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근호 '천국에서의 5월'

clint 2025. 9. 27. 04:51

 

 

한 '남자'가 죽어 천국에 이르게 된다. 
헌데 그가 알았던 천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쟁과 범죄가 만연함은 물론이고 죽음마저 다시 존재하는 그런 곳이다.
'천사장'을 통하여 천국 역시 지상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천국에는 정치적인 안보법이 존재하며, 이는 신의 부재와 그에 따른 
'신의 대리자' 격인 고위층들의 타락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남자는 갈등하지만 천국의 법이 그러하니 따라야 할 수밖에.
'남자'가 천국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지만 그의 내면에 자리잡은 양심에 
의하여 마침내 정의와 도덕적인 결행을 이루고 죽음을 맞이한다. 

 



<천국에서의 5월>은 정의와 도덕을 고수하려는 자와 그것의 무의미성을 주장하는 

자의 대립을 통해 인간의 정의와 도덕성의 한계를 묻는 작품이다. 
우화적인 발상으로 천국이란 곳이 지상에서의 삶과 비슷하며 한편으로는 
지상보다 도덕적으로 더 타락한 그 상황에서도 과연 인간이 적응해야 하는
지에 갈등하는 것이다. 
영원한 내세로 인식되어온 천국을 지상보다 훨씬 더 타락하고 

또다시 죽음이 존재하는 세계로 설정함으로써 

이 작품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극적 재미를 함축해 보여준다. 

 

199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으로 차근호(당시에는 차성우)의 작품이다.

당선소감

독일이 통일된 후 베를린 장벽을 넘던 동독시민을 정조준 해 사살한 동독 병사가 재판에 회부됐다. 병사는 자신이 일개 사병신분이었고 동독을 탈출하는 시민에게 사격을 가하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법정은 병사가 군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상관의 명령을 수행했다고 해도 그 이전 인간으로서 스스로 양심의 긴장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양심의 긴장이 없었다는 것은 결국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고 있어야 하는 인간의 조건, 양심을 포기한 것이며 그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사병은 유죄판결을 받아야 했다. 이 재판의 이야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묻히겠지만 인간의 조건인 양심이라는 말은 쉽사리 우리의 귓가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신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성자가 될 수 있는가.” 많은 석학들이 이 질문에 난감해했고 때로는 긍정으로, 때로는 부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이 물음에 감히 신이 없는 세상에서도 우리는 성자가 될 수 있다는 치기어린 대답을 한다. 그러다 문득 우리의 역사 속에서 빵과 자유가 죽음과 등 가되는 순간 혁명이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나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순수와 양심, 그리고 정의에 대해서….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귀담아 들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도 꿈을 꿉니다. 혹자는 순수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 순수라는 언어를 잊지 않았으며 인간의 정의와 양심이라는 구원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말입니다. 저에게 힘이 돼 주신 부모님과 여동생, 친구들과 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당시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심사위원: 오태석. 김방옥)

" 마지막까지 관심을 끌었던 몇 편의 작품 중 결국 차성우의 '천국에서의 5월'을 당선작으로 꼽기로 합의를 봤다. 천국답지 않은 천국이란 어쩌면 이미 진부한 착상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천국을 종교적 대안마저 결핍된 또 하나의 현실로 파악한 논리가 참신했으며 그 논리에 일상성과 적절한 지적 유머를 통해 자연스레 희곡적 살을 입혀간 침착함에 호감이 갔다. 반면 극형식에 대한 이해와 실습이 충분치 못해 행동이 부족하고 극의 대부분을 대화 중심으로 풀어간 점, 마지막 장면에서 희망을 암시하는 부분의 극적 형상화가 미흡한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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