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에 발표했던<절대사절 - 신문은 잘못 없다>(1997년), <의자는 잘못 없다>(2002년)에 이어 4년만에 신작을 발표한 작가 선욱현의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 부제 : 박사장은 잘못 없다)은 ‘잘못 없다’ 3부작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1부작 <절대사절>은 신문 하나로 넣으려는 자와 끊으려는 자의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긴장감을 2부작 <의자는 잘못 없다>는 의자 하나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언성 높여 싸우는 네 사람의 집착을 3부작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은 소소한 주차 문제로 빚어지는 황당한 사건의 결말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즉 ‘잘못 없다’ 시리즈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모두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도시가 지닌 특성 - 곧 배려 없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상대를 조금만 배려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법한 사건들이<잘못 없다>시리즈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다. 상대 즉 인간에 대한 배려, 그것은 인간애(人間愛)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잘못 없다' 시리즈는 대상 또는 사물을 두고 벌어지는 인간의 이기심, 몰이해, 불관용, 불신 등이 결국 현대의 많은 인간사 희비극을 낳는다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공황장애가 있어 길을 건너지 못하는 아내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집앞에 주차를 해야 만 하는 남편 '민규'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따내려 하지만 집앞 공간은 이미 길 건너 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박사장'이 차지하고 있다.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민규는 박사장의 폐업으로 집앞에 차를 세울 수 있게 됐지만 무단주차 차량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단주차와의 전면전을 생각하는 민규에게 박사장이 다시 나타나 무단주차를 하자 두 사람은 흉기를 들고 맞서게 된다.
선욱현...
1990년대 등장한 일군의 ‘젊은 연극인’ 중 한사람으로 좌표 설정을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초연작<피카소 돈년 두보>이후 해마다 한두 편의 작품을 발표해 온 몇 안 되는 극작가이다.(희곡 작품은 씌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대 위에 올려질 때 비로소 ‘발표’되었다고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히 그는 연출도 하고, 배우로 출연도 하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극단을 창단하여 운영하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그의 중심적인 업이 극작임을 생각하면 그의 저력은 훨씬 더 주목받을 만하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특성과 색깔이 분명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여, 재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통해 연극과 만났고, 졸업 후엔 서울로 와서, 연극배우로서 대학로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199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막<중독자들>이 당선되어 극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13년 동안 스무 편 넘게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대학 강단 및<필통극작워크샵>에서 강의를 통해 후진 극작가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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