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인 형과 아우는 참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아일랜드 행을 결심하고 밀항선에 몸을 맡긴다.
아일랜드로 가는 화물선의 지하창고 안 화물박스 속에 몸을 숨긴 두 사람은
참담한 식량과 갈증, 산소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아일랜드에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위로하며 견디고 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고요히 밀려드는 잠처럼 죽음이 이들을 압박하게 된다.
삶에 대한 짐승 같은 집착으로 죽음의 선고를 부정하는 형과
새로 상징되는 동생의 죽음을 환시로 확인하는 동생사이의 갈등은
이들을 작은 상자 속에서 표류하게 만든다.
결국 이들은 아일랜드의 어느 항구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이승의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아일랜드 행 밀항선에 몸을 맡겼다가 산소부족으로 숨을 거둔
중국인들 중의 하나였다. 자신들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확인하는
TV보도가 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낮선 항구에서 이국 풍경을 확인한다.
마치 시골 이발소에서 정성스레 머리를 다듬고
맞선 사진을 찍으러 간 사진관에서 거울을 보듯이!

깊은 어둠. 짙은 고요.
끊임없이 꿈을 꾸는 그들이 있다.
가도 가도 같은 곳만 헤매는 그들이 있다.
그들은 조선족으로 지금 아일랜드로 밀항 중이다.
배 밑창, 숨 막힐 것 같은 작은 상자 안에 갇혀 열 일곱 밤을 견디고,
또 그만큼의 낮과 밤을 견뎌야만 그들은 그곳을 벗어 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참고 기다려도 시간은 상자 안에 고인 채
썩은 냄새를 피우며 그들의 숨구멍을 조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새소리를 듣는다.
'형’에게는 들리지 않는 새 소리는 죽은 누이와 함께 찾아온다.
마침내 배가 도착하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린다.
낯선 곳을 헤매던 그들은 자신들이 갇혀 있던 상자 속에서
새 한 마리가 빠져나온 것을 본다.
그들은 문득 궁금하다.
'저 새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당시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부터
'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출발했다
‘아일랜드행 소포’는 시적이며 함축적인 언어로 문학성과 연극성을 두루 갖추었으며
분단 조국의 오늘의 현실과 역사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했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 속에 구원에 대한 상징성을 ‘새’를 통해
잘 나타냈으며 죽음과 삶에 대한 일루전을 극대화해 나타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누나의 등장이 매끄럽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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