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와 진짜를 찾아내는 유쾌한 게임! 당신도 더 이상 관객일 순 없다!
막이 오르면 관객들은 연극관람하는 온 2명의 연극평론가를 먼저 보게 된다.
즉, 무대는 또 하나의 극장이 되는 셈. 무대 속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극중극은
멀둔 저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코믹, 액션, 멜로, 에로, 환타지, 스릴러가
어우러진 추리극. 평론가로서의 공식적인 시점으로,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점으로 연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두 평론가의 눈앞에 펼쳐진 기막힌 일들.
일순간 사라져 버린 환상과 실제의 경계선. 과연 어떤 것이 진짜고 어떤 것이 가짜일까?
1막. 무대위에 연극평론가인 무운과 버드부트 2명이 의자에 앉아있다.
그들은 이 연극을 관람하고 평을 쓰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들 중 버드부트는 연극배우 중 예쁜 여자들을 유혹한 후 그들의 평을
잘 써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사람이다. 이윽고 수화기가 울리고
드러지 부인이 전화를 받으며 연극은 시작된다.
드러지 부인의 곁에 낯선 사나이가 다가온다.
그는 사이먼 개스코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이 저택의 주인인
멀둔경 부인의 친구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사실 펠리시티를 유혹한 후
신디아에게 마음이 빼앗겨 팰리시티를 저버린 파렴치한이었다.
그들이 모두 모여 카드놀이를 하려고 할때 매그너스라는 퇴역 소령이
훨체어를 타고 내려온다. 그리하여 남녀 각각 2명씩 4명은 모여 카드놀이한다.
이때 라디오에서 한 정신병자가 이 극의 배경인 멀둔장원으로
도주하였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그들은 모두 그의 행방과 목적에
궁금해한다. 이윽고 경찰의 수사범위는 좁혀져 하운드 경위가 이 집에 온다.
그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는 도주한 정신병자를 조심하라고 이르고 나간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의자밑에 있는 시체를 발견하고 경악하는 사이먼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수를 감추어버린다.
2막. 버드부트와 무운은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화제는 엉뚱하게 빠지고, 무운은 자신이 히그스의 대역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인생은 그의 대역으로 끝날것이라며 절망한다.
그리고 역시 자신의 대역인, 다시 말해 대역의 대역인 퍼커리지를 조롱한다.
그러는 사이에 연극은 다시 시작되고 이번에는 버드부트가 사이먼역을
하게 되고 버드부트에게 총을 쏘아 죽이는 경위역은 무운이 맡게 된다.
총소리에 놀라 달려온 매그너스는 무운에게 죄를 고백하라고 말하며,
자신이 진짜 하운드 경위라고 한다. 그는 알고 보니 자신이 아까
조롱하던 자신의 대역, 퍼커리지였던 것이다.
경악하는 무운은 결국 매그너스의 총탄에 쓰러지고,
매그너스는 자신이 진짜 하운드 경위이자 이 집안의 주인,
신디아의 남편임을 고백하며 막을 내린다
대표적인 현대 영국 작가인 톰 스토파드(Tom Stoppard)의 극에는 많은 희극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요소들을 아리스토텔레스가 구분했던 주제, 플롯, 상황, 등장인물, 언어 등의 요소들에 입각해서 분석하는 일은 스토파드를 비단 현대 영국 희극전통에서 뿐만 아니라 서양 연극사, 그 중에서 특히 희극사에서 그 전통적인 기법의 근저를 발견하게 하는 작가로 부상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하지만 스토파드는 이러한 전통적인 요소들을 그의 독특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이해해서 그의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전통의 단순한 모방자가 아닌 재창조의 예술가의 경지에 이른다. 이 재창조의 시도가 더 이상 새로운 예술의 형태와 표현이 불가능한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는 불가피한 저주이자 유일하게 열려있는 돌파구임을 기억할 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스토파드의 작품 중에서는 그의 처음 작품이자 그가 쓴 유일한 소설인<말퀘스트경과 문씨>Lord Malquest and Mr Moon을 비롯해서<진짜>The Real Thing까지의 그의 무대극들, 텔레비젼을 위한 극인<직업적인 반칙>Professional Foul등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우선 스토파드의 주제들로는 철학적, 정치적 또 종교적인 의문점들 예술과 예술가의 기능과 사회적인 사명, 그리고 언어의 불완전성 등 형이상학적이고 심지어는 무대에서 다루어지기가 지극히 어려운 것들임이 특이하다고 보겠다. 어쩌면 이러한 주제들 때문에 스토파드는 전통적인 극에서처럼 일련의 사건들은 일직선상의 전개로 처리하는 것 보다는 주제의 토론을 의한 반복, 논리 또는 극중극 등의 기법으로 극을 전개시켜 나간다. 이 기법은 주제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파네스가 그의 토론극에서 많이 사용하였다. 그는 다른 작품들의 플롯을 그대로 그의 극들에 쓰기도 하는데<햄릿>Hamlet에서 따온<로젠크랜츠와 길든스턴은 죽었다>와<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est의 테두리를 빌린<트래비스티즈>이 대표적이 예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인 희극에서 보이는 플롯이 극히 드믄데, 전통 희극은 대체로 남녀가 어려움이나 오해를 극복하고 끝에는 행복하게 결합한다는 플롯이지만, 스토파드의 작품에는 젊은 남녀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혹 있다고해도 행복하게 결합하는 경우가 없다. 그리고 또 많은 극에서 주인공이 끝에 가서는 죽는다는가 패배하는 등 비극적인 분위기도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희곡인 이유는 주로 그의 언어사용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스토파드는 언어를 기교적으로 사용하는 그리고 언어놀이를 다루는 극들, 예를 들면<독의 햄릿, 카후트의 멕베스>Dogg's Hamlet Cahoot's Macbeth같은 극을 썼을 정도이다.
그는 상투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말들, 말장난, 기지, 잘못 쓰이는 말(언어의 오용) 등을 그의 작품에 많이 쓰면서 이러한 요소들을 결정적인 희극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스토파드의 극에는 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극적인 상황도 많이 벌어진다. 특히<곡예사들>에서는 운동선수들을 배우로 등장시켜야 좋을 정도로 다채로운 활동들이 펼쳐진다. 이러한 상활들은 희극적인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기법이다. 위의<곡예사들>을 다시 예로 들자면, 이 극에 등장하는 곡예사들이 사실은 철학자들이라는 데에 그 근본적인 아이러니가 있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상황도 스토파드가 이러한 효과를 내기위해 사용한 기법 중 하나이다. 스토파드는 인물묘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냐하면 그는 대부분의 인물을 전통적인 이탈리안 희극(commedia dell arte)의 인물이나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혹은 심지어 실재 인물들을 빌려쓰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토파드는 희극전통에 속하는 요소들과 기법들을 그대로 혹은 자기 나름대로 변형시키서 그의 작품에 사용된다. 그는 전형적인 희극작가인 동시에 현시대에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그 독특함과 보편성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관심사인 문학, 철학, 예술과 예술의 기능 등에 대한 사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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