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정숙 '춘섬이의 거짓말'

clint 2025. 9. 13. 13:42

 

 

열여덟 살 꽃다운 춘섬이.
홍대감댁에서 대대로 종살이 해온 집안의 딸이다. 
숯굽는 개불이와 사랑을 나누며 미래를 꿈꾸지만, 
춘섬의 부모는 딸을 씨받이로 보낼 생각을 한다. 
그 돈으로 오라비를 면천시키려는 것.
한편, 태몽을 꾼 홍대감은 세상을 바꿀 아이가 태어날 운명이라 믿고 
내당에 들었다 춘섬이를 발견하는데...
벼랑 끝에 선 춘섬이는 거짓말로 진실을 지키며 
스스로 운명을 짓기 시작한다.
 "춘섬이로도 내 맘대로 못살고, 별당댁도 넘의 뜻이지만
너는 내 마음이야! 이건 너하고 내가 짓는 팔자여!"



<춘섬이의 거짓말>은 조선의 반상제 사회 속에서 여성, 특히 어머니의 이야기를

복원하며, 생명의 살림꾼으로서의 어머니를 조명한다.
‘홍길동의 어머니는 누구였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흙수저’로 태어나 사랑도 미래도 빼앗긴 한 소녀 ‘춘섬’이 거짓말로 진실을 지키며 

스스로 운명을 써내려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숯 굽는 개불이와 연정을 나누고 혼례를 꿈꾸는 찰나, 씨받이로 팔려갈 위기에

놓인 춘섬은 결국 ‘거짓말’로 스스로 운명을 짓는다.

이 연극은 단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살아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춘섬이가 지은 거짓말에는 한 아이를 위한 결단,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어머니의 시선이 숨어 있다.

그리고 춘섬의 곁에는 함께 거짓말을 지어내는 여성들이 있다.

마님의 몸종 쫑쫑이, 춘섬의 어머니는 각자의 방식으로 춘섬에게 손을 내밀며,

춘섬을 향한 작은 연대를 실천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짓말’은 단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짓는 여성들의 은유적 저항이다.

홍대감댁 뒷마당에서 삶을 일으키는 그들의 목소리는

그늘 속에서도 단단하다.

 



<춘섬이의 거짓말>은 조선이 권력과 제도로 중요하게 작동하는 작품이다. 
춘섬은 잘 알려진 소설 홍길동전의 주요인물이나 의외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바로 홍길동의 어머니가 춘섬이다. 춘섬이가 길동을 어떻게 잉태하였는지, 
그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가상이지만.
홍대감의 영험한 꿈을 통해 홍길동이 잉태되었다고 설명하는 원작을 
춘섬이 중심으로 비틀어 내면서 사랑을 실현하지 못하는 신분계급의 장벽, 
혈육에 대한 양반들의 위선과 횡포 등을 부각시켰다. 
조선은 홍대감과 안방마님으로 대리되어 사랑도 미래도 빼앗아 버리는 
억압 측으로 작용하지만 그 고통의 상황에서도 사랑에 대해, 삶에 대해, 
미래에 대해 희망을 잊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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