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와 딸 달래는 병든 남편 이씨를 가마에 싣고 의원을 찾는 중이다.
박씨는 남편이 건강을 회복하여 집안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호전적인 장군일행이 나타나 이씨를 징용하려 한다.
한편 달래가 장군의 아들인 장충과 차효에게 겁탈 당한다.
박씨는 남편을 풀어주고 대신 병졸을 낳을 달래를 며느리로 데려가라한다.
달래는 수모에 치를 떤다.
열달 후, 달래는 아들을 낳고 장정이라 이름을 부른다.
아버지 모르고 자신의 아들로만 살기를 바란다.
기녀들을 거느린 상인이 지나다 달래에게 호의를 보인다.
그때 장충과 차효가 달래와 아기를 뒤쫓아온다.
상인은 달래더러 함께 떠날 것을 권유한다.
달래는 고춧가루를 두 무인에게 뿌리고 달아난다.
그런데 해산한 딸 찾아온 박씨와 이씨가 무인들에게 붙들린다.
15년 후, 장정의 생일을 맞는다. 달래와 상인이 가마로 함께 든 사이 장정이 온다.
장정은 둘의 관계에 신경질적이 되어 단단의 손가락을 자른다.
그러나 상인이 선물한 보검에 기뻐하며 물러난다.
그런데 박씨와 이씨를 인질로 잡은 장군일행이 닥친다.
달래는 장정을 빼앗기지 않으려 부모도 외면하고 달아난다.
추격 중 장정과 장군이 마주친다. 장정은 검술에 대해 충고하는 장군에게 끌린다.
상인의 장례가 행해진다. 달래는 장정에게 자신의 말에만 복종하도록 요구한다.
장군 일행은 달래 일행을 포위한다. 그러나 역습을 당해 쫓긴다.
장군은 너무 많은 화살을 맞아 움직이지도 못한다.
장정은 출생비밀에 관해 듣지만 믿지 않고 장충과 차효를 죽인다.
장정은 장군의 위엄과 호기에 감동하여 장군이 되기를 결심한다.
장정은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달래는 장정을 붙잡아두려 그의 성기를 자른다.
장정은 죽어가는 장군을 찾는다.
장군은 어머니를 죽이고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아야 장군이 된다한다.
달래는 죽어 큰머리를 만나 구천을 헤메인다.
박씨는 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는다.
박씨는 가마에서 이씨를 버리고 대신 달래의 머리를 실어 노래하며 떠난다.
가부장제의 역사와 스스로 남성들에게 의존하려는 여성들의 성향을
「여자의 적」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모두 5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명의 남자로부터 성폭행당한 한여성(달래)이
그로 잉태된 아들로 하여금 복수를 대신하게 하고, 결혼하려는 아들마저 거세시켜
또다른 폭압속에 집어 넣으려 한다는 내용이다.
다소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지만 전체 작품 톤은 밝고 경쾌하다.
무너진 가부장을 상징하듯 가마 위의 장군이나 이씨 등 남자배우들을 왜소화하는 등
희화시키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설화적 배경과 추리극을 연상시키는 기법을 통해
이 시대 여성들에게 독립을 통한 홀로서기를 강조하고 있다.
조광화 작가의 글 - 여자와 가부장제
화두같은 한 마디 들립니다. '노라가 집을 뛰쳐나간 이후, 여자들은 아직도 문을 연거푸 열고만 있다.'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노라는 집을 뛰쳐나갔지만 그 후 여자들은 아직도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달래는 자신을 수치스럽게 한 남자들에의 복수를 자기 아들인, 즉 남자인 장정을 통해 이루려고 합니다. 그것이 그녀의 함정입니다. 그녀는 문고리만 잡고 있습니다. 결국 여자의 적들은 가부장제와 여자들입니다. 가부장제는 남자들에 내재한 폭력성에 호소하여 권력을 세습하고, 여자는 그 폭력에 항거하기 위해 자기 자궁으로 생산한 아들의 힘에 의존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가부장제의 권력승계자로 성장하여 어머니의 의도를 외면합 니다. 그것이 딸들과 어머니들의 비극입니다. 박씨는 아무런 권력도 육체적 힘도 갖지 못한 병든 남편에 의지합니다. 남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가부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관성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쓰러진 가부장은 더이상 외부의 폭력, 더 강한 가부장으로부터의 폭력에서 가족을 지킬 힘이 없는데도 말입니 다. 남편을 꼭 버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박씨는 무너져버린 가부장에 집착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과 능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가부장제는 그 성과에 못지않게 우리를 참 병들게 하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 마음속은 이미 가부장제의 효능을 신뢰하지 못하고 들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가족을 파괴하자고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남자(가부장)라는 이유에 의지하지 말고 독립하기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여자 도 남자도 자신의 의지를 신뢰하기 바랍니다. 그런 사람과 마주칠 때면 참 아름답습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우 '뮤지컬 심수일과 이순애' (4) | 2024.12.03 |
---|---|
최진아 '1동 28번지 차숙이네' (3) | 2024.12.02 |
조성현 '사랑이 가기 전에' (4) | 2024.12.01 |
권병길 모노드라마 '거꾸로 사는 세상' (3) | 2024.11.30 |
공동창작 '심봉사 코끼리를 보다' (3) | 202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