” 말을 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장남은 말을 그렇게나 아끼는 아버지가 말을 팔 수 있을지 믿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 없으면 농사일에도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작료에 대한 압박 때문에 자기 몸처럼 아끼는, 말을 팔기로 한다.
이 와중에 등장한 지주 네고로는 흥정을 결렬시키고, 수년치가 밀린 소작료를
마련할 때까지 맡겠다며 말을 끌고 가 버린다.
더구나 집 앞으로 큰 길이 나면서 집이 통째로 없어지게 되었는데, 아버자는 말이
배탈이 났다는 이유로 수의를 부르러 간다고 하고, 이를 말리는 가족들에게
낫을 휘두르면서까지 말에게 집착한다.
결국 도로가 나면서 집이 헐리고 “논두렁 가운데 지저분하고 초라한 집”에 살게
되지만 기타츠미키치는 여전히 말에 미쳐 집안을 돌보지 않고, 이에 화가 난
장남은 말이 없어져야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여 지주의
마구간에 불을 지르고 만다. 그러나 신념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금세
후회하고 도망치고, 이를 목격한 동생은 형도 자신과 같은 전과자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좋아한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오히려 문제 많은 둘째아들이 불을
질렀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를 붙잡으려 하고, 이에 장남이 나서서 자신이
불을 질렀다고 고백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둘째를 잡으러 나선다.

사카나카 마사오의 3막 희곡, 32년 5월 문예지 <개조>에 발표, 동년 7월 전진좌 초연. 불경기의 절정에 이른 와카야마 지방의 가난한 농촌이 무대로. 말을 좋아하는 빈농의 가장이 지주에게 바칠 밀린 소작료으로 자신이 제일 애지중지하는 말을 빼앗기게 된다. 거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의 희비극을 매우 능숙한 솜씨로 다뤘다. 특히 억센 의욕에 찬 농민의 기지를 리드미컬한 방언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사카나카 마사오가 처음에는 시를 쓰다가 뒤에 기시다 구니오에 사사를 받아 극작에 정진하였으며, 소화 7년(1932) 개조의 현상에 <말>이 당선되어 극작가로서 걸음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작품 경향은 대표작 <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어딘가 바보스러운 것 같은 유머가 감도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말>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재미는 파스라는 형식을 적절히 활용하는 데서 온다.즉 소작료로 아끼던 말을 빼앗기고,살던 집에서조차 쫓겨 나는 농촌 소작농의 비참한 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그들의 상황에 감정이입하게 해서 관객들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 일가의 인물들을 이상하게 드러내어 문제적 상황을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극은 파스의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이 극과 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데, 이는 등장인물들의 독특하고 이상하기까지 한 성향과 행동에서 기인한다.

유치진의 <소>가 <말>의 표절일까?
<말>과 <소>는 가족 구성에서부터 말과 소에 대한 농부의 애착, 소작료 때문에 말과 소를 빼앗기는 설정이나, 장남의 방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소>보다 앞서 발표되어 일본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던 <말>을 유치진이 희곡으로 읽거나 실제 공연을 관람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유치진은 동랑자서전에서 1934년 3월부터 1935년 5월까지 극작술과 연출공부를 위해 일본에 체류하며, “도일 목적인 연극 공부에 열중했고 짧은 시일에 최대한의 지식과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말>이 여러 차례 상연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말>은 1932년 5월, 처음 공연된 이래, 1934년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공연되며, 이후 1934년 10월 24~26일까지 또, 1934년 12월 24~25일까지 각각 공연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유치진에 관한 기록이나 회고에서 <말>에 대한 언급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치진이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말>이 여러 차례 공연되었고, 또 그 기간에 <소>가 발표된 것을 보면, 유치진이 <말>공연을 직접 보았을 가능성은 높으며, <말>의 방식을 활용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시도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용상의 같고 다름 보다 이러한 선택을 한 유치진의 의도이다. <소>는 그 이전의 <토막>류의 작품과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서연호는 <소>와 <말>이 ‘가족구성과 말이나 소에 관한 농부의 애착, 소작료로 말과 소를 빼앗기는 것, 장자와 차자의 성질 그리고 장자가 불을 지르는’ 등의 유사성은 발견되지만 <말>은 말을 중심으로 한 부자간의 갈등이 중심인데 비해 <소>는 형제간의 갈등이라는 점, <말>이 말에 대한 농부의 병적인 애착이 방화 동기가 된다면 <소>에서는 지주 때문에 결혼을 못하게 된 것이 방화 동기라는 점, 그리고 <말>에서는 소수 인물의 역할과 갈등이 잘 표현되었다면, <소>는 <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물의 성격 추구가 미약하고 갈등 구조가 느슨하여 산만한 느낌을 주며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표절이 아니라 다만 예술적인 영향관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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