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태수 '피래미들'

clint 2024. 9. 9. 09:11

 

 

배경은 현대로 도심지의 공터에 소외된 소시민들이 좌판과 무허가 건물을 짓고

가게를 만들어 재래시장을 형성한 ‘달맞이 시장’이다.

등장인물로는, 전과가 있지만 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생선장수 박판배,

여덟 식구를 부양하는 잡과자장수 박배기, 가족 없이 살아가는 건강원의 허기풍,

노름을 접고 열심히 살아가는 떡집의 김덕구와 덕구 처,

여자속옷장수 조달건, 홀로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젓갈장수 황세기,

고아로 살아온 과부 순대장수 병천댁, 아버지가 소록도에 계신 무좀약장수 다식이,

무당이었던 야채장수 문영엄니, 엄마 옆에서 파전을 만들어 파는 문영,

도너츠장수 육칠수, 공터를 본인의 땅으로 공매하고 상인들을 내쫒으려는

국회의원 김달자, 보좌관, 시청도시계획과 직원 양계장 등이 등장한다.

시장의 상인들인 그들은 혼신을 다하여 삶의 터전인 공터시장을 지키며

각자의 아픔을 딛고 삶을 연명해 나간다. 시장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자체적으로

번영회장을 선출한다. 후보로 생선장수 박판배와 잡과자 장수 박배기가 나서서

박판배가 번영회장으로 선출된다. 박판배는 나름대로 시장을 지켜보려고

도시계획과의 양계장을 상대하고 자릿세를 뜯어가는 깡패들을 상대한다.

그러나 그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어 나간다.

 

 

급기야, 공터 상인들을 보호해 주고 터전을 만들어 주겠다는 공약으로

그들의 표를 얻어 국회의원이 된 김달자 마저 약속을 저버리고

오히려 공터를 본인의 땅으로 공매하여 상인들을 내쫒으려 보좌관을 보내어

무조건 공터에서 나가라는 공문을 내보인다.

이에 이들이 대항하자, 깡패집단을 보내어 폭력을 휘두른다.

이 과정에서 박판배와 앙숙이었던 박배기가 다치려는 찰나에 박판배는

몸을 날려 박배기를 보호하다가 대신 머리를 다친다.

이를 계기로 둘은 화해를 하게 된다. 또한 앙숙이었던 황세기와 병천댁도

서로를 위하게 되는 등, 시장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떠나지 않고 시장을 지키기로 한다.

그러나 국회위원 김달자와 보좌관은 다시 다른 깡패집단을 보내어 끝까지

그들을 자극하여 경찰을 불러 모두 잡혀가도록 계획을 꾸민다.

바로 그 계획을 실행으로 옮겨 사건이 터진 날 사람들이 다치고 경찰들이 출동하여

상인들을 끌어가려는 찰나였다. 평소에 말없이 조용하고 구슬픈 노래와 하모니카를

연주하여 문영의 마음을 끌었던 소심하게만 비추어진 젊은 다식이 느티나무 위로 올라가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라이터 불로 깡패들과 경찰들을 물러가게 하였다.

그는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기 전, “보호받지 못하는 법과 권력과 돈에 눌려 삶에 겨워

한숨짓는 ‘피래미들’의 서러움을 당신들이 아느냐!” 면서 라이터에 불을 붙여

생을 마감하고야 만다.

이후, 다식의 장례식 날 김달자는 보좌관을 보내어 이번 일에 유감을 표하며

금일봉과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줄 테니 생업을 계속하라는 편지를 전달시킨다.

그러나 그들은 금일봉을 내던져버린다. 문영 엄마의 굿으로 시장사람들은

다식의 넋을 달래는 의식을 행한다. 그리고는 이 더러운 땅에서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잃었다며 그들은 공터를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다시금 각자의 희망을 가지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도심지의 공터를 떠나간다.

 

 

 

 

 

 

좌판시장을 살아가는 영세 소시민들의 삶을 향한 의지와 신념에 관한 숭고한 기록서이다. 즉 이 연극은 사회 마이너리티들인 그들을 통해 보편적인 삶의 진지함과 장엄함을 말하면서도 전개방식을 매우 코믹하고 풍자적으로 펼쳐놓은 희비극이라 할 수 있다. 여기는 고층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진 도심 뒷골목에 위치한 좌판 달맞이 시장. 코믹할 정도로 개성이 강한 여러 명의 상인들이 모여서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 지지고 볶고 태우고 싸우면서 그들은 쉽게 좌절하지 않고 무던히도 삶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 마음엔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휩싸여 있다. 시청 도시계획과의 양 계장에게 허구헌 날 돈을 뜯기고, 그 지역을 지키는 깡패들에게도 돈을 뜯기면서도 무허가라는 약점때문에 아무런 말을 못한다. 그러다 어느날 좌판시장 공터를 매입해버린 그 지역 김달자 의원에 의해 강제로 내쫒길 위기에 처한다. 지리멸렬하던 그들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들은 굳게 뭉쳐 강렬히 저항한다. 하지만 결국 깡패들에 의해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고..... 이때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석유를 뿌리는 말이 없던 좀약팔이 청년 다식이. 그의 마지막 말이 비장하게 울려퍼지며 그는 분연히 분신한다. 그렇지만 이 사실은 신문에 단 한 줄 실리지 않고 상인들은 그곳을 떠나기로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가기 전날 무당출신의 채소장수 문영엄니에 의해 다식이의 저승천도 굿판이 벌어지고 상인들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뿔뿔이 흩어진다. 죽지 않을 거라며, 더 열심히 살 거라며....내일 다시 해가 뜰 거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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