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판서의 외동딸 영영. 늦게 본 딸이라 아들이 없지만
영특한 딸을 일찍부터 가르쳐, 시조, 가야금뿐 아니라 예절도 으뜸이다.
나이가 16살이 되자 부모는 좋은 신랑감을 골라줄 계획이다.
영영은 매일밤 가야금을 켜는데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대금을 같이 분다.
그리고 어느 날 한 남자가 월담을 하여 낭자를 꼭 만나겠다고 하는데...
그는 옆집 김주부의 아들 김원익이다. 대금도 그가 분 것이다.
부득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는 원익. 그러나 영영은 냉정하게 뿌리친다.
그 후, 영영과 원익, 두 사람은 상사병에 걸린다.
기력이 없고 헛것이 보이는 듯한 게 둘 다 비슷한 증세이다.
원익의 누님이 병문안 와서 동생을 보고는 묘수를 쓴다.
옆집 조판서의 딸이 학식이 높으니 시조라도 같이 하겠다고 청하고
조판서 댁도 마침 영영이가 홀로 시름하니 승락하는데...
그날 저녁 방문한 것은 여장을 한 김원익이었다.
둘은 처음 이렇게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것을 느낀다.
그후, 다시 영영낭자를 보고 싶던 원익은 담을 넘다가 들키고
조판서 앞에 끌려가 문초를 받는데...
김원익은 다짜고짜 영영낭자를 사랑하니 결혼을 허락해 달란다.
괘씸하지만 사내치고는 괜찮은 것 같아 구두시험을 치른다.
조판서의 여러 질문과 시조응대에 거침없이 답하는 김원익.
그래서 조판서는 과거 급제를 하면 사위를 삼겠다고 하고,
만약 낙방이면 월담한 죄를 물어 낙도로 귀양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과거시험 날. 장원급제한 김원익.
사모관대를 단 김도령이 영영을 만난다.
모두 잔치분위기에서 막이 내린다

극단 민예에서 1975 9월 공연한 작품이다. (허규 연출)
고대상사모양도(古代相思貌樣圖)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였지만
쉽게 풀이하면 "옛날 사랑이야기" 쯤으로 바꿀 수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에는 담이 있을 수 있겠냐만
김원익이 영영의 집 담을 넘어 창호지 바른 문 앞에서의 대화는
서로의 사랑을 느끼면서도 차마 창호지는 부술 수 없는 벽이었고
돌아가면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도 이런 사랑이 있었을까? 하는 느낌도 들게 하는 현대판 설정일
수도 있지만 장원급제한 사위가 당당하게 조판서와의 약속대로 사랑을
얻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한 것은 흐뭇한 결말로 이어지며
가야금과 대금의 연주의 협연을 영원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희창(金熙昌)
1908년 10월 26일 서울 출생. 보통학교를 4년 중퇴하였으며, 뒤에 편입하였던 고등보통학교도 1년만에 중퇴하였다. 그후 노동판에서 일을 하며 지내다가 1932년에 무대장치를 맡고 있던 원우전(元雨田)을 도우면서 연극계와 관련을 맺었다. 1932년에 극예술연구회에 가입하여 실천부에 소속되어 활동하였으며, 이때 방송극에 관심을 가져 1933년 라디오 플레이 미팅을 만들고 「노거부(老車夫)」를 방송하였다. 본격적인 작가 생활은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5막극 「방군(房軍)」이 당선되면서였다. 그후 극단 생활보다는 라디오 방송극 쪽으로 더 큰 힘을 쏟아 많은 작품을 남겼다. 희곡집으로는 1986년에 발행된 『김희창 희곡단편집』이 있다. 그의 작품집에는 「집놀이」, 「소슬한 바람」, 「보금이의 노래」, 「멍추같은 영감」, 「비석」, 「어부살이」 등이 실려 있는데, 인생살이의 풍파에 의해 상처입은 인간의 모습을 정교하게 포착하고 있다. 「소슬한 바람」은 그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하겠는데, 제자들에게 쏟아 부은 사랑을 되돌려 받지 못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노교장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집놀이」는 1946년 『신천지』에 발표되었는데, 집을 짓는 전 과정을 노래 메기는 사람, 풍악수, 합창대가 주고받는 노래 형식으로 꾸며본 작품이다. 당시 극작술로는 파격이라 할 만한 이 작품은 전통의 연극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극단 민예에서 공연한 <바보와 울보>도 그의 장막극인데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보면 작가의 고구려의 웅대한 비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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