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진은 37살 노총각 음악선생이다. 일요일 오후, 그는 만날 사람도 없이
혼밥을 먹고 장난전화를 건다. 범진은 그런 자신의 모습에 신물이 난다.
.소란스런 학생들의 시간. 힙합음악과 춤이 한동안 계속되고,
'세기의 개그맨'이 꿈인 학생 이세기는 "음악의 기원은 수학이다. 수학을
중심으로 자습!"을 외쳐대던 괴짜 선생 범진을 흉내내며 조롱한다.
이를 목격한 범진은 음치 클리닉을 한다며 화풀이를 하고 성질을 부린다.
.학교 짱과 세기의 원터치. 학교 짱은 세기의 수다가 귀에 거슬리고,
세기는 녀석의 허세가 맘에 안든다. 남자 대 남자의 멋진 대결 한판!
그리고 멋있는 화해. 그들은 친구가 된다.
.범진의 옛애인 선영과 6개월만의 만남. 선영은 냉담하고 범진은 초라하다.
.혼잡한 치하철 안. 사람들에게 구걸하며 은근슬쩍 성추행하는 맹인. 그 조차
무시당하는 뚱뚱한 여자의 한맺힌 절규와 자기 연민. 그리고 지하철 바닥을
기고 있는 앵벌이 세기. 일순간 장면이 정지. 고조되는 지하철의 진동음들!
.선영의 집. 범진은 선영에게 어색하게 청혼하지만 선영은 거절한다.
선영은 사랑을 원하지만 결혼은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혼녀다.
범진과의 사랑을 소재로 썼던 시나리오도 별볼일 없다. 선영은 범진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범진이 사랑의 환상에서 빠져나올 것을 다그친다.
.청혼을 거절당하고 범진은 실의에 빠져있다.

.선영 집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범진. 굳게 닫힌 선영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범진은 음주소란죄로 경찰서로 끌려간다.
.선영은 마지막으로 쓴 시나리오를 읽으며 죽음을 준비한다.
.경찰서에 끌려온 범진은 여전히 소란을 피우며, 각각의 사연으로
잡혀온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섞인다. 그곳에서 지하철 폭행사건으로 끌려온
학생 세기를 만난다. 놀라는 두 사람. 선영의 투신자살.
.선영의 죽음과 관련된 경찰관의 취조가 계속되고, 하나씩 밝혀지는
선영의 사연들. 그 죽음을 이해할 수 없는 범진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4월 1일 만우절, 학교 상담실, 세기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퇴학을 통보받고,
집나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보낸 유서를 받는다. 세기는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다.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범진과 세기의 마지막 수업, 범진은 세기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주문한다.
세기는 오히려 경찰서에서의 범진의 사건을 폭로한다. 폭력을 휘두르는
범진과 울고 싶었던 이세기의 자학, 결국 둘은 부둥켜 안고 함께 운다.
학교에서 같이 짤린 동병상련의 범진과 세기. 서로의 아픔을 위로한다.
범진은 세기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사귀자고 속삭인다(?).
.또다시 무료한 어느 날 오후, 장난 전화를 걸던 범진은 세기에게 전화를 건다.
.범진에게도 이제 전화 걸 상대가 생긴 것이다. 같이 밥 먹을 상대도.
.범진과 세기의 부처님 오신날 기념 문화제 행사장.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함께 즐겁게 춤추고 노래 부르는 가운데
범종 소리 울리고 모두 합장하면서 끝난다.

<즐거운 인생>에 등장하는 ‘인생’들을 보면 그리 평범하지가 않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고등학교 음악교사 정도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무난하게 살만도 한데 범진은 그렇지 못하다.
노총각의 외로움은 전신 거울을 마주 보고 밥을 먹을 정도로 사무치고,
장난 전화로도 해소되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버림받고 횡포를 부리는 대목까지 오면
정말 제대로 ‘찌질한’ 남자가 된다.
고등학생 세기의 신세는 더 답답하다. 바람나서 도망간 엄마와
돈 벌러 떠났다가 죽어서 돌아온 아빠 때문에 졸지에 고아가 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라는 생각으로 지하철 구걸행각을 한다.
범진을 ‘찌질하게’ 만들었던 선영 역시 남편에게 이혼 당하고
병든 엄마의 병수발에 사채까지 쓰며 아등바등 살아보지만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등장인물들이 이 지경인데 ‘즐거운 인생’이라니?
결과만 놓고 본다면 우리의 인생 종점은 죽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잊고 살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범진이 원한 것은 ‘결혼’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과정이고,
세기가 원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개그맨이 되어
웃음을 주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사랑’을 먹고 ‘웃으면서’
살면 그게 행복 아닐까.
이 작품은 결코 즐겁지 않은 인생을 비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부처' 같은 눈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김태웅의 작가주의 정신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세상에 대해 상처가 깊은 `범진'과 앵벌이로 사회의 쓴맛을 이미 알아버린 제자 `세기'가 사랑, 좌절, 무기력, 분노, 슬픔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이지는 해프닝을 통해 `큰사랑'과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재밌게 그렸다.
"저는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희열을 막는 사회 구조 속에서도 즐거움을 추구했던 조선시대 광대들처럼 극중인물 `범진'과 `세기'를 통해 그런 생명력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사랑과 음악을 기본으로 하고 그의 특기인 `웃음'을 곁들여 즐겁지만은 않은 극의 내용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 작품에서는 놀이와 음악이 많습니다. 극장에서 관객들은 학생이 되어 음악교사인 범진과 아카펠라와 같은 노래를 함께 부르는 등 놀이정신과 음악적 코드에 충실해 연출했습니다."

연극「즐거운 인생」의 탄생은 특이하다.
"어느날 집에서 주머니를 정리하다 우연히 여성의 이름과 핸드폰번호가 적힌 천 원짜리 지폐를 발견했어요. 누가 이걸 뿌린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소통을 위해 지폐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이 작품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이성적으로 비관되면 의지로 낙관하자"로 표현한 작가는 "작품 속에는 전국노래자랑에서 노래 부르며 정말 즐겁고 행복해하는 `미스 김'이 등장한다."며 "자신이 정말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음악이 부처의 음악이고 그 사람이 부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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