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미화원 황씨는 병든 노모를 모시고 사는 성실한 사람이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언젠가는 잘 살게 될 그 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에게는 억척스레 행상을 하며 효성스러운 부인 서천댁도 있고,
다정하고 살가운 미화원 동료들 김씨와 박군도 있다.
착한 시민상을 받을 때 부상으로 받은 순금돼지가 집에 있고,
황씨 부부가 워낙 알뜰해서 모아 놓은 돈이 제법 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공갈단 부부는 우연을 가장한 사고를 조작한 후 황씨의 집으로 들어 간다.
건설업을 하다가 부도를 맞고, 고아원에 딸을 맡긴 채 거리의 노숙자로 살며
자해공갈로 일확천금을 노리던 공갈단 부부는 황씨 집에 얹혀 살며
황씨의 재산을 훔칠 속셈이지만, 집에 노모만 누워 계시고 돈 되는 건 없다.
그러는 동안 황씨네 집의 삶에 동화되어 나간다.
황씨가 사는 집터가 정부의 무책임한 처리로 황씨도 모르는 사이에
대기업 사장의 손에 넘어가고 황씨는 노모를 모시고 쫓겨나게 된다.
자신의 삶의 방식에 처음으로 회의를 느끼게 된 황씨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지금까지와 다르다. 같은 땅에 살면서 너무도 다르게 사는 사람들....
하지만, 세상을 열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황씨의
가슴에 남아있다.

마당극단 ‘좋다’ 창단 공연작품으로 2005년 3월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김인경의 작. 연출 초연이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은 세상을 사는 두 부류의 인간,
즉 지금 사는 세상이 너무 행복해 이 세상이 인간 세상이 아닌
아름다운 별천지라고 여기는 이들과 세상살이가 힘들어
별천지를 꿈꾸는 이들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엮었다.

작가의 글 - 김인경
별유천지비인간, 이백의 시 <산중문답>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풀어쓰면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세상 아니네' 라고 합니다.
주변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인간 세상 같지 않다는 게죠.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별유천지비인간' 이라
내뱉으며 살고 있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는 게 너무 행복해서, 그리고 사는 것 자체가 너무 지긋지긋해서.
얼마 전 신문에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1천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기사와 50대 가장이 병원비가 겁나 집에서 상처를
바느질 실로 직접 꿰맸다가 상처가 덧나 부득이 극빈자 진료소를
찾게 됐다는 기사가 함께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삶의 조건이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 과연 같은 터전에서 살고 있는
동시대 사람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양극화를 없애려면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자들 비위 건들지 말라고도 합니다. 구들장을 갈아야 하는데
그저 아랫목에 불을 더 때야 웃목이 따뜻해진다는 거죠. 상류층의 부가
그릇 밖으로 넘쳐 서민들에게 흘러가도록 기다리라는.....
인간세상은 인간세상 다와야 합니다. 어떤 의미로든 별천지가
따로 있으면 안됩니다. 그 이유가 '가슴이 아파서 일 경우에라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내가 사는 '지금, 이곳'에서 누군가 굶어죽고 얼어죽는다면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커다란 싸움과 작음 마음씀,
그 어느 것도 소홀히하면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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