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근호 '천년제국 1623년'

clint 2025. 4. 2. 09:22

 

 

신입 사관의 입적식. 팔이 없는 노사관은 역사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신입 사관은 버려진 광해군의 역사를 발견하고. 노사관에게 역사에 대해 묻으나

"꿈 꾸는 자는 죽는다. 허나 꿈 꾸는 자는 영욕의 시간을 견디어야 한다."고 말한다.

광해군, 자신의 역사를 사관에게 말해주려는 듯 자신의 역사를 그의 앞에 펼쳐 보인다.

씻김을 통해 성군이 될 것을 꿈꾸는 광해군은 계모인 인목대비를 죽이라는 대신들의

주장을 가까스로 막아낸다. 많은 사람을 죽여 자리에 오른 것과 동복 형제를 죽였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광해군은 천도를 통해 씻김을 하여 성군이 될 것을 꿈꾼다.

경기도 파주의 교하로 천도를 명하는 광해군, 그러나 대신들의 반대와 아직도

인목대비의 목을 요구하는 대신들을 뿌리치고 혼자서라도 씻김의 땅 교하로 가려 한다.

무화는 허균의 기제일을 맞아 그의 넋을 달래준다.

홀연히 나타나는 허균의 혼령 그는 저승에서도 율도국을 찾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신세.

무화는 홍길동이 사는 율도국을 찾아가라 하나 허균은 뜻 모를 말만 되풀이 한다.

그는 광해군을 만나러 , 홍장군을 만나러 가야 된다며 다시 발길을 돌린다.

재야에서 학문을 가르치는 한산은 어젯밤 하늘, 신비한 별의 천문을 읽고 고민한다.

한산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것 같다며 한성으로 올라간다.

광해군은 강홍립의 일로 유생들에게 곤욕을 치룬다. 술에 취해 잠이 든 광해군.

허균의 혼령, 잠 든 광해군에게 나타난다. 옆에 있던 사관은 아연질색하고,

허균에게 물러가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허균은 잠결의 광해군과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율도국은 저승에도 없으니, 조선 땅을 율도국 만들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활빈의 칼을 들어 도적을 내치고, 그리해 씻김을 하라고 광해군에게 말한다.

광해군, '씻김'이 란 말에 행복해하며 깊이 잠든다.

서울로 올라온 한산은 자신과 동문수학을 한 대신들에게 자신이 본 신비스러운 별에

대해 말을 해준다. 한산은 그 별이 제왕이 나올 기운을 암시한다는 말을 남긴다.

대신들은 제왕이 인목대비며 광해군에게 인목대비의 목을 치라고 다시 강요한다.

광해군, 칼을 든다. 그러나 광해군, 인목대비를 치지 못하고 주저 않는다.

광해군은 대신들의 요구를 피하고 아들에게 왕위를 넘긴다 하곤 사관과 여행 간다.

광해군은 정말 허균이 말대로 했다면 성군이 되었겠냐와 율도국이 어딘지 묻는다.

율도국은 본 이도 간 이도 없다고 한다. 광해군,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나라라는 말에

무엇인가 느낀 듯, 허균에게 연민을 느끼는 듯 말이 없다.

다시 길을 재촉하려는데 광해군은 뜻밖의 광격을 목도하게 된다. 

백성들이 조선은 왕은 없고 대신만 있다는 말로 현실을 한탄한다.

광해군은 그제야 대신들의 권력을 위해 자신은 백정이 되어 형제를 죽였고

이제는 백성에게 마저 외면당하는 임금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강홍립의 밀서를 가진 전령이 온다. 밀서는 청국이 조선과 동맹을 원한다는 내용이다.

무화, 돌연히 허균이 보냈다며 나타난다. 허균이 천운을 잡으라 했다는 말을 전한다.

대궐로 돌아온 광해군은 대신과 청국과의 동맹을 논하며, 이것으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 권력을 유지해 온 죄를 용서하겠다고 하지만 대신은 강력히 반대한다.

하지만 대신들은 정말 청국과의 동맹을 원한다면 인목대비의 목과 맞바꾸자는 말로

광해군에게 다시금 칼을 쥐운다. 고뇌하는 광해군, 칼을 높이 치켜든다.

그러나 역사 자신의 어머니를 죽일 수 없는 광해군은 풀썩 주저 않는다.

대신은 그런 광해군을 비웃으며, 왕위를 세자에게 물려주라며 광해군을 조소한다.

홀연히 나타나는 허균의 혼령. 허균은 광해군에게 천운이 왔으니, 도족떼를 물리치고,

활빈의 칼을 들어 조선을 율도국 만들게 해달라고 애원하다.

광해군, 마침내 자신이 홍길동이 되어 도적들을 내치겠다고 말한다.

대신들이 인목대비를 살해 현장에 나타나 대신들과 한 판 대결을 벌인다.

광해군의 내금위와 대신들의 군사는 싸움하고 결국 광해군의 승리로 끝난다.

자신의 씻김과 대신들을 모두 죽인 광해군. 그는 조선의 제왕이 될 것임을 선포한다.

이어지는 잔혹한 광해군의 폭정, 권문세가와 유생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죽인다.

무화가 광해군을 찾는다. 활빈의 칼로 도적을 치라 했던 허균의 뜻을 저버리고

더 큰 도적이 되었다며 광해군을 질타한다. 광해군은 허균을 부르라고 하지만

무화는 허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광해군은 허균이 찾던 율도국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두려움에 젖는다. 부국과 개혁을 위해 과감한 정책을

개혁을 시도하고, 청국과의 동맹을 통해 명나라를 정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사관은 변해버린 광해군을 보며 두려워하고, 홀연히 허균의 혼령이 나타난다.

사관은 그에게 어딜 다녀오느냐고 묻는다. 허균은 이제 율도국을 찾았다고 말한다.

광해군은 잠결에 허균과 대화한다. 허균은 이승도 저승도 우리를 싫다하니 자신과

먼 길을 가자 한다. 율도국 씻김의 땅, 진정한 제왕의 땅 교하는 가는 길이 같다 말한다.

잠에서 깬 광해군. 자신의 제왕 시기가 고작 삼일천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곧이어 들이닥치는 한산의 제자들, 그들은 반정군이 되어 광해군을 폐위시킨다.

역사를 끝까지 기록하려던 사관은 반정군이 휘두르는 칼에 손목이 잘리고 도망친다.

사관은 숨어서 역사가 반정군에 의해서 조작되는 것을 목도하며 한탄한다.

한산이 보았던 신비스러운 별, 하늘에 떨어진다. 광해군과 허균 길을 떠나고,

무화, 광해군이 그토록 갈구하던 씻김 춤으로 그의 길을 밝혀준다.

지켜보던 한산은 '역사는 무릇 흐르는 물결과 같으니 역류를 꿈꾸는 자. 거친 물살에

휩쓸려간다. 천하의 영웅인들 그것을 어찌 막겠는가'하는 말로 광해군의 역사를 닫는다.

무대는 사관 입적식. 신입사관은 자신 앞에 펼쳐졌던 광해군의 역사에 충격을 받는다.

그는 노사관에게 홍길동과 율도국이 어느 나라인지를 묻지만 노사관은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는말로 한다. 노사관을 따라나가던 신입사관,

땅에 널 부러져 있던 광해군의 역사를 다른 왕들의 역사처럼 높은 곳에 내건다.

텅빈 무대, 왕들의 역사만이 내걸렸다.

 

 

 

극작가 차근호는 E.H 카의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역사극 <천년제국 1623년>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꿈을 꾸는 자 …모두 죽는다`라고 단정하면서 광해군과 허균이 꿈 꿀 수 있었던 사상에 집중하여 이상과 현실사이에 내재한 갈등의 승패는 언제나 현실의 승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천년제국 1623년>은 역사극이다. 역사속에 존재한 인물군을 상상력으로 이끌어내어 새로운 해석을 첨가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대부터 신선했다. 보통 공연장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공간이었다. 관객을 위한 배려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고, 보다 효과적인 시선집중을 위해 고안된 연출자의 의도일 수도 있겠다. 분명한 것은 경사진 무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연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극`내지는 `잘 만들어진 극`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균과 광해군은 같은 이상을 꿈꾸었다!?

반봉건, 반체제 문학의 효시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 그는 조선 중기 혁명을 꿈꾼 진취적인 자유주의자였다. 민중에 의한 혁명으로 새로운 세상, 즉 율도국을 기다린 그는 왕조의 역사에서 보면 반역죄를 모면하기 힘든 인물이다. 조선왕조의 역사에서 시호(諡號)가 붙여지지 않을 만큼 폭군이며 패륜자로 낙인 찍힌 왕. 왕의 이름도 얻지 못한 그의 역사는 실록이 아닌 "광해군 일기'가 되어 있다. <천년제국 1623년>은 이렇듯 전혀 다른 극단의 인물인 광해군과 허균은 실은 같은 꿈일 꾼 이상주의자가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소설 속의 서자인 <홍길동>과 실제의 서자로 태어나 왕위에 오른 광해군. 둘은 현상의 국가체제에 불만을 느끼고 새로운 국가를 꿈 꾼 이상주의자들이었다. 민중, 국민에 의한 개혁을 꿈꾸었던 허균, 치밀한 전략과 전술하에 국익과 실리를 추구했던 광해군. <천년제국 1623년>은 무대 위에서 이 둘의 조우를 통해서 기본이 흔들리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새로운 세기, 패배자의 역사 광해를 주목한다.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새로운 가치와 사고만이 주목 받는 세기. 폭군으로 남은 광해군의 역사를 다시 되집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천년왕조 1623년>은 이러한 화두를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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