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부터 너와 난 같은 일을 해 나가는 거다. 넌 돈을 만들고, 난 그림을 만들고.
그러니 네가 하는 일이나 내가 하는 일이나 가치가 있다면 똑같이 있지”라는
빈센트의 말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이런 유대감은 둘의 삶이 엇갈리면서 흔들린다.
테오가 직업적 성공과 가정적 행복을 꾸려가는 동안 빈센트는 화가로서 좌절한 끝에
광기에 사로잡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한다.
같은 꿈, 다른 삶으로 엇갈린 형제의 삶은 다시 하나로 귀결된다.
형이 정신의 병을 앓는 동안 동생이 육체의 병에 시달린 것은 그 전조이다.
형이 끝내 권총자살을 한 뒤 6개월 뒤
테오도 만성신장염의 후유증인 신체 마비로 34세에 요절한다.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도르 반 고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며 가족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 일생에 걸쳐 삶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이들은 때로는 부딪치기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고흐의 예술세계를 이뤘던 것은 결국 형 고흐 혼자만의 업적이 아니라 동생과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면서 형제애의 위대함을 설파한다. 사후엔 가장 비싼 화가가 됐지만 생전엔 지독히도 가난했던 불우한 예술가, 고갱과의 우정이 붕괴하자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정신착란을 일으키다 끝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광기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그 강렬한 작품 못지않게 비극적 생애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익숙한 고흐의 생애서 든든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와의 우애도 널리 알려진 것이다.

‘우리, 테오와 빈센트 반 고흐’는 두 형제가 도플갱어를 연상시킬 정도로 기이하게 닮았으면서도 또 다른 삶을 살았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프랑스 극작가이자 연출가 장 므노 원작인 이 작품에는 빈센트와 테오 단 두 명의 배우만 출연한다. 두 배우는 1888년 2월 빈센트가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에 아틀리에를 마련한 시점에서 1890년 7월 생을 마감할 때까지 2년여 간의 극적 사건과 내면의 격동을 마술처럼 펼쳐낸다. 빈센트보다 4살 어린 테오는 형처럼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났지만 불안한 형의 길이 아닌 안정적 화상(畵商)의 길을 택한다. 뛰어난 예술적 안목을 지닌 테오는 드가, 모네, 피사로와 같은 당대 인상파 화가와 우정을 나누지만 정작 돈은 ‘죽은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번다. 그는 자신의 꿈을 형 빈센트에게 투사하는 방식으로 이런 괴리감을 극복하려 한다. 돈 한푼 못 버는 형의 창작활동비와 생활비 일체는 모두 테오의 수입에서 나온 것이다.

테오의 눈에 비친 빈센트, 빈센트의 눈에 비친 현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우리, 테오와 빈센트 반 고흐'는 '테오와 빈센트' 형제가 생전에 주고 받던 편지를
바탕으로 작가 '장 므노'가 독특하게 구성해낸 작품이다. 테오가 빈센트를 바라보는
시선, 빈센트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병적이며 시적인 시선,
다른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운명적으로 엮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형제애가
정교하게 교차 편집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러한 극작술을 통해 두 사람의 치열한
갈등을 보편적인 인간애로 승화시키고 있다. 마치 두 편의 모노드라마를 한
무대에서 감상하고 있는 듯 한 체험을 주는 이 작품은, 관객의 뜨거운 심장과 냉철한
두뇌에 동시에 호소하는 매력까지 가지고 있다.

작가- 장 므노 Jean Menaud
고전극에서 연기자로 출발하여(블랑슈가, 꼰세르바뚜아르), 현재는 연출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각색 또는 연출해온 한편, 예술에의 열정에 인생을 바쳤던 비극적 운명의 예술가들을 무대에 형상화 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반 고흐의 삶을 다룬 이 작품 ‘ Nous, Theo et Vincent Van Gogh’ 를 쓰고, 직접 ‘반 고흐’ 역으로 열연하기도 했다.

Q. 테오와 빈센트 반 고흐 형제의 삶을 연극으로 공연하게 된 계기는?
-장므노: 작품을 하기 위해서 예술가는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작품을 만든 사람은 빈센트 혼자만이 아니라, 테오 역시
그 나름의 방법으로 작품을 만드는데 똑같이 대가를 치룬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화나 TV에 나타난 테오는 언제나 검은 양복을 입은 점잖고
선량한 신사로서, 빈센트의 그림자처럼 부각되었었지만,
나는 그 뒤에 숨은 전혀 다른 인물을 발견했던 것이다."
-작가 '장므노'와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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