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0년 경 신라와 백제의 전쟁이 한창인 벌판 한 귀퉁이에
신라장꾼과 백제장꾼, 그리고 다므루가 전쟁의 승패를 놓고 내기한다.
백제군은 패배하고 내기에서 진 다므루는 마들 앞에 끌려가고,
마들과 일행은 다므루의 몸에 나라를 구할 비밀 문서를 새겨 넣는다.
아름답지만 거칠은 외모의 여인이 신라병들에게 쫓기고 있다.
전쟁통에 죽어 넘어진 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도적 써우다.
지나가다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된 다므루는 겁탈 당하려던 써우를 구해주고
첫눈에 서로에게 마음이 끌린 두 사람은 사랑을 약속한다.
퇴각하는 신라병들 사이로 적장의 수급을 들고 들어오는 마들.
겉보기에는 장터의 잡배처럼 보이지만 실은 김춘추의 오른팔이다.
장터 주막집에 모여든 장꾼들은 전쟁통에 장사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한탄하기도 하고 색시를 얻은 다므루를 축하하며 신나게 술판을 벌이고 있다.
다음날 전장에 계백장군이 출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이 난 다므루는
써우에게 달려가 내기 걸 물건으로 마지막 남은 가락지를 빼달라고 졸라댄다.
황산벌 전투, 나-당 연합군에 의해 백제는 참패를 당하고 다므루는 결국
써우의 마지막 남은 가락지까지 잃고 망연자실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당나라 군사들에게 포로로 잡히고 만다. 당나라. 백제포로 수용소에
백제 포로병들과 함께 갇히게 된 다므루는 계백장군과 백제군을 드러내놓고
욕하다 몰매를 맞게된다. 마들은 백제 포로들을 구출하고 그 사이에 끼어있던
다므루를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수하에게 명령한다. 그러나 달아나던 중
당나라 군사에 의해 수하는 죽고 다므루는 크게 부상을 당한다.
많은 패전병과 피난민들 사이에서 각각 다른 이유로 써우와 마들이
애타게 다므루를 찾는데...

당나라 땅의 과부 어란의 집에서 부상당한 다므루는 어란의 간호를 받게 된다.
다므루는 정성껏 간호하며 애정을 갈구하는 어란과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란의 집에 머무를 것인지를 놓고 어란과 내기를 한다.
내기에 지고 만 다므루는 어란의 집에 머물게 되고 외팔이가 되어 다므루를
찾는 마들이 어란 앞에 나타나지만 어란은 마들을 속이고 마들은 다시
백제의 운명을 문신으로 새겨 놓은 다므루를 찾기 위해 떠난다.
다므루는 써우를 향한 그리움을 지우지 못하고 결국 어란의 집을 떠나고
어란은 아픈 가슴을 안고 다므루를 보낸다.
오로지 써우를 다시 만나고자 험난한 길을 가던 다므루는 고구려 산적패를
만나게 되고 말에 매달려 오래 버티면 살려준다는 산적두목의 내기에 응해
써우를 향한 행보에 다므루는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상처를 입는다.
천신만고 끝에 고구려 땅에 들어온 다므루는 결국 마들을 만나게 되고
마들은 백제복국을 향한 의지를 가지고 몸이 부서지다시피 한 다므루를
사비성으로 데려가고자 한다.
마들과 다므루는 한강 초입까지 들어오게 되고 마들을 쫓는 추적 대들에
의해 마들은 죽음을 맞이하고 다므루는 큰 부상을 당한다.
다므루를 기다리며 아이를 키우는 써우의 집 동산에 만신창이가 된 다므루가
도착한다.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다므루는 눈사람처럼 죽어가고
정읍곡을 부르는 써우도 망부석처럼 아물아물 굳어져 간다.

극단 '즐거운 사람들'이 2002년 2월 동숭홀에서 공연한 판타지 뮤지컬 '써우와 다므루'이다. 권재우 작. 연출 김성준 작곡. 어감이 낯선 써우와 다므루는 극중 주인공의 이름이다. '달하 노피곰 도드샤'로 시작하는 백제 정읍가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백제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극의 느낌은 현대적이다.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통속적인 시대물처럼 고루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보통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여성의 시각을 중심으로 서술하는데 반해,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을 따라가며 마치 '로드무비'의 형식과 같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장돌뱅이로 저잣거리를 떠돌던 남자 주인공 다므루가 여자소매치기 써우를 만나 곧바로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들고 이별하고 다시 전쟁 후, 볼모로 잡혀 중국으로 끌려간 다므루가 천신만고 끝에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의 글 - 권재우
달이시여, 높이금 돋으사
아아, 멀리금 비치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저자에 가 계신가요.
아아, 진 데를 디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 것이나 놓으시라.
아아, 내 가는 데 저물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비록 짧아서 아쉬운 듯 한 정읍가이지만 우리는 이 글 안에서 시공을 초월한 오묘한 감정을 전수 받을 수가 있어 놀랍기 그지없다. 당시 백제의 성문화와 여성들의 마음가짐이 역시 우리민족답다는 사실이고 이름 모를 한 여인이 망부석이 되어 가는 과정을 상상해볼 기회도 줄뿐더러 이상하리 만치 어느 날 갑자기 허공에 부서져버린 백제의 혼을 기리는 제문 같기도 하여 새삼스레 잃어버린 반쪽 역사에 대하여 옷깃을 여밀게도 한다. 아시아 동쪽 광역을 아우르던 백제의 문화를 아우성치며 해체시키던 당과 왜와 고려조의 훈요십조는 죽은 시체를 갉아먹는 하이에나의 습성을 그대로 빼닮았다고 하지만,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삐뚤어진 민족정서는 어디에다 비유해야 할까? 이리하여 작가의 상상력은 또 한번 비약하여 새로운 주인공들을 잉태하고 그 주인공들은 얄궂은 스토리를 엮는다. 그것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징적이기도 하여 무대와 관객 앞에서 새로운 부호로 각인 되기를 갈망한다. "정읍사"에 관한 작가의 해석은 결코 망부석이 되어가는 백제 여인의 애절한 한숨으로만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써우 & 다므루"는 백제의 마지막 운명을 극의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부득이 백제와 신라의 전투장면이 설정되어진다. 그러나 치열한 전투를 이 작품의 주 골격 혹은 볼거리로 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말 그대로 배경일 뿐이다. 물론 관객으로 하여금 이 작품을 빌려서 백제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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