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낡은 오두막, 돌포는 발을 씻고, 베르또는 상념에 잠겨있다.
돌포는 발 씻고는 슬리퍼를 내놓으라고 우기고, 결국 슬리퍼를 놓고 싸운다.
그러던 중 쇠약한 베르또가 기운 잃고 쓰러지자, 돌포는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며
보살펴준다 하나 남은 계란을 요리해 둘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서, 둘은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레지나가 솔과 걸레를 들고 와 청소한다. 돌포는 레지나에게 남자 좀
그만 밝히라는 둥 이죽거리자, 레지나는 그와 말싸움한다 잠시 후 돌포의 제안에
따라 '형이상학적'인 주제로 바뀌면서 굶주림, 선거 등에 대한 시덥잖은 대화가
오간다 돌포의 구박에도 레지나는 맞서서 말대답을 계속하고, 베르또는 가끔
돌포의 편이 되기도 하고, 레지나의 편이 되면서, 둘의 격렬한 말싸움을 말린다.
누군가 찾아온다며 청소를 끝낸 레지나는 '그'를 기다리고, 돌포는 오지도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그녀를 한심해한다. 레지나는 '그'는 단지 좀 늦는 것 뿐이며,
반드시 올 것이라고 우긴다. 돌포와 레지나의 서로를 헐뜯는 말싸움이 계속된다.
레지나는 눈에 백내장이 생겼다며 곧 눈이 안보이게 될 거라고 걱정한다.
셋은 전축을 틀어 30년대의 음악을 듣는다. 돌포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베르또는 그를 칭찬한다. 레지나는 '그'를 기다리는데 집착한다. 그녀는 자신은
부끄러운 과거를 씻기 위해 교회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왔다며, 자신은
둘과 다르다지만, 돌포는 코웃음치며 이미 셋이 함께 같은 배를 탔음을 상기시켜
또 다시 둘의 언쟁이 시작된다. 레지나는 아마 내일 올 모양이라며 마음을 달랜다.
이틀 후 베르또와 돌포는 레지나가 찾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하면서, 그녀에 대해
얘기한다. 손은 잡아봤는지, 엉덩이를 만졌다는 게 진짠지 등등 그러다가 둘은
문득 레지나의 '그'를 기다리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둘 중의 하나가 혹시 없어진다면 남은 하나는 홀애비 신세가 될 것이라며,
서로를 더욱 이해하기 위해 대화한다. 마침내 레지나가 찾아왔다. 잔뜩 차려입은
모습이지만, 무슨 충격을 받은 듯 알 수 없는 몇 마디를 내고는 쓰러져 버린다.
그녀를 서로 돌보겠다고, 토닥이는데, 레지나가 깨어나자, 베르또는 '그'를 만났는지
묻는다. 돌포는 있지도 않은 사람을 기다린다면서 베르또를 야단친다. 레지나는
'그' 사람이 있다며 말을 꺼내자, 돌포는 계속 딴 데로 화제를 돌리지만, 레지나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는 사회보장재단의 사람이라고. 돌포와 베르또는 여기를
떠나 수용소로 가야 한다고, 마을 사람들도 그 둘을 쫓아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베르또는 영문을 몰라하고, 사실을 말해버린 레지나에게 분을 참지 못한 돌포는
그녀와 싸운다. 레지나는 고집스런 돌포는 제쳐두고, 베르또라도 이곳을 떠나게
온갖 설득을 해보지만, 베르또는 돌포의 의견에 고집스럽게 따르겠다고 한다.
결국 레지나는 곧 이 집에 철거될 것까지 말하지만, 둘의 고집에는 변함이 없다.
둘을 위해 애써왔던 자신을 한심해하며, 레지나는 영영 그들의 곁을 떠나버린다.

며칠이 지나고, 두 늙은이는 배고픔 속에서 쓸쓸히 레지나를 그리워하고,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지만, 베르또는 몸이 점점 쇠약해져 간다. 돌포는 불안해지고, 둘은
계속 대화하려 애쓴다. 돌포는 베르또가 기운을 잃고 정신을 못 차리자 절규하며
그가 죽지 못하게 무진 애쓴다. 돌포는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놈인지를 고백하고,
제발 자기 곁에 남아달라고 애원한다. 베르또는 니가 원하면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돌포는 짐을 싸서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자고 하지만,
베르또는 이미 너무나 지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끔찍해 한다
베르또는 점점 시적인 환상에 빠져들고, 집을 철거하는 불도져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가운데, 둘은 멋진 시 귀절을 번갈아 읊조리는데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다가 둘은 갑자기 떠들기를 멈춘다. 불도저의 소음이 무대를 장악하고
어둠과, 완전한 침묵 속에서 막이 내린다.

에바 프란키의 상황희극이다. 60대 인생의 길 끝에서 창고 같은 누추한 데서
살아가는 아웃사이더 돌포와 베르또, 그리고 이들을 도우며 삶의 낙을 찾는
창녀 출신의 레지나. 그들은 애증이 오가는 구차한 삶 속에 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그마저 서로의 갈등으로 쉽지 않다. 현실이 아무리 가혹해도
자신들이 선택한 "인간다운 삶"마저 포기할 순 없다. 레지나를 통해 구원자인
'그'를 알게 되고 구차한 삶속에서 그를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렸던 "그"의 실체가
밝혀지고, 곧 철거될 오두막집에서 베르또와 돌포를 구해내려 한 그녀의 의도에
허상은 하물어진다. 사회적 혼란속에서 살아 가는 오늘의 관객에게 웃음과
페이소스의 이중주를보여준다.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통해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연극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극작가 에바 프란키의 작품으로 91년 이탈리아에서 초연 후
미국와 터어키에서 1년씩 장기공연된 국제적 레파토리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연상되는 부조리적 상황이지만 추상적
의미보다 우정과 애증이 교차하는 등장인물들의 삶이 먼저 가슴에 와닿는다.
때론 잔잔한 웃음, 때론 연민으로....
이 작품은 우리극연구소에서 1997년 5월 임경식연출로 국내초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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